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7/04 15:16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이번 주말은 연구소의 운영위였다. 산 좋고 물 좋은 동강변 펜션에서 짧고 굵은 점검회의와 유흥, 그리고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이번 운영위의 목표였다.

 

울산에 있던 동지들은 울산에서 밤 기차로 출발했고 나머지 동지들은 서울에서 오전에들 출발했다.

 

직장일로 회의가 잡혀있던 나는 부득이 하게 따로 출발하게 되었다. 제천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주천까지 택시를 타고 (그 길이 얼마나 무서웠나 모른다. 어둠이 내리는 한적한 산골길을 생전 처음보는 아저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쌩판 모르는 동네를 총알택시에 준하는 속도 지나간다는 것은 정말... 무서웠다. ㅠㅠ) 그 곳에 도착했다.

 

낮부터의 보트놀이와 낮술로 이미 동지들의 취흥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레벨을 맞춰볼라고 술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렇게 미친듯이 흥겹게 노는 동지들이 왠지 안 쓰러워보였다.

 

체력이 딸려 취흥이 시들 무렵 선배와 논쟁(?)을 하였다. 나의 뭔가 나사가 하나 풀려있는 듯한 최근의 자세를 콕 찝어서 '고민을 너무 안 한거 아니냐? 불성실하다'는 선배의 질책이 가슴에 예리하게 꽂혔다.

 

정말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내가 올바르게 살고 있는게 아니라는 고민이 많아지는 요즈음이었다.

 

많이 고민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한 지금의 내 조건들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고민이었다.

 

투잡도 투잡 나름이지 정말 이도 저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은 내가, 선전위원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내가, 맨날 일에 치여 지내면서 충실하지도 못한 내가 참 한심스러운 요즘이었다. 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던 요즈음이었다.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장기적 관점에서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무엇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정말 고민되던 요즈음 이었다. 연구소 동지들과도 즐겁게 술을 먹거나 이야기를 하지 못할정도로 누구에게도 얘기도 못하면서 지낸 어찌보면 '외로운' 요즈음 이었다.

 

그런 요즈음의 나에게 선배가 던진 질문은 정말 너무나 예리했다. 흘러내리기 시작한 눈물이 그칠줄을 몰랐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대성통곡을 하다시피 한참을 울었다. 정말... 나도 주체를 못 할만큼 많이 울었다. 울다가 너무 지쳐 잠이 들만큼... 정신 없이 울었다.

 

나의 대성통곡이 그냥의 지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나'를 나의 '활동'을 그리고 나의 '인생'을 고민해봐야겠다.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서 스스로를 추스려야겠다. 그런 고민의 구체화와 소통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울었던 이유를 스스로 까먹지 말아야겠다. 올바르게 하고 있지 못함에 대한 해결의 방식과 길을 모색해야한다.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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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4 15:16 2005/07/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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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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