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대추리 일기'에 해당되는 글 6건

  1. 인권과 평화 쪽글 (3) 2006/05/11
  2. 퍼옴] 지율 스님의 평택 이야기 2006/05/09
 

대추리 도두리를 지켜주세요.

 

문화주간 동안에 우리 과 20여명의 학우들은 농활을 다녀왔다. 대다수 학생들은 인터넷에서만, 혹은 얘기로만 전해들었던 곳. 

농활 후 우리는 소위 말하는 대추리도두리병 환자가 되었다. 우리가 했던 일은 285만평 너른 들판에 농약을 주는 일이었는데, 처음엔 한 방울이라도 닿을까 바르르 도망치다 나중에는 무심해 질 정도로 농약과 친숙해 졌고, 농활 후에도 마세트, 글라신 (이것이 농약 이름) 소리만 나오면 까르르 웃어댈 정도로 농약에 중독되었다. 가능하면 주말마다 들일하러 가자고 농약 기운 떨어질 때 쯤 다시 들어가자고 서로서로 다짐 비슷한 것을 주고받으며 즐거워하는 일이 불과 일주일 전.

하지만, 이제 대추리에는 가도 농약 주러는 갈 수 없다. 가도가도 끝없던, 들판에만 나가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곤 했던 그 너른 들판에는 철조망이 두겹세겹 쳐지고, 며칠 후면 푸릇푸릇 싹을 틔워낼 볍씨가 있는 논은 2미터 깊이로 파헤쳐지고 있다.

대추리에 농사지으러 갈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촛불을 들고 있다. 그곳에 굳이 미군기지가 들어오기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가 전쟁기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농민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땅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촛불을 든다.

고라니가 뛰어다니고, 마을사람들이 617일째 밝히는 촛불행사에는 솔부엉이 내외가 구경을 오고, 농지를 망가뜨리는 두더지도 시간맞춰 바깥 세상 구경을 나오는 곳에 지금은 사방을 둘러봐도 전투경찰과 군인과 철조망과 포크레인이 있다.

한밤중 적막한 시골마을에 군인들이 이동하는 군홧발 소리가 울려대고 사복경찰들이 민가에 들이닥쳐 사람을 내어놓으라 협박하기도 한다.

두 번이나 살던 곳에서 내쫒긴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저 그 땅에서 농사짓고 사는 것이 꿈. 그렇게 600일 넘게 촛불행사를 계속해 오셨는데, 언론은 억대 보상금을 노리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매도하고야 만다.

이 분들의 땅을 빼앗기지 않게 하는 것이 인권을 지키는 길이다. 이 분들이 올해도 농사짓게 하는 것이 평화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인권과 평화를 지켜낸 땅으로 여름에는 피사리하러, 가을에는 수확하러 농활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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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1 00:47 2006/05/11 00:47

초록의 공명 - 지율 스님의 글

 

지난번  플레시를 보내고 난 뒤 몇몇분께서 제가 평택문제에 관여하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하셨고 -

또 시비를 떠나 염려하시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에  간단한 답글을 드립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여름 평택에 갔을 때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제가 평택에 갔던 것은 미군 기지나 군사 시설 철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많이 편찮으셨던 문정현 신부님을 찾아뵙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녁 어스름 속에서 대추리에 도착했지만 그러나 문신부님께서는 평택에 계시지 않았고 안내해주시는 분을 따라 집회장에 잠시 들렀습니다.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운동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한분도 현장에 계시지 않았고 연로해 보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만이 어둠 속에서 촛불을 들고 계셨습니다.



시사에 어두운 저는 그 시위 현장 뒤편에 서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국가의 방위문제와 관련 된, 그리고 정략적으로 생각 할 수밖에 없는 미군부대 주둔 문제에 대하여 호미와 쟁기 밖에 들어 본적이 없으신 연로하신 분들께서 270여일이 넘도록 밤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힘없는 촛불을 태우고 계신 까닭이 무엇일까하고 .....

그러나 다음날 한없이 순박해 보이시는 아주머님 댁에서 아침을 먹고  물이 쿨렁쿨렁 들어오는 푸른 논길을 걸어 나오면서 간밤에 품었던 의문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황금으로 보이는 그 땅이 그분들에게는  생명들을 일으켜 세우고 자신들을 그 곳에서 일어 날 수 있도록 세워준 고마운 흙으로 보였다는 것을 .....


어쩌면 그분들도 모르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밤마다 드는 촛불의 나약한 밝음을...

국가가 보존되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국방력, 또한 강대국과의 외교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사람의 촌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국가를 지키는 소중한 힘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논두렁을 베고 죽겠다고 하는 말에서 그분들의 사랑과 상처받은 아픔이 느껴집니다. 제가 촛불을 들겠다고 했던 것은 바로 그들의 사랑과 아픔을 우리 사회가 이해하고 나누어야 한다고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 분들의 소망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보상 때문이라든지 외부세력이라고 여론을 만들어 가고 결과와 과정을 혼돈하며 무력적인 굴종을 강요한다면 그분들의 나약함은 치욕이 될 것이며 용기는 분노로 변해버릴 것입니다.

진압이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은 없습니다. 그 현장에 서있어 보지 못한 사람은 그 가슴 뛰는 분노와 슬픔을 이해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천성산 문제를 통하여.이 사회가 중심을 잡아가는 방법이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역시 여전히 혼란 속에 머물며 하루를 지내는 일도 까닭 없이 분주합니다. 그러나 문득  가슴이 메이는 것은 다시 태어 날 수도 없는 세상의 아픈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머무는 곳에 항상 화해와 평화가  함께하기를 바라며 ..............
    지율합장

늘 한쪽으로 치우치는 마음을 돌아볼 수 있게 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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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9 23:40 2006/05/09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