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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국제민중연대 행동의 날

2008년 7월 4일 일본 삿포로에서 국제민중연대 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습니다.

G8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오후 4시부터 열린 이 집회에 참가해 한국 상황을 알렸습니다.

 

특히 민주노총과 전농 등 수십 명의 한국인 활동가들이 일본 입국이 거부되어 공항에서 억류되어 있거나 심지어 일본 경찰에 연행되어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다는 소식이 영어와 일본어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에 발언을 한 각 나라의 활동가들은 공항에 억류되어 있는 한국인 활동가들의 즉각 석방을 외치면서, 일본 정부의 인권말살을 규탄했습니다.


 

이날 국제민중연대 집회에는 일본 내에서도 다양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불안정고용에 반대하는 노동운동가들이 행진 내내 들고 다닌 펼침막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임시직 아르바이트 등 언제나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 노동(precarious labor)'이 커다란 사회 이슈가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여러 사회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도 바로 이들 불안정 노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만든 펼침막 곳곳에 고양이가 등장하고 있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는 쥐박이와 쥐8을 잡기 위해 고양이들이 등장했는데, 일본에서 G8 정상회담을 막기 위해 등장한 고양이들은 무슨 맥락인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일본어를 못해서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일본의 선주민인 아이누족에서 한 분이 나와서 아이누 인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일본정부의 강제적인 동화정책과 민족말살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말살되고 있는 선주민들의 권리를 위해 경계를 넘어선 민중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아이누의 언어가 아닌 일본어로 말을 하셔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당당하고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탁(ATTAC) 프랑스와 그밖의 여러 세계민중운동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전 조지.

이 사람도 일본 정부가 입국을 허락하지 않는 바람에 공항에서 한동안 갇혀 있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일본 정부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요?

수전 조지는 일본 여러 도시를 돌면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었는데, 공항에 갇히는 바람에 강연회가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일본 공항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특히 한국인 활동가들이 연행되거나 억류되어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 더욱 커다란 목소리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구호를 외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참가자들은 일본어와 영어로 "억류된 한국인 활동가들을 석방하라!"고 크게 외쳤습니다. 


 

집회장 주변에 연대(連帶)라는 깃발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연대라는 것은 말 그대로 띠들을 연결한다는 뜻입니다.

지금 한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더이상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G8 같은 임의적인 모임을 만들어 세계를 멋대로 조종하려는 자본가권력이 도사리고 있는 한 국경을 넘은 민중들의 연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의 띠들을 이어가야 합니다. 


 

제3세계가 선진국들에 지고 있는 빚은 조건 없이 당장 모두 탕감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무력을 사용한 제국주의 약탈에서 비롯된 불평등한 경제체제에서 자유무역을 하면 할수록 부자 나라들은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되고, 가난한 나라들은 더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부채탕감 없이 지속되는 자유무역은 남반구 나라들의 경제와 환경을 빼앗아가는 강도짓에 다름 아닙니다. 

서구 선진국들이 G8 같은 모임을 통해 시장개방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하는 이유가 바로 글로벌 자본가들의 이윤을 지속적으로 보장해주기 위함입니다.


 

세계 농민들의 운동조직인 Via Campesina(농민의 길) 회원들이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체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식량주권을 빼앗아버리는 매우 혹독하고 폭력적인 체제라는 것이 이들 농민들의 주장입니다.

각 지역에서 자급경제를 유지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던 소농들이 시장개방을 강요하는 초국적 대기업농들의 무차별 공세 때문에 사라져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에 따라 식량주권은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극소수 글로벌 식량재벌들이 각 나라의 먹거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조작 농산물 등 강대국 농업자본이 이미 한국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지 않은가요?

이에 따라 검역주권과 식량주권은 사라지고, 소농은 몰락하고 있으며, 이윤만을 위해 생산된 먹거리에서 안전을 기대하기 힘들게 되고 있습니다.

농민이 몰락하면 세계가 망하게 됩니다.

이윤을 위한 농업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기 위한 농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비아 캄페시나'의 외침이 오래도록 귀에 울립니다.  


 

오늘의 국제민중연대 집회에는 참 다양한 집단들이 참여해 제 색깔을 맘껏 뽐내고 있습니다.

퀴어 아나키스트들의 깃발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G8을 막고자 퀴어 아나키스트들도 집회에 참여해 행진을 합니다.

 

 

흑적기도 보입니다.

