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진(법무부 검찰국장)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전화하여 “김학의 전 차관이 출국 시도를 하려다가 공항에서 제지되었다고 합니다. 법무부 차원에서 출국금지를 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사단 검사의 신청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빨리 이광철에게 연락해주세요”라고 말하였고, 조국은 즉시 피고인에게 전화하여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출국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가 하는 말이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측에서 출국금지 요청을 하면 법무부 측에서 이를 받아서 바로 출국금지를 해주겠다고 하니 빨리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고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하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청장 후보자의 검증을 다시 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때 억울하게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학정된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15일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당시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한 대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지용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3월 수원지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으로 이 비서관 등을 기소했을 때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지휘 라인에 있었다. 위의 검찰 공소장을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결정을 내린 윤대진 검찰국장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조국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대검 조사단 검사에게 연락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움직인 실행자들은 기소된 것이었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의형제라고 얘기할 정도로 가까웠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동생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친윤 인맥이었다. 이 비서관 등이 기소되자 검찰 주변에서는 출국금지 조치에 법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백보 양보해 받아들이더라도 실무 일을 했던 검사들만 기소되고 그 결정을 내린 윤 검찰국장은 멀쩡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검 형사부장은 수원지검의 기소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위치인데 김지용 부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인선 재검증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함께 출연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조심스럽게 그런 뜻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주기자 라이브'에 출연해 당시 사건에 윤우진 당시 검찰국장이 연루돼 있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에게 뇌물을 받고 강간 및 마약 피해 여성들의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심을 산 그가 2019년 3월 22일 밤 10시쯤에 타이베이로 출국하려다 제지를 받으며 시작됐다. 당시 김 전 차관은 얼굴과 체격이 비슷한 사람을 앞세워 카메라에 잡히게 하고 자신은 뒤에 숨어 출국하려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세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가 이규원 검사였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은 긴급출국금지 요청서와 출국금지 사후 승인요청서에 허위로 내사 사건 번호를 기재했고 서울동부지검장 명의를 도용했다는 이유로 잘못된 수사이고 법적 도덕적으로 인권유린이라고 몰아붙였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광철 비서관도 기소했다.
이 사건을 공익신고한 장준희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문제 많은 김 전 차관은 별개로 치더라도 검찰의 기득권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수사하라고 용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지만 윤석열 검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하게도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세 사람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지난해 9월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당시 대검 차장검사였던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두 달 전 봉 수석,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성상헌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모해위증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부서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지만 그 뒤 감감 무소식이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을 돌아보면 검찰이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제식구를 향해서도 얼마나 왜곡된 칼날을 휘두르고 진실을 곡해할 수 있는지 압축해 보여준다.
이규원 검사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로 근무하던 당시 윤중천에 대해 허위 면담보고서를 작성한 점과 출국금지 사건 때의 사소한 실수를 징계 사유로 들어 해임했다. 그는 불복해 지난해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윤중천 면담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한 혐의 사건에서는 지난 6월 대법원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이 확정됐다.
김 후보자가 검찰 재직 당시 ▲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를 청구했을 때 이에 반발한 전국 검사장 성명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것 ▲ 같은 해 채널A 검언 유착 실상이 드러났을 때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던 정진웅 검사가 독직 폭행으로 내몰려 기소됐을 때 몸싸움에 가담한 경위 ▲ 2022년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를 공개 반대한 경위 등도 재검증에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당은 지난 7일 제청 발표 직후 검찰의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중수청에 안정적으로 옮기고 새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환영했다. 반면 당내 검찰개혁 강경파는 김 후보자가 과거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했던 전력 등을 들어 공개적으로 인선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4일 김 후보자를 향해 윤석열 전 총장 징계 반대 성명과 정진웅 검사 기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등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박주민 의원도 수사·기소 분리라는 원칙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인선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경기지사도 지난 12일 김 후보자 지명을 비판했다. 추 지사는 김 후보자를 “한동훈과 한 배를 탔던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초대 중수청장 인선이 검찰개혁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김 후보자는 직접 해명에 나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형사사법 개혁의 대원칙에 적극 공감한다”며 검사 시절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한 것은 범죄 피해자 보호 공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친윤 검사’라는 평가에도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검찰 인사에서 좌천됐고 특정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또 "정진웅 부장검사의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몸싸움 부분은 제가 서울고검 차장검사 시절 관여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저의 의견을 분명하게 일관되게 밝혔지만, 제 의견이 관철되지 못해 지금도 아쉽게 생각한다"며 기소에 반대했음을 시사했다. 이어 "김학의 출국금지 관련 사건도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생각이 있었고 일관된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그때도 제가 최종 결정권자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제 의견을 일관해서 분명하게 전했지만, 관철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한결 선명하게 새로운 인선을 촉구하고 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15일 의원총회에서 “지명된 후보자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검증이 아니라 잘못된 인사 지명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검찰개혁 취지를 이해하고 검찰 중심 수사 문화를 바꿀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을 새 후보자로 지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후보자 인선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중수청의 성격과 초대 중수청장의 무게를 둘러싼 시각차 때문으로 보인다. 새 조직을 빠르게 안착시키려면 검찰의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검찰개혁의 상징인 초대 중수청장부터 기존 검찰 조직·문화와 명확히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것이다.
공소청 직제와 인력 구성을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강경파와 조국혁신당은 기존 검찰 인력과 기능이 새 형사사법 체계에 상당 부분 남을 경우 수사·기소를 조직상 분리하고도 사실상 기존 검찰 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결국 후보자 자신이 과거 문제되는 행동들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자신의 위치와 당시 행동에 대해 잘못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과거의 신념과 지금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과 중수청의 운영 방향과 철학을 얼마나 설득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 출신 김지용 후보자의 중수청장 후보 지명에 반발하는 추 지사를 비롯한 여권 강경파의 비판을 달래기 위해 이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했다는 해석도 있었는데, 사실과 다른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실제로는 추 지사 등의 문제제기가 있기 전에 이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도중 일찌감치 김 후보자 재검증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