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11/11 16:25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수요일 거의 날밤을 새다시피하고 잠시 눈 붙인다는게 시간을 넘겨 세수만 후딱하고 검진가고 다시 집으로 와서 씻고 학회가 열리는 유성으로 향했다. 어찌나 피곤했던지 유성가는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 들어서리 두시간을 깨지도 않고 잤다. 

 

이틀간 나를 스쳐간 단상 & 느낌

 

#1.

 

학회장소는 유성리베라 호텔이었다. 몇년전 위장폐업과 노조탄압땜시 투쟁을 하던 때 집회를 하러 갔던 그 곳에 학회를 한다니 느낌이 새로웠다. 재개장을 한지 얼마 안되서 이런저런 큰 행사를 유치하는 모양이었다. (우리 학회는 돈이 없는 학회인지라 보통 그런 비싼 호텔에서 학회를 하지 않는다.)

 

완연한 가을의 느낌이 강한 그곳에서 언젠가 집회에서 만났을 동지들이 깨끗한 제복을 입고 서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모 호텔에서 있었던 거액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했던 일식 조리장님도 복귀해서 즐겁게 일하고 계신다고 한다.

 

학회가 끝난후 호텔로비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역본부와 공공연맹의 동지들과 새로 열었다는 리베라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렀다. 구석에 직원들만 다니는 통로 한 곳에 아담하게 문을 연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간부들과 수다를 떨며 반가와했다. 고객으로서의 이용후기라 할 만한 것들을 왁자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KTX 동지들도 하이닉스 동지들도 제복과 작업복을 다시 입을 수 있으면 좋겠다.

 

#2.

 

이번 학회는 사실 이슈가 될 만한 것이 있었다. DMF로 사망한 중국인 노동자와 관련해서 특수건강검진제도의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했다. 노동자들이 매년 받는 특수건강검진이라는 것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부터 사업주가 돈을 주고 병원을 섭외하는게 아니라 제 3자 지불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 산업보건협회나 노동부의 역할 문제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발제자들이 대변하는 이해집단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발언들이었다. 산업의학회의 역할 부제와 산업의학의사들의 자성론까지... 여전히 아무런 결정도 없이 끝나기는 했지만 이후, 특검제도의 개선을 위한 움직임의 단초가 마련된 것이면 좋겠다.

 

#3.

 

학회가 끝난후 대전의 모처에서 간만에 엄청 술을 먹었다. 네팔로 한달간 쉬러 간다는 한 동지의 환송회를 겸해 한 동지의 집에서 열린 조촐한 행사였다. 꽁쳐놨던 술병을 하나씩 들고 가족들이 함께 오고, 휴가까지 내면서 동지들이랑 나눠먹을 음식을 장만해온 동지들의 따뜻함이 좋았다.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일상들을 공유하고 있는 그 동지들의 모습을 보니 참 좋아보였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찌보면 전혀 낯선 인물인 나한테도 세심하게 신경써 주는 동지들이 좋았다. 그런 나눔과 공동체가 우리 활동과 운동의 원동력의 기반이 아닐까?

 

#4.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와중... 가슴에 꽂히는 말이 있었다. 내가 한말이 위선적으로 느껴져 잠시 가슴이 답답해 애꾿은 술만 들이 부었다. 아침에 일어나 알록달록 변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허하다.

 

어제의 말이 계속 혀 밑에 남아 불편한것 같았다. 당분간 생각않고 지내겠다 결심했는데... 가끔씩 틈새로 꾸물꾸물 무언가가 기어나온다.

 

 

#5.

 

포스팅을 하는 와중 어제 KBS 독립영화관에서 한 파업전야를 보고 있다. 말로만 듣던 파업전야.... 어쩌면 이리 세상이 바뀐게 없는지 한 구석이 답답하다. 사람의 잘려진 손가락 보다 기계의 고장이 더 중요한 문제인것이 여전한 현실이지 않은가?

 

이 영화를 몰래보고 가슴저며 했을 많은 현장 활동가들의 모습도 겹쳐진다.

 

그런데 왠지 금속 노동자들을 묘사하는 방식이 대단히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이기 그지 없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라니.... 물론 90년대의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영화이겠지만 조금은 노동자들에 대한 그리고 작업장 문화에 대한 묘사들이 바뀌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소위 '공돌이'를 바라보는 소위 '식자'들의 시각이 묻어난다는 느낌이다.

 

이제는 그냥 똑같이 음악듣고 영화보고 즐기고 살아가는... 그런, 노동자들의 모습과 고민을 가지고 다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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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1 16:25 2006/11/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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