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CMC] 강남성모병원, 추석이 쓸쓸한 사람들

강남 성모 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투쟁을 시작하였습니다. 내년 5월 새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는 강남 성모 병원은 비정규 노동자가 30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 중 파견 사원은 65명이며, 9월말이면 파견계약기간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고 당할 처지에 놓인 분들이 30명, 그리고 파견직, 계약직 등 순차적으로 2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당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은 850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외려 자본가 보호법으로 기능하고 있음이 거듭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저 임금 제도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최고 임금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2년 계약직 고용 후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사탕발림으로 2년이 되기 전 해고 당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비정규직권리입법투쟁 과정에서 그토록 우려했던 것들이 하나 하나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반기 총노동의 반격은 (각 단위 사업장 끝장 투쟁과 아울러) 비정규 악법 철폐 투쟁으로 전면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약 만료 통보 _ 사실상 해고 통지를 받은 강남 성모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업종과 상관 없이 어떻게 비정규 노동자들이 자본으로부터 착취 당하고, 노동권리가 제한 당하는 지 자본의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관련된 한겨레신문 기사와 해고 위기에 놓인 조합원의 글, 그리고 조합원들의 선전물 2종을 첨부합니다. 힘 닿는 껏 연대합시다!) 

.

간호보조 5명중 1명꼴 비정규직 ‘고용불안 신음’
10년새 세배로 늘어나
 
 
박아무개(38)씨는 2005년부터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환자를 검사실로 데려다 주고 약품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계약직이던 그에게, 병원은 이듬해 9월 말 “월급을 올려줄 테니 파견업체로 가라”고 했다. 하는 일은 그대로였지만 소속만 바뀌었다. 그런데 오는 30일 파견 기간 2년을 앞두고, 그는 병원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파견업체와 병원 쪽이 “2년 된 사람들은 나가라”고 하기 때문이다.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일한 파견직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피하려는 것이다.

이 병원에 박씨 같은 파견 노동자는 65명이다. 간호조무사 자격자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약품 정리 말고도, 침대 시트를 갈거나 환자 용변을 치우는 등 간병 일도 한다. 박씨 등 파견직 노동자 30여명은 노조를 결성해 병원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간병 업무 등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대형 병원들에선 흔한 일이다. 병원에 간호 보조 인력을 파견하는 전문 업체만 5~6곳에 이른다. 박씨만 해도 2003년 한강성심병원 화상치료실에서 환자들을 소독하고 붕대 감아주는 일을 했다. 그때도 파견직이었다. 그는 “정규직, 계약직, 파견직 18명이 뒤섞여 일했는데, 파견직은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 월급의 3분의 2밖에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해 병원 43곳의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3만여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20.4%였다. 이 가운데 병원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은 11.2%, 용역·파견 등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이 9.2%였다. 1997년 6.2%에 그쳤는데, 10년 새 3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더구나 계약직 등 직접 고용 비정규직은 줄어드는 추세인데, 임금 등에서 더 열악한 간접 고용 비정규직 비율은 2004년 이후 9~10%대에서 줄지 않고 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은 “병원들이 인건비를 낮추려고 새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지만, 용역·파견 노동자들은 단체협약 적용도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대형 병원들이 병상 늘리기에 급급할수록, 열악한 처지의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이영미(38) 강남성모병원 비정규 노동자 대표는 “정규직이 나간 자리를 저임금의 파견 노동자들로 채워 오면서 수익을 쌓은 병원이 내년 5월 새 병원 개원까지 앞두고 2년 동안 일한 파견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내다 버리려 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기사등록 : 2008-09-03 오후 01:41:39 (한겨레신문)

.

강남XX병원! "열심히 일한 당신 나가라?"

(강남성모병원 노동자)

너무 화가납니다. 저는 대형종합병원에서 간호보조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병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간호사냐?'라고 하지만 병원에는 간호사가 아닌 간호보조도 있습니다. 환자분들 침대시트도 갈고, 입원병동 처치 물품들과 기구들 소독도 맡기고 정리도 하고, 입원환자들 검사갈 때 모시고 갑니다. 입원환자 약도 타러가고 급하게 써야할 물건이 있으면 가지러가고... 하루 종일 온 병원을 돌아다닙니다.

 

2006년 초에 반포에 있는 종합병원에 입사했습니다. 파견회사를 통해서 들어가긴 했지만 병원에서 직접고용한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병원일은 처음인지라 낯선 기구이름이랑 물품이름 등등 외우느라 힘들었고 일이 너무 많아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걷고 뛰어다닌지라 집에 갈 때는 다리가 퉁퉁 부어 신발이 터질 것같았습니다.

