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칼럼] 조선(북한)의 '경제·핵 병진노선'의 당혹스러운 성과 (중) 불일치 문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6.04.07. 08:42:49
조선(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월 하순과 3월 하순에 각각 열린 9차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지금 우리의 사회주의 국가건설 위업은 모든 방면에서 한 단계의 발전을 이룩하며 다음 단계에로 이행하는 관건적인 시기에 들어섰다"가 자평했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다년간의 발전계획을 성과적으로 완수하고 생산장성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2025년 말에 가서 2020년 수준보다 국내총생산액은 1.4배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2023년 연말에 2023년 국내총생산액이 2020년에 비해 "1.4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2년 앞서 2021년에 정한 5개년 경제발전 목표를 달성했고, 5년간의 성과를 종합해본 결과 이를 초과달성했다는 뜻이다.
한국 추정치와 조선 발표치의 '불일치'
우리는 대개 조선의 경제와 식량 사정을 한국은행과 농촌진흥청의 '추정치'로 판단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정치는 조선이 공개한 내용과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일례로 한국은행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조선의 매년 경제성장률을 –1.1, 3.9, -3.5, -4.1, 0.4%로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이 시기 조선의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9%이다.
그런데 조선은 2021년 7월에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위급 정치포럼'에 제출한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VNR)>를 통해 "2015-2019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1%"라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은행의 추정치보다 6% 포인트나 높다.
이와 비슷한 기간에 농촌진흥청과 조선의 발표 사이의 간극도 매우 컸다. 농촌진흥청이 추정한 조선의 식량작물 생산량 추이를 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차례로 451만톤, 482만톤, 455만톤, 464만톤, 440만톤, 469만톤으로 나온다. 이러한 추정치를 근거로 외부에선 조선이 매년 100만톤 안팎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조선은 2021년 7월 유엔에 제출한 <VNR> 보고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알곡 생산량을 각각 585만톤, 550만톤, 485만톤, 665만톤, 552만톤이라고 밝혔다. 연평균 차이가 약 105만톤에 달했는데, 이는 외부에서 추정한 조선의 식량 부족분과 대체로 일치한다.
이러한 차이와 더불어 "북한이탈주민"을 상대로 실시된 설문조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18년에 탈북한 주민 116명을 대상으로 2019년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하루 식사를 몇 회 했냐'는 질문에 87.9%가 "하루 세끼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2015년 이후 결식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이 '초과 달성'했다고 자평한 2021〜2025년은 어떨까? 한국은행은 조선의 GDP 성장률을 2021년 –0.1%, 2022년 –0.2%, 2023년 3.1%, 2024년 3.7%로 추정했는데(2025년 추정치는 2026년 하반기에 발표 예정), 이에 따르면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1.6%이다. 그런데 조선은 국내총생산이 2023년에 2020년에 비해 1.4배가 늘어났다고 밝혔는데, 이를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11.9%에 달한다. 이후 2년에도 이 수치를 적용하면 한국은행 추정치와의 차이는 10% 안팎으로 벌어진다.
또 농촌진흥청은 2021~2025년 조선의 연간 식량 생산량을 400만톤 중후반으로 추정했는데, 5년간 평균치는 474만톤이다. 이에 반해 조선은 2021년 알곡 생산량이 550만톤이었고, 2023년에는 목표치의 3%를, 2024년에는 7%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2025년에도 "만풍년"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의 추정치와의 차이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 인민의 먹거리가 알곡뿐만 아니라 고기, 수산물, 다양한 가공식품과 기호식품, 채소와 과일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러한 '불일치'는 몇 가지 생각해볼 문제들을 던져준다. 조선이 간간히 경제 및 식량에 관한 정보를 공개함에 따라 이를 1차 자료로 삼으면서 그 타당성을 분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이를 무시·외면·불신하면서 자체적인 추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선의 경제와 식량 사정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합리적인 대북정책 수립과 국민의 객관적인 대북 인식에 큰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
핵무장 덕분에 먹고 산다고?
