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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09/05/03 11:22
  • 수정일
    2009/05/03 11:22
  • 글쓴이
    pin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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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이시영 시집

.봉인된 시간

.하산

 

행복

 나이든 여성들의 노동수도공동체인 남원 동광원의 김

금남 원장(79세)의 얼굴은 그렇게 깨끗하고 맑아 보일 수

가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1949년에 동광원 식구들은 광주 방림동 와이엠씨에

이 건물에 살다가 쫓겨낫어요. 30여명이 한겨울인데도

오갈 데가 없어서 방림다리 밑에 천막 세 개를 치고 살았

습니다. 10여명이 한 막 속에 들어가다보니 밤에 발도 뻗

을 수 없었어요. 그 추위 속에서 옆 사람의 체온에 의지

해 잠이 들곤 했습니다. 탁발하고 시장에서 주워온 푸성

귀들을 다리밑에서 물에 씻어 팔팔 끓여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어요. 육체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영혼

의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커지는 게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

지요."*

 그리고 그녀는 그 노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다. 정말

빛을 본 사람만이 그 빛에 먼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가.

                                                  

                                                                *한겨례,2007년1월1일

 

 



염소 걸음

 이 세상의 모든 염소 걸음은 슬프다.

 주인 곁에 바짝 붙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또각거리며

걷는 그들의 발걸음이 너무도 진지하고 공순하기 때문

이다.

 

평화

내가 만약 바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

저 아기다람쥐의 졸리운 낮잠을 깨우지 않으리

 

                                                                    - 이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