 

저희와 같을 일을 하는 정규직이 있었습니다. 같은 병동에서 똑같은 일을 했고 월급은 당연히 저희보다 많았습니다. 저희는 시간제...눈에 띄는 차별, 띄지 않는 차별 많이 있었지만 우리는 비정규직이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침대 검사가는 분들 이송하는 남자분들이 4시에 퇴근하면 큰 침대를 끌고 9층부터 1층까지 왔다갔다.... 환자분들 중에도 왜 여자가 이런 일을 하느냐. 남자 없느냐... 안쓰러워하셨습니다. 인력이 충분치 않아서 혼자서 그 큰 침대를 끌고 다닐 때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정말 주저 앉아서 울고 싶을 정도였지만 참고 참았습니다. 

 

계속해서 간호보조 파트를 파견직으로 넘길거다라는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2006년 9월 27일 쯤이었습니다. 파견업체 직원이 10월 1일부터 파견직으로 넘어가니까 싸인을 하라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저는 그래도 이미 파견업체에서 소개해줘서 오긴 했지만 저보다 전에 들어왔던 선배들(2004년에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선배들도 있었습니다.)은 정말 어이가 없어했습니다. 2004년에 들어온 선배들은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 시켜주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헌데 단지 3일 남겨두고 파견직으로 넘길테니 싸인을 하라니요.

 

당장 한달한달이 아쉬웠던 비정규직 처지에 .. 저희는 직접고용된 비정규직에서 파견직 사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일방적인 통보에 저희는 화가 났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추석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파견직으로 2년을 일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1년을 계약해줬습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3개월을 계약해줬습니다. 그리고 몇명을 재계약에서 탈락시켰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마음에 안들었던 사람을 몇명 잘랐습니다. 3개월 계약도 형식적인 거라고 하더니... 3개월 계약이 끝나고 또 몇명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나서 9개월 계약....

 

2년을 넘게 일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안면도 트고 친분도 쌓았고 직장생활에 나름 익숙해지고 안정되어갔습니다. 업무에 있어서도 여러 노하우도 쌓였습니다. 9월 30일이면 계약이 만료됩니다. 저희는 내심 기대했습니다. 정규직을 시키거나 적어도 직접고용을 하거나... 어쨌든 병원이 우리를 더 일하게 해줄 방법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병원은 저희를 파견직으로 넘기면서 '여러분이 더 일할 수 있게 하려면 이 방법으로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저희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교 재단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인정과 아량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계약만료 통보였습니다. 병원 인사팀장은 '정말 마음아프고 안타깝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분이 열심히 일해준 것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가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병원장님과 신부님도 만났지만 똑같았습니다. 신부님은 '아예 희망을 가질 것같으니까 딱잘라 말하겠다. 계획이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정말...

 

법에 따라서 2년밖에 못쓴다니요? 파견법에 따르면 2년을 썼으면 직접고용해야하는데.... 어떻게 법을 그렇게 해석할 수가 있습니까? 고맙지만 나가라니요.. 그렇게 10월 1일자로 직장을 나가야 되는 사람이 30여명입니다. 

 

저희가 일하고 있는 병원 옆에는 더 큰 병원이 새로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5월 개원을 앞두고 이제 곧 완공될 예정입니다. 화가 납니다. 새병원을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돈을 위해서는 더 많은 비정규직이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정규직이 못되고 나가야 하는 것이구요... 저희의 피와 땀을 먹고 올려진 병원이란 생각에 곱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생명존중..저희 병원이 걸고 있는 이념입니다. 도대체 병원이 생각하는 '생명존중'. 모르겠습니다. 이윤앞에서 저희를 내쫓는 병원이 이윤앞에서 환자를 내쫓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저희가 나간다고 그 업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면 일해왔던 사람이 계속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요? 저희의 요구가 정말 과도한가요?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일해왔던 직장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것인데 말입니다. 

 

이번 주말은 추석입니다. 추석이 끝나면 새로운 사람들이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러 들어온다고 합니다. 선물을 받기는 커녕 사형선고를 받고 보내는 추석이 너무 씁쓸하기만 합니다.

.
.

 

첨부파일
cmc1-나가달라.hwp (32 KB) 다운로드
cmc2-강남성모비정규현실.hwp (31 KB) 다운로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