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에서 극우 부활, '닮은꼴' 한국의 미래 될까

2026/10/07 08:41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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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10.07 07:30

  • 수정 2026.10.0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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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결선 승리가 낳을 끔찍한 악몽과 후폭풍

성과와 한계 보여준 개혁과 집권 연합의 균열

복음주의와 권력 카르텔, SNS로 부활한 극우

'부패'와 '치안 불안'으로 업그레이드한 프레임

급진좌파는 안 보이고 우파는 압승한 1차 투표

쿠데타 시도와 사법 공세까지 닮은꼴 두 나라

브라질 정치적 비극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

10월 4일에 1차 투표를 마친 브라질 대선은 곧 있을 미국 중간선거 다음으로 국제적으로 큰 파급력을 낳을 수 있는 중요한 선거로 주목받아 왔다. 그리고, 브라질 대선 1차 투표는 결국 극우적 성향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르의 약 2%P 차이 승리로 나타났다. 플라비우는 마찬가지로 극우이면서 임기 막바지에 친위쿠데타까지 시도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르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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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0월 말에 있을 결선 투표에서 플라비우의 승리가 확정되면 그것이 낳을 치명적 후폭풍들은 끔찍할 정도이다. 쿠데타에 실패하면서 27년형의 가택연금 처벌을 받고 있는 자이르는 사면받고 석방될 수 있다. 쿠데타 모의에 동참했던 공범들도 마찬가지다. 또 이미 대부분 극우나 우익 정부들이 들어서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우경화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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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국가인 브라질에서 극우 정부가 들어서면, 위기에 처해있던 트럼프 정권은 강력한 동맹과 큰 선물을 받게 된다. 라틴아메리카를 미국의 앞마당으로 만들려는 트럼프의 '돈로(먼로) 독트린'은 더 강한 날개를 달게 되고, '기후 위기'에 큰 관심이 없는 플라비우 정권은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밀림을 거침없이 파괴할 것이 분명하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4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PL) 후보는 47.03%의 득표율로 45.16%에 그친 노동자당(PT) 소속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제치고 1위로 결선 투표에 올랐다.

무엇보다, 글로벌 남반구를 대표하며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반대해 온 룰라 정권의 퇴장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도 큰 타격과 쓰디쓴 손실이 아닐 수 없다. 2년 전만 해도 브라질의 극우 진영은 심각한 위기와 분열 속에서 끝까지 완주할 대선 후보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보우소나르의 부인과 자식들 간에도 아귀다툼이 벌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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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대자본가들 속에서도 룰라 정권의 대중국 무역 의존 정책을 지지하는 제조업과 금융 자본가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코로나 사망자 숫자로 상징되는 보우소나르 정권이 엉망으로 만든 나라를 물려받은 룰라와 노동자당 정권은 사실 의미 있는 개혁과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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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노동권이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고, 아마존 난개발을 상당 부분 중단시켰다. 미국과 트럼프의 압박 속에서도 자주적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노동시간 단축이 추진되고 최저임금이 인상됐고, 사회복지가 확대되면서 빈곤층이 줄어들었다. 경제가 회복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실업률도 낮아졌다. 하지만, 그 성과들을 과장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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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삶의 고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막대한 가계부채에 의존해서 부족한 임금과 소득을 메우며 주거와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문제도 여전했다. 낮은 실업률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통해서 유지되는 위태로운 성과였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더 과감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했지만, 룰라와 노동자당은 그것을 주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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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우파까지 포함하는 광범한 개혁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략이 그 바탕이 됐다. 더구나 주 정부와 의회에서 소수파인 노동자당으로서는 중도우파들(민주운동당, 사회민주당, 공화당 등)의 지지를 얻어야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나아가 룰라 정권은 중도우파적 인사들을 부통령이나 주요 장관직에도 받아들이며 균형을 추구했다.

 

룰라와 보우소나루 [로이터=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노동자당 내부에서도 '누구와 손을 잡고 어떤 속도와 방식으로 무슨 개혁을 추진할 것인지' 논쟁과 갈등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노동운동, 도시와 농촌의 빈민들, 진보적인 중산층들로 구성돼 있던 룰라의 집권 연합도 느슨해지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룰라의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지지보다는 반대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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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제는 룰라와 노동자당이 차기 주자를 성장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노동자당은 이번 대선에서 이미 6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던 80세의 룰라를 다시 후보로 내세우는 길밖에는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중도우파 정당들의 다수는 룰라 정권에게서 등을 돌리며 보우소나르 진영과 다시 가까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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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보우소나르 가문과 극우진영은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이라는 강력한 기반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힘을 모으고 회복해 나갔다. 더구나 이들의 뒤에는 거대언론과 대자본, 군부와 검찰이라는 전통적 권력 카르텔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에 트럼프 정권의 외교적 지원 사격까지 더해지면서 브라질 극우의 힘은 다시 회복되고 사회 곳곳으로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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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브라질의 극우는 소셜미디어와 뉴미디어에서도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온갖 가짜뉴스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게시물을 통해서 아젠다를 주도하고 프레임을 설정해 나가며, 청년(남성)들 속에서 의미 있는 기반 확대를 이루었다. 브라질의 극우는 기술 혁신과 SNS의 발달을 매우 잘 활용하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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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프레임이다. 원래 브라질의 우파는 언론-검찰 권력을 이용해서 룰라와 노동자당을 '부패 세력'으로 몰아가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 덕분에 룰라를 '부패 범죄자'로 만들어서 감옥에 가두고 자이르 보우소나르가 대통령이 됐었다. 하지만 그것이 표적 수사와 억지 기소로 인한 정치 공작의 결과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정권은 다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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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번 만들어진 프레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룰라와 노동자당이 '뇌물이나 받는 부패하고 위선적인 정치인'이라는 극우의 공격은 지금도 여전하고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브라질 극우는 여기에 '치안 불안'이라는 요소를 결합시켜서 더 강력한 프레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초췌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난 9월 14일 쿠데타 모의 유죄판결을 받은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병원진료를 받은 뒤 병원을 떠나는 모습. 가디언 11월 25일

