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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07/10/20 10:09
  • 수정일
    2007/10/20 10:09
  • 글쓴이
    pin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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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이재무

 

 

그날 강물은 속도도 없이

거세어졌고 불어오는 바람은

큰비 몰아와 기다림으로 서 있던

강둑 오동나무 가지 흔들어댔다

마음이 젖으니 눈에 띄는 모든 것들

축축히 젖어 보였고

사소한 유행가 한 소절에도

뼈들은 웅성대며 살 밖으로

발을 뻗었다

맑게 개인 날의 하늘에 핀 꽃들은

썰렁한 자취방 윗목 자리끼에도 떠

슬픔의 가시에 찔린 목젖이

자주 부었다

그러나 꽃이 지고 새 꽃이 피어도

돌팔매처럼 날아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강물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낮에는 산그림자 끌어당겨

강심(江心)더욱 푸르게 했고

밤이면 달꽃 별꽃을 띄워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밝혔다

젖은 마음은

세월의 햇살이 거듭 와서 다스려주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서럽게 바람

무늬져 불어와도 마음의 현

제 곡조 잃지 않고

알맞게 울 줄 알게 되었고

그날 이후로 나도

나무그늘 옆 샘물이 되어

기다림에 갈증 난 사람

적실 줄도 알게 되었다

 

.조선상고사

.초인생활

.벌초 -이재무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