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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이주호 장관이 답하다? 해결 없는 해결책들, 답답하다.
지난 2월 6일,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의 ‘학교폭력, 이주호 장관이 SNS로 답하다.’라는 대담이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그의 대담 중 몇을 뽑아보자면 이렇다. 그는 ‘학교폭력,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격리시키고 가해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징계사항 기록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학교폭력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는 ‘과거에도 싸움 잘하는 친구끼리 겨루는 것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학교문화로 작용하며 학생들이 오랫동안 괴로워하는 것은 아니었다.’라고 이야기 했으며,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해 체육수업을 늘리고, 농구와 같은 팀플레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게임에 오래 빠져있는 것이 문제라 이야기하며, 셧다운제, 쿨링제를 통해 청소년들의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조절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우선, 암담하다. 아니, 참담하기까지 하다. 한 국가의 교육을 맡고 있는 사람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의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과 해결책은 지금까지의 방안들이 보여주듯이 문제의 본질을 상당히 빗나간 듯하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경쟁과 배제, 차별과 폭력이 지배해 온 교육이 만들어 낸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이를 외면한 채 요즘 아이들의 또래문화와 게임을 문제로 지적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교육이 져야할 책임을 애써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의 발언 중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격리시킨다.’니. 피해자가 격리된다면, 그 상황에서 피해자가 느낄 소외감과 또 이어질지 모르는 2차 가해의 위험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할 것이다. 또한 체육시간을 늘리고 농구 같은 팀플레이 경기를 늘린다는 것 역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데, 그의 의견대로라면, 체육 수업이 적었던 것이 학교폭력의 원인이라도 되었다는 말인가. 게다가 체육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장애인과 체육을 못하는 학생들은 결국 소외될 수밖에 없다. 또한 게임을 문제로 지적하며 셧다운제와 쿨링제를 통해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는데, 게임이 학교폭력의 원인이라는 것은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MBC 뉴스의 ‘폭력성 테스트’와 다름없어 보인다. 게다가 학교폭력의 원인을 게임으로 지적하며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청소년의 문화권을 철저하게 침해한 것이며, ‘청소년은 학생이다.’라는 저열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임이 분명하다.
학교폭력은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몇 시간씩 앉아 ‘인성교육’을 듣게 하거나, 가해자를 징계하고 누군가를 격리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런 해결책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이주호 장관에게 고(告)한다. 경쟁과 폭력, 차별과 배제가 지배하는 교육 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학교폭력은 반복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학교폭력은 겉모습만 조금 바뀌었을 뿐,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주호 장관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지금의 교실에서 이렇게 다시 한 번 만들어 낼 것인가. 그 역사를 또 다시 반복할 것인가.
2012년 2월 7일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준) 준비위원 빛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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