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10/19 14:24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합숙을 다녀오고 나서 하이텍 농성장에 결합한 후 어제 술먹으러 나가기 전까지 하루 종일 한 일은 그 동안의 뉴스 주워 삼키기였다. (정말 주워삼킨다는 표현이 딱 맞는거 같다.)

 

정말 놀라운 것은 내가 잠깐 서울을 떠나 인터넷도 안 되는 산골에 박혀 있는 동안 세상이 확확 변했다는 것이다.

 

일제시대에나 들어 본 듯한 비상시국토론회가 열려야 할 정도로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었고, 민주노총 앞에서는 피켓 시위도 하고, 각 지방 본부장들이 사퇴도 하고, 친한 친구녀석도 민주노총에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내가 정말로 당황스러웠던 것은 내가 당연히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그들에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내가 너무나도 쉽게 그들이 '상식'대로 행동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하러 들어가기 전, 이미 중집에서의 결정을 이야기를 들었고 현재의 '하반기 투쟁론'과 '조기선거론'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하다'는 생각이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지 못했던 나의 정치적 감 떨어짐이 새삼 놀라왔다.

 

물론 떠나기 전까지 급박한 보고서의 마감과 병원일의 마무리로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그리고 워낙에 총연맹이나 '공식적인 대중조직'이 어떻게 하든 현장 사람들 만나고 조직하는 그 길을 묵묵히 가면 된다는 평상시의 생각도 있었고, 원래 그런 놈들이야...라는 시니컬한 선판단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상태로 공부를 하고 돌아와보니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사퇴'를 둘러싼 당연한 '상식'이 정파간의 대립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었고, 하반기 투쟁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사퇴할 수 없다는 궤변이 판을 치고 있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어제의 '비리근절 종합대책' 발표라는 코미디다.

 

'5만원 이상 보고'라는 조항을 본 순간 정말로 내 상식을 의심하게 되었다. 절대 일원이든 0.00001원이든 받으면 안 되는 것일텐데 5만원보다 적음 괜찮고 그 이상을 자진신고 하라는 건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금액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실'이 중요한게 상식 아닌가?

 

저들에게는 현장에서 회사사람들이 사주는 밥 한끼도 안 얻어 먹으려고 애쓰는 활동가들의 모습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번 강승규사태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의아해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조합원들이 안 보이나 보다. 지금의 상황은 대단히 계급적이고 정치적인 의식과 결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식'에 따라 행동하는게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조합원들이 당황하고 있는거 아닐까? 도대체 무슨 약을 먹었길래 현장의 목소리와 행동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단 말이냐? 보이고 들리면 어떻게 해야 될지는 당연한 '상식'이란 말이다.

 

내일... 뭔가를 발표한다고 한다. 제발... '상식'대로 행동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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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9 14:24 2005/10/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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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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