'뇌물이나 받는 부패한 정치인들이 조직 범죄집단과 결탁해서 치안이 더 불안정해지고 범죄가 증가했다'는 논리다. 이것은 브라질 사회의 고질적인 마약, 살인 범죄와 갱단의 총격 사건 등에 불안감을 느껴온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플라비오는 이번에 강간범 화학적 거세, 초대형 교도소 5곳 신설 등의 초강경 치안 강화 공약을 내걸고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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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터진 '마스터-보르카루' 부패 스캔들도 극우에게 아주 좋은 카드가 됐다. 사기꾼 금융업자인 보르카루가 배임과 분식회계를 저지르며 마스터 은행을 인수하고 추악한 로비를 통해 대규모 공공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의심받는 이 사건에는 수많은 정치인, 법조인들이 의혹 대상으로 등장한다. 우파 인사들이 상당수이지만 룰라에게 공정한 판결을 내린 모라이스 대법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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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는 이것을 연결 고리로 이용해서 마치 룰라와 노동자당이 '마스터-보르카루' 스캔들의 몸통인 것처럼 선동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어차피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이번 대선 1차 투표 결과에 큰 정치적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는 보우소나르 가문과 극우야말로 온갖 부패와 뇌물 범죄들로 이어지는 권력 네트워크에 깊숙이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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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이 거꾸로 룰라를 '부패'로 몰아가다가, 이제 권력을 잡게 되는 상황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룰라 정부를 왼쪽에서 비판하며 더 강력한 개혁을 주장한 급진좌파 후보들은 이번에 다 합쳐도 0.2%밖에 득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플라비오보다 더 극우적인 후보까지 포함한 나머지 우파 대선 후보들은 다 합쳐서 7%가 넘는 득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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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와 상원/하원 투표 결과까지 보면 우파 후보들의 득표와 당선자 수가 진보좌파 후보들의 득표나 당선자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진다. 그나마 독자적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극우에 맞서서 룰라를 비판적으로 지지한 '사회주의해방당'(PSOL)이 하원 선거에서 약 5%를 득표해 14석이라는 다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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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룰라의 온건하고 타협적인 노선이 패배를 낳았고, 노동자당과 선을 긋는 독자적 좌파정당이 필요하다'는 단순하고 도식적인 평가로는 지금 브라질 정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브라질 대선에서 섬뜩한 것은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점에 있다. 원래 한국과 브라질의 역사와 정치는 공통점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기념촬영 후 룰라 브라질 대통령 어깨를 감싸며 퇴장하고 있다. 2025.6.18. 연합뉴스

두 나라 모두 식민 지배, 군부독재, 쿠데타로 뒤덮인 어두운 역사가 있었고 노동운동과 민주화 운동으로 그것을 벗어나 왔다. 그런데 그것이 거꾸로 뒤집히는 점에서 다시 비슷해지고 있다. 친위쿠데타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구속된 극우 대통령, '사법리스크'로 공격받다가 대통령이 된 노동자 출신 야당 지도자, 정권교체 얼마 후에 지지율이 추락한 개혁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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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속도와 방식을 둘러싸고 분열하고 갈등하는 진보좌파, 상대방을 '부패'로 공격하다가 이제는 '엉터리 사법개혁으로 범죄천국을 만들었다'고 공격하는 우파 정치인들, 유튜브와 SNS를 이용해 청년들 속으로 파고드는 극우, 거리에서 국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트럼프의 개입을 촉구하는 극우의 지지자들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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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결국 브라질은 쿠데타를 모의한 보우소나르의 아들이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나라에서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후계자가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무시무시하도록 비슷하고, 예언적이다. 그래서 더욱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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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진보진영은 2차 투표에서 역전이라는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설사 그런다고 해도 소수파 정부로서 어려움을 극복하며 룰라 이후의 대안을 만들 수 있을까? 한국의 우리는 브라질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며, 갈수록 비슷해지는 실패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공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브라질과 한국 모두에서 더욱 깊은 고민과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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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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