흑적기는 급진적 노동조합 운동의 상징입니다.

모든 회사와 공장 그리고 학교와 마을 단위를 구성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조합으로 재조직하는 운동입니다.

사장이나 교장 또는 가장, 시장 등 모든 -장(長)들은 없어지고 대신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운영회에서 모든 결정을 내리고 이런 모임들이 밑바닥에서부터 만들어져 비로소 큰 사회를 이뤄가자는 정신이 흑적기에 담겨 있습니다.   

 

 

흑적기의 정신인 아나코-생디칼리즘을 대중적으로 펼치고 있는 프랑스의 노동총연맹(CNT)도 참여해 함께 삿포로 거리를 행진하고 있습니다.


 

행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우리들도 신나게 구호를 외칩니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나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빈곤과 환경파괴를 불러오는 G8을 반드시 막아내자는 주장을 들고 신나게 행진을 합니다.

저런 신발을 신고 몇 시간 걸어다니기 쉽지 않을텐데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름답습니다.


 

G8을 반대하는 한 사람이 내건 구호입니다.

직역은 아니지만, 세계를 멋대로 쥐고 흔드는 소수가 내린 결정을 왜 우리가 따라야 하는가! 이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상황과 사회운동에 일본 언론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민중들의 투쟁이 일본에서는 무척 신기한 모양입니다.

인터뷰를 하자는 요청이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행진을 하고 있는 중간에도 우리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도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들에게 여전히 팔레스티안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스라엘 군대의 폭력과 만행에 대해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없어졌습니다.

모든 집회는 사전에 일본 경찰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3일 전에 미리 일본 경찰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고 벌어지는 모든 집회는 불법이며, 일본 경찰에게 허락을 받을 때 세세한 부분까지, 즉 행진의 코스와 끝나는 시간까지 모두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어길 경우 일본 경찰은 바로 강제력을 동원해 제재를 합니다.

웃긴 것은,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로 나와 행진할 때 마치 군인들이 열을 맞춰 걷는 것처럼 한 줄에 반드시 4명이 열을 지어서 행진하도록 일본 경찰이 끊임 없이 감시하고 명령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한 줄에 3명이 되거나 또는 5명이 되거나 하면 즉시 일본 경찰은 4열로 맞추라며 소리를 지르고, 이에 반항하면 밀거나 행진 자체를 막아서기도 합니다.

자칫하다가 바로 연행될 수도 있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경찰이 시도때도 없이 관리하는 이런 집회는 정말 짜증이 많이 납니다.

 

민중이 나서서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위해 싸우지 않으면 우리의 자유는 점점 더 축소되고 맙니다.

그렇게 조금씩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앗아간 일본 경찰은 더욱더 제재를 가하고, 결국엔 일본의 모습처럼 경찰의 관리와 안내를 받는 형식적인 시위밖에는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지금 한국에서 경찰이 불법집회를 엄단하겠다고 연일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는데, 이에 굴복하게 되면 앞으로 참 암담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일본에 와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한번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권력자들에게 양보하고 내주기 시작하면, 권력자들은 결국 우리의 모든 자유를 야금야금 빼앗을 것입니다.


 

집회를 관리하려는 일본 경찰에 맞서 국제연대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움츠러들지 않습니다.

경찰이 열을 맞춰 행진하라고 명령하면서 우리를 밀면, 우리도 이에 밀리지 않으려고 몸을 맞대고 저항합니다.

조금씩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곧 경찰들이 길거리를 장악해버리고 행진은 도보로 쫓겨나고 마침내 사라지게 됩니다.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당당하게 펼침막을 들고 삿포로 거리를 행진합니다.

빼앗기고 짓밟힌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 말입니다.


 

일본 전역의 경찰들이 모두 홋카이도로 모였다고 합니다.

우리의 행진을 막아서고 있는 경찰들 역시 멀리 오사카에서 온 경찰들입니다.

우리들은 오사카 경찰들은 오사카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영장 없이 경찰들은 열심히 채증을 일삼습니다.

비디오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든 채증경찰들이 대놓고 우리들의 얼굴을 불법채증 합니다.

알고 보니, 일본에서는 영장이 없어도 경찰들이 채증을 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고 합니다.

경찰의 논리가 헌법에 나온 시민의 논리(초상권은 일본 헌법에도 나옵니다)를 이긴 판결입니다. 

권력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자유와 권리를 야금야금 빼앗기고 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권력을 차지한 사람들은 언제나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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