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생의 결혼식. 엄마의 자그마한 어깨너머로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여전히 어리지만 장가가는 동생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쌓여 있을 엄마를 뒤에서 바라봤기 때문인것 같았다.
#2.
소녀처럼 바다를 보고 좋아라하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다. 말도 별로 없이 무뚝뚝한 딸내미와 하는 여행이 뭐가 그리 즐거우신지는 모르지만 제주도 땅 곳곳을 차곡차곡 밟아가면 눈과 머리속에 그림을 담아가는 엄마가 이뻐 보였다. 엄마가 한라산을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젊었을 때 한번 왔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내가 중딩이나 고딩이었을 때니 어쩔 순 없다. 어느 관광지를 가나 경로 할인을 받는 엄마의 나이와 바보같다고 생각되거나 약간 부담스럽다고 생각될 만큼 어렵게 살아온 엄마의 세월이 겹친다.
#3.
그 곳에 간다. 즐겁기도 하지만 점점 불편해지기도 한다.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소위 운동권을 무조건 배척하려는 모습도 그렇고 그 속에서 낙인 찍히는 것을 두려워하며 좌파의 실력이나 탓하면서 행진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도 그렇다.
#4.
거리의 6월. 지속적인 걷기 운동으로 살이 빠질 법도 하건만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더 늘고 있다. 정국은 용광로처럼 들끓는데 내 가슴은 무겁기만하다. 여기서 뭘 더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자발성을 끌어올리는 또는 표현해 내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싶기도 하고, 이 발랄함을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것으로 만들어낼지 고민이기도 하다. 그리고 약간은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정은 바쁘고 정신이 없는데 왠지 탱자탱자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5.
계속 되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불안정. 두눈 질끈 감고 외국으로 공부하러 갈까 싶다가 1-2년쯤 돈을 열심히 벌어 빚도 갚고 혼자 독립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학교로 부터 벗어나 알바로 연명하며 자유롭게 살아볼까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학교에 남는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핵심은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것과 집에 꼬박꼬박 줘야 하는 생활비가 꽤 된다는 것이다. 그것만 아니면 비교적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할 것 같은데 그게 쉽지가 않은 조건이다. 케세라세라~를 외치며 유유자적 살고 싶은데 조건이 쉽지 않다. 일단은 지출을 줄이는게 중요한 일이다.
#6.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혼돈의 시대에 중립을 유지한 자들을 위해 비워져있다.
-단테-
#7.
아침에 땀을 죽죽 흘리면서 치는 어설픈 테니스가 좋은 것은 간밤에 내 꿈자리를 사납게 하던 사람들의 얼굴을 땅땅 라켓에 공이 맞는 소리와 함께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특정인 몇몇이 내 꿈자리를 자꾸 사납게 하는 걸까? 웃기는건 요즈음 꿈에 자주 출몰하는 사람들이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미련이거나 집착이거나 아니면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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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ttest places in hell are reserved for those who in times of great moral crises maintain their neutrality”- Dante의 지옥편.
이 이야기를 다시 마틴 루터 킹이 "The hottest place in Hell is reserved for those who remain neutral in times of great moral conflict" 인용했고, 비슷한 시기에 존 F 케네디도 "Dante once said that the hottest places in hell are reserved for those who in a period of moral crisis maintain their neutrality."라고 인용한 적이 있더군요.
잘봤삼/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