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찍부터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천명했던 진보당이 격전지로 꼽히는 울산과 경남 단체장 선거 등에서 잇따라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 측에 힘을 몰아줘 눈길을 끈다. 진보당 당세가 상당한 지역에서 후보들이 과감히 사퇴하고 공동 선대위원장 등을 맡아 함께 선거운동에 나섬에 따라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박빙 승부에서 좀 더 유리한 구도를 점하게 됐다.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막판에 극적으로 사퇴한 진보당 김종훈 전 후보는 29일 민주당 김상욱 후보의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제안을 수락했다. 김상욱 후보는 이날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김종훈 전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신뢰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모셔 민주·진보의 함께함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며 "진보당 동지들의 바람과 용기, 가치와 노력을 가슴에 새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훈 전 후보도 "성심을 다해 주민을 만나고 열심히 뛰어야 하며, 그것이 이번 단일화 의미가 더욱 빛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란 청산, 울산 대전환을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종훈 전 후보는 애초 김상욱 후보 측의 귀책사유가 있었음에도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 여론조사를 다시 진행하자는 요구를 우여곡절 끝에 전격 수용해 사전투표일을 하루 남겨놓은 전날 오후 5시 무렵 재경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후보 사퇴서를 울산시선관위에 제출했다.
김종훈 후보의 재경선 수용 때 "진보당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경북 구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상욱 후보가 민주·진보 단일 후보로 등록하게 돼 다행스러운 일이다. 진보당과 손잡고 부울경에서 반드시 파란 바람으로 승리할 것"이라며 "울산뿐 아니라 부울경, 대구·경북 선거에도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한다. 더욱 고마운 것은 진보당이 단일화만 한 것이 아니고 선대위원장 등을 같이 맡으며 공동 선거운동을 펼치기로 한 점"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앞서 진보당 전희영 경남지사 후보는 27일 여론조사도 없이 민주당 김경수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경남도청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 후보는 "경남에서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내란을 완전히 끝내고자 김 후보로 조건 없는 단일화를 결심했다"고 소개했고, 김 후보는 "내란 청산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해준 전 후보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 후보는 사퇴 후 곧바로 김 후보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공동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경남지사 선거는 초박빙 구도를 보여온 김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경남 김해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진보당 박봉열 후보도 26일 "극우 내란 세력 저지와 김해 대전환을 위해 단일화에 합의했다"면서 후보직을 사퇴하고 민주당 정영두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이 20일 실시한 울산 남구청장, 울주군수 후보 경선에서는 100%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민주당 최덕종, 김시욱 후보가 각각 승리해 단일 후보로 선출됐고 진보당 김진석, 강상규 후보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경남 진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갈상돈 후보와 진보당 류재수 후보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갈 후보로 단일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사례는 계속 이어졌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서 "울산과 부산에서 민주당-진보당 선거연대가 실현돼 양당 사무총장의 합의문 서명식이 진행됐다. 이번 합의는 진보당이 일관되게 제기해온 '당 대 당 선거연대' 제안을 민주당이 수용한 결과"라며 "격전지의 모든 선거구에서 1:1 구도를 만들어 내란 청산을 반드시 완수하자는 호소에 민주당이 화답한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 이미 발표된 강원도, 경남 진주시, 서울 송파구와 현재 협의되고 있는 지역들을 포함해 모든 격전지에서 감동 있는 선거연대로 내란 청산의 역사적 사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자신이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이기도 한 김 상임대표는 25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주당과 당 대 당 선거연대 협상을 해서 울산, 부산 등 전국적으로 저희가 기초단체장만 10명 이상 사퇴했다"며 "그런데 당 대표가 출마한 평택에서까지 (민주당‧조국혁신당과의 단일화를 위해) 포기하라고 얘기하는 건 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전국적으로 저희 후보가 너무 많이 사퇴했다. 만약 (선거 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과 합당을 하게 된다면 민주노동당 때부터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은 진보당인데 저희한테 너무 많이 희생을 강요하시는 게 아닌가"라며 "작년 대선에서도 제가 후보 사퇴했고, 재작년 총선 때도 저를 비롯한 60여 명의 후보가 사퇴했다. 다른 곳에서는 저희가 많은 헌신을 하고 있는데 몇 군데, 평택 같은 곳에서는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마지막까지 사수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호소드린다"고 했다.
진보당은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던 지난 15일 당시 총 316명의 후보를 등록했는데 전체 출마자의 절반 이상인 181명이 기초의원 후보다. 손솔 수석대변인은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선거는 평소 지역일꾼을 뽑는 것 이상의 중대한 의미가 있다"며 "여전히 기득권에 숨어 재집권의 야욕을 꿈꾸는 내란 세력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하는 역사적 분수령"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진보당은 '내란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 앞에서 과감히 대의를 선택했다. 울산시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진보당 후보들이 감내한 양보와 희생은 눈앞의 당리당략이 아니라 내란 세력에게 조금의 권력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단이었다"면서 "진보당은 오직 국민의 명령만을 받들며, 민심에 당의 운명을 걸고 이번 선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주권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투표로 내란 잔당 국민의힘을 우리 정치에서 완전히 퇴출해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