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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일다

 

이주여성과 공존 못하는 한국사회
     
동화 아닌 적응 지원해야

박희정 기자
2005-12-19 23:17:03


2002년 이후 결혼을 통한 간이귀화절차를 밟아 한국국적을 취득한 외국출신 여성만 해도 1만948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제결혼뿐 아니라 노동 및 성산업으로 유입되는 여성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강한 반면 법적, 제도적 지위가 열악한 상황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5일 서울여성플라자 회의실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여성포럼은 <이주여성의 삶을 통해서 본 공존과 상생의 문화>라는 주제로, 현재 이주여성들의 삶에 대한 사례 발표와 함께 사회문화적 적응에 관한 방안들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단일민족’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김영란 숙명여자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내외적인 환경변화로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유입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 국민들의 의식과 관행은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단일혈통 민족’(ethnicity)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부정책 또한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주정책의 방향에 대해 “현실적 차원에서 이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과 특성이 사라지는 ‘동화’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은 이주자들이 한국사회에 ‘동화’되는 것이 아닌 ‘적응’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영란 교수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정보와 기술들을 이주자들이 습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때 ‘중요한 정보와 기술’이란 “언어의 습득과 다양한 제도적 규정들에 대한 이해 등을 익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주여성은 여성, 외국인, 노동자(배우자)라는 세 가지 요소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이주남성에 비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주여성을 위한 정책은 이주자를 포함한 모든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정책’뿐 아니라 여성 등 특정집단을 위한 ‘표적집단 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여성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 위한 모임’ 소장은 “2003년 고용허가제 이후 이주여성노동자는 법적으로는 노동자의 지위를 보장 받았지만 실제적으로는 더 상황이 열악해졌다”고 말했다. 석 소장의 말에 따르면 “최저임금 이상만 주면 위법이 아닌 것이 되면서 거의 모든 사업주가 최저임금만을 지급하고, 그를 기준으로 각종 수당들이 계산되다 보니 전체 월임금은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석원정 소장은 이어 “이주여성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산업재해, 폭언과 폭행 등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그대로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장 내에서의 성희롱과 성추행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야업 금지, 연장근로시간 제한, 임신 출산 시 검진과 같은 모성보호 조항을 알지도 못하고 있고, 보장 받아본 적도 없으며, 심지어는 여성이주노동자에게 야간작업만 전담시킨 사례도 있었다”며 이주여성들의 현실을 전했다.

김동심 두레방 상담실장은 이주여성을 상담하고 지원하고자 했을 때 언어문제 때문에 충분한 상담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생기는 막대한 의료비 부담의 문제, 그리고 지원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점 등에 대해 토로했다.

또 성 산업에 유입되는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체류자격’ 보장, ‘의료보험’ 혜택, 그리고 ‘인신매매특별법 제정’ 등의 과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심 상담실장은 이를 위해 미군 당국을 포함한 관련 정부 부처의 노력과, 민간단체의 긴밀한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인신매매 관련법 필요, 체류자격과 의료보험 줘야

최진영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실장은 이주여성들의 국제결혼이 “결혼의 성립부터 불평등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위장결혼 방지를 목적으로 ‘귀화요건’은 강화되고 있으며, 가정폭력 등으로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의 안전은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고발했다.

최 상담실장은 “이주여성의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응과 통합을 지향하는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세우는 한편, 이주여성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생활이 12년째라는 태국인 이주여성 쥬리아씨는 “가장 힘든 것은 한국 사람들이 외국 사람들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을 받다 보면 ‘사장이 계속해서 자기한테 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이냐’고 묻는 상담도 종종 있는데, 들어보면 대부분 나쁜 욕설”이라는 것. 쥬리아씨는 이주노동자를 인격적으로 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남성과 국제 결혼하는 여성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데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쥬리아씨는 “가정 일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술 마시고 폭력적 행동을 하는 남편들로 인해 고생하는 이주여성들이 많다”는 사실을 전하며, “아주 간단한 부탁을 해도 ‘난 그렇게 못해’라며 거절하는 남편하고 사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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