그렇다면 조선의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은 어떻게 가능해진 것일까? 김정은 정권은 그 비결(?) 가운데 하나로 '핵무장의 효과'를 뽑는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핵방패의 굳건한 구축은 비단 군사분야, 안전보장분야 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를 비롯한 나라의 모든 분야의 발전과 인민생활개선을 확고히 담보하고 추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포기가 없으면 번영이 없을 것이라던 적대세력들의 억지스러운 요설과 궤변을 과학적인 현실로써 여지없이 분쇄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조선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핵무력으로 "안전담보를 마련"하고 "경제발전에 큰 힘을 돌려온 우리식의 발전전략"이다. 이러한 발전전략에 따라 "주요 경제분야에 대한 국가적인 투자를 2.4배, 이 가운데 핵심부문에는 8배 이상"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또 인민 생활과 복리 증진, 그리고 지방발전 등에 있어서도 "지난 시기에는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국가적인 역량과 재원이 돌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조선이 공개한 최근 5년간 국가예산의 항목별 추이를 보면 국방비는 15% 후반대로 유지한 반면에, 경제건설 예산의 비중은 40%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건설뿐만 아니라 교육·보건·과학기술·농업 등의 예산 비중도 꾸준히 높아져왔다. 이는 흔히 외부에서 묘사하는 '군사 우선, 민생 희생' 구도가 또 하나의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조선은 이러한 자심감을 바탕으로 올해에는 전년보다 국가예산을 5.8% 늘리기로 했다. 2021∼2025년의 연평균 증가율이 2% 수준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상당한 증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필요한 자금"으로 전체 예산의 43.8%를 배정키로 했다. 이에 반해 국방비는 15.7%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또 2026〜2030년 5개년 경제건설의 목표로 2025년 대비 국내총생산을 1.5배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연평균 8.45% 수준의 경제성장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물론 조선은 여전히 경제적으로나 민생 측면에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조선이 간혹 공개하는 통계가 완전하다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선이 고도의 기술과 많은 소재·부품·장비가 들어가는 최신형 무기 개발에 자체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은 과학기술력과 민간 산업으로의 파급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통계 작성과 보고 체계 정비도 꾸준히 추구해 발표 수치의 신뢰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도 할 수 있다.
대북 제재의 강화로 외화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환율과 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진단도 있지만, 국가 배급 체계의 빠른 정상화와 현물 경제의 비중 확대, 그리고 수입대체 산업화로 이를 극복하고 있는 상황도 주목해야 한다. 내부 순환 경제의 토대가 구축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병진노선이 품고 있는 '경제 논리'
기실 핵무장을 통해 '안보의 경제성'과 경제발전을 추구한 사례들은 더러 있다. 재래식 군비의 비중은 줄이면서 핵전력의 대폭 증강으로 이를 상쇄하고 경제 회복을 시도했던 미국 아이젠하위 행정부의 '뉴룩(New Look)',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탄·수소탄과 인공위성)'을 조속히 완성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려고 했던 중국의 덩샤오핑, 경제발전과 자주국방을 동시에 추구했던 박정희 정권이 비밀 핵개발 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구원한 건 다름 아닌 핵무기였다"고 진단한 바 있다. 냉전 시대에 "서구 국가들이 재래식 무기로 그들(소련과 동유럽)과 같은 수준에 다다르려 했다면, 아마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을 철회하고 영구적 전시 상태에 놓인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야 했을 것"이라며 한 말이다.
이는 김정은이 말한 '핵무력을 통한 국가발전론'과 매우 흡사하다. 이와 관련해 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앞서 말한 '자원 투입의 조정'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둘째는 '군민융합'(軍民融合)이다. 이는 병력에서부터 군수산업에 이르기까지 군사 부문을 경제건설에 적극 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군사 부문의 민수용으로의 전환이다. 군복무기간을 단축해 경제건설에 젊은 노동력 투입을 확대하고 여러 곳의 군 비행장을 온실농장으로 바꾸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핵과 경제의 관계에 관한 조선의 셈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정일 시대에는 '양자택일'의 성격이 강했었다. 핵무장을 선택하자니 경제가 망할 것 같았고, 경제를 선택하자니 핵 억제력의 부재에 따른 안보가 걱정이었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이러한 딜레마를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까지는 좌고우면도 하고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도 시도했지만, 2020년부터는 확실한 방향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보는 자체 완성주기를 갖춰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판단한 핵과 미사일 중심으로 해결하고, 국가적 역량의 상당 부분을 경제건설과 민생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성과가 마땅치 않다면 재검토라도 하겠지만, 상당한 성과가 나오면서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충만한 상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