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공명 - 지율 스님의 글

 

지난번  플레시를 보내고 난 뒤 몇몇분께서 제가 평택문제에 관여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하셨고 -

또 시비를 떠나 염려하시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에  간단한 답글을 드립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여름 평택에 갔을 때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제가 평택에 갔던 것은 미군 기지나 군사 시설 철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많이 편찮으셨던 문정현 신부님을 찾아뵙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녁 어스름 속에서 대추리에 도착했지만 그러나 문신부님께서는 평택에 계시지 않았고 안내해주시는 분을 따라 집회장에 잠시 들렀습니다.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운동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한분도 현장에 계시지 않았고 연로해 보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만이 어둠 속에서 촛불을 들고 계셨습니다.



시사에 어두운 저는 그 시위 현장 뒤편에 서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국가의 방위문제와 관련 된, 그리고 정략적으로 생각 할 수밖에 없는 미군부대 주둔 문제에 대하여 호미와 쟁기 밖에 들어 본적이 없으신 연로하신 분들께서 270여일이 넘도록 밤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힘없는 촛불을 태우고 계신 까닭이 무엇일까하고 .....

그러나 다음날 한없이 순박해 보이시는 아주머님 댁에서 아침을 먹고  물이 쿨렁쿨렁 들어오는 푸른 논길을 걸어 나오면서 간밤에 품었던 의문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황금으로 보이는 그 땅이 그분들에게는  생명들을 일으켜 세우고 자신들을 그 곳에서 일어 날 수 있도록 세워준 고마운 흙으로 보였다는 것을 .....


어쩌면 그분들도 모르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밤마다 드는 촛불의 나약한 밝음을...

국가가 보존되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국방력, 또한 강대국과의 외교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사람의 촌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국가를 지키는 소중한 힘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논두렁을 베고 죽겠다고 하는 말에서 그분들의 사랑과 상처받은 아픔이 느껴집니다. 제가 촛불을 들겠다고 했던 것은 바로 그들의 사랑과 아픔을 우리 사회가 이해하고 나누어야 한다고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 분들의 소망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보상 때문이라든지 외부세력이라고 여론을 만들어 가고 결과와 과정을 혼돈하며 무력적인 굴종을 강요한다면 그분들의 나약함은 치욕이 될 것이며 용기는 분노로 변해버릴 것입니다.

진압이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은 없습니다. 그 현장에 서있어 보지 못한 사람은 그 가슴 뛰는 분노와 슬픔을 이해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천성산 문제를 통하여.이 사회가 중심을 잡아가는 방법이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역시 여전히 혼란 속에 머물며 하루를 지내는 일도 까닭 없이 분주합니다. 그러나 문득  가슴이 메이는 것은 다시 태어 날 수도 없는 세상의 아픈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머무는 곳에 항상 화해와 평화가  함께하기를 바라며 ..............
    지율합장

늘 한쪽으로 치우치는 마음을 돌아볼 수 있게 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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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9 23:40 2006/05/09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