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정치·재정 불안과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지난해 5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프랑스 국채 투매 사태는 예사롭지 않으며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도무지 꺾일 기미가 없다. 긴축 드라이브를 건 유럽중앙은행(ECB)는 금융 불안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주요국 재정불안과 물가급등으로 맥 못추는 유로화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전장보다 0.8% 하락한 1.1161달러까지 떨어진 데 이어 영국 런던 외환시장에서도 0.6% 내린 1.12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주까지 달러 대비로 4주 연속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5% 가까이 하락했다.
스페인에서 주거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등으로 조기 총선 관측이 커졌고, 이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예산안 불확실성 및 재정 안정성 우려로 불안한 프랑스 채권 시장을 더 흔들었다.
지난주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4.9%까지 치솟았으며, 지난 2일 프랑스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차는 1.5%포인트(p)로 2011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보다 더 안정적인 독일 국채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유로존 약세를 견인하는 유럽 채권시장 위기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 단기 투자자들이 현물 유로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였고, 이것이 옵션 관련 매매로도 이어졌다.
시장은 유럽 채권 시장 위기가 유로존 약세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시장에선 프랑스 부채 문제가 유로존 전반으로 퍼지지 않도록 유럽중앙은행(ECB)이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에릭 로버트슨 스탠다드 차타드 수석 전략가는 “유럽 정세가 정말로 악화하기 시작했다”며 “프랑스는 재정을 다잡을 의지나 능력이 없어 보이고, 성장률이 저조한 시기에 높은 에너지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있어 유로화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마저 치솟는 유로존…에너지가 18.8% 급등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의 지난 달 물가상승률이 에너지 가격 급등 탓에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9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8% 오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3년 9월(4.3%) 이후 3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 8월의 3.2%에 비해서도 현저히 오름폭이 커졌고,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전망치 3.7%도 소폭 웃돌았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대비 18.8%나 뛰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렸다. 반년 넘게 이어진 중동 전쟁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전달의 상승률 14.3%를 훌쩍 뛰어넘었다.
서비스 부문 물가도 3.2% 올라 전달의 3.0%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주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역시 8월 2.4%에서 지난달 2.5%로 소폭 올랐다. 식품·주류·담배 가격의 상승률도 1.4%로, 전달의 1.1%를 웃돌았다.
목표치인 2%를 크게 넘어서는 물가 상승이 이어짐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AFP통신은 짚었다.
ECB는 물가 급등세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6월에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금리를 올렸다.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 ECB
한편 ECB는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올해 4분기 3.6%까지 올랐다가 내년부터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주 시장은 물가상승률 정점이 4.0%에 이른다고 보고 ECB가 앞으로 1년간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급격히 강해질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프랑스발 안전선호 재료에 ECB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독일 국채(분트) 2년물 수익률은 지난 한 주 동안 20bp 남짓 급락했다. 직전 주까지만 해도 시장은 ECB가 앞으로 1년 동안 많으면 네 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었으나, 긴축 기대가 약해진 것이다.
당장 ECB가 이번 달은 금리를 높이는 게 어려워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프랑스 채권투매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예의 주시해야 할 때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