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11/17 11:38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어제 오후 뉴코아 노동조합의 수석에게 전화가 왔다. 수석의 이름이 핸드폰에 찍히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않았다. 심호흡을 한번하고, 차분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제 CCTV 탑에 올라가 있는 동지와 통화를 하고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보고 온 이후 마음 한켠이 계속 불편하고 불안했는데...

 

결국 어제 아침부터 헛소리도 하고, 밤새 악몽에 시달리고 힘듦이 극에 달했던 모양이다.

 

"죽을거 같으면 전화할께요"라고 그제 이야기하던 동지한테,

"죽을거 같을 때까지 참으면 안된다"고 이야기하였건만...

 

기어이 "죽을거 같을때"가 되어서야 전화를 한 것이다.

 

이런저런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이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오늘은 내려오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사람 하나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추운 날씨에 팔다리 한번 주욱 펴기 힘든 곳에서 단식까지 하다 보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게 분명했다. 단식 자체도 문제지만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광흥창에 도착해보니 이미 전경차들이 CCTV 탑을 둘러싸고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 CCTV 탑 주변에 안전 매트를 깔아야하는 상황인데 전경차를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는 그들이 정말 제대로 생각이 박힌 인간들인지 의심스러웠다.

 

최대한 빨리 이빨이 부딪힐 정도로 추운 날씨에서 그 동지를 내려오게 하고 싶은데... 따뜻한 잠자리에서 편하게 다리라도 뻗고 자게 하고 싶은데 경찰들은 안양서가 관할이라서 그들이 올때까지 기다리라는 둥, 자기들의 관할을 따지느라 2-3시간을 허비했다.

 

주봉희 동지가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설득을 하여, 안고 내려온 동지는 축 늘어져있었다.

 

어찌나 추위에 떨었던지 얼굴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을 정도였다. 구급차에 태우고 재본 체온은 35도... 산소 포화도는 90%... 잘 떨어지지 않는 체온이 1도가 넘게 떨어져 있었고 산소도 약간 감소되었다. 산소를 살짝 걸어주고 따뜻하게 해 줄 만한 것을 찾았으나 구급차안에는 담요 한장 외에는 없었다.

 

추운 날씨를 버티기 위해서 조합원들이 몸에 붙인다는 미니 핫팩을 가슴에 붙여주고, 같이 구급차에 탄 형사들의 웃옷까지 벗겨서 덮어주고 몸을 맛사지했다. 체온을 올리는게 시급했다.

 

25일...

 

그 기간을 공중에 매달려서 편하게 주욱 한번 펴지지도 못했던 팔다리는 갑작스런 이완에 당황을 해서 관절마다 통증을 만들고,

 

매일 그 좁은 곳에서 쪼그리고 잘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적응한 온 몸은 일자로 누워있는게 더 아프고,

 

서 있을 만한 공간외에는 다른 것이 없었던 좁은 곳에서의 생활은 근육의 힘을 빼어 놓아 몸을 가누지 못하게 만들고,

 

매일 공중의 흔들림을 기억하던 평형기관은 지상의 안정됨을 흔들림으로 인식해서 어지러움을 만들어 내고 있고,

 

그 좁은 공간에서 소변 처리하는게 힘들어 덜 먹었을 물은 입술과 몸을 바싹 타들어가게 하고 속을 불편하게 박박 긁어 대고 있었고,

 

매일 추운 비바람을 견뎠을 그의 몸은 25일간 몸 구석 어딘가 깊숙히 쌓여있던 냉기를발산하여 사시나무 떨듯 동지의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주책 맞게 자꾸 올라오려는 눈물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런 독한 인간 같으니라구" 뿐이었다.

 

우리가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랜드 자본이 밉다. 그들이 좋아라 한다는 하나님이 있다면, 그런 인간은 반드시 지옥으로 떨어지게 해야 한다.

 

그 동지가 CCTV 탑위에서 보낸 마지막 문자는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였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밖에 없는 우리가 참 아프다.

 

힘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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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7 11:38 2007/11/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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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콩!!! 2007/11/17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쓰셨소. 박 동지가 부디 오랫동안 후유증을 앓지 않으셨음 좋겠는데.

  2. 해미 2007/11/19 1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콩/ 네 저두 얼렁 건강해지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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