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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화물연대,총파업 결의후 경찰과 격렬 충돌

"박종태를 살려내라", "박종태를 살려내라"

▲ 시위대가 경찰이 거리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방어벽으로 사용한 경찰버스에 '박종태를 살려내라' 글씨를 새겼다. ⓒ 심규상 오마이뉴스

 

밥먹는 식당 덮치고, 귀향버스 올라 잡아가 / 경찰, 대대적 검거... 연행자 400여명 넘을듯
[현장 4신·마지막 - 대전] 화물연대, 총파업 결의후 경찰과 격렬 충돌
09.05.16 19:52 ㅣ최종 업데이트 09.05.17 00:37  심규상 (djsim)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33560&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NEW_GB=...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대전에서 이렇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16일 오후 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인 고 박종태 씨를 애도하며 시위를 벌인 대전시 대덕구 동부경찰서 인근 도로 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날 충돌은 민노총 조합원들이 당초 신고내용과 달리 중앙병원에서 약 1.7㎞ 떨어진 대한통운까지 계속 행진을 하려 하면서 빚어졌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돌이 난무했고, 이를 방패로 막던 경찰도 물대포와 경찰봉으로 응수하며 1시간여 동안 시가전을 벌였다. 만장(輓章)을 들고 행진하던 시위대는 박 씨를 애도하는 내용이 쓰인 검은색 천을 떼어내고 시위도구로 활용했다. 만장깃대 가운데 일부는 '죽창'처럼 끝이 날카로워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에게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일부 시위대는 한번에 5-6개의 만장깃대를 시위대 후방에서 공수해 온 뒤 대나무 끝이 경찰의 진압방패에 막혀 부러지거나 갈라지면, 곧바로 새것으로 교체해주기도 했다.

 

경찰은 경찰버스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친 뒤 물대포를 쏘며 행진을 막아보려 했지만 1만여명의 시위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에서 지원 온 한 경찰관이 시위대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는 등 돌이나 경찰봉에 맞아 부상한 시위대와 경찰 수십명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대한통운까지 시위대가 휩쓸고 간 1.7㎞ 구간에는 전의경 버스와 지휘차량 등 경찰 차량 30여 대가 유리창과 철망, 문짝이 부서진 채 나뒹굴며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자신들의 행진을 저지한 데 대한 분을 풀려는 듯 눈에 보이는 경찰 차량마다 돌 등을 던지며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대한통운 앞에서 별다른 충돌없이 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해산하는 순간 경찰은 검거조를 전격 투입해 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 간부 등 80여명을 연행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위대를 격려하거나 비난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현 정권 아래서 오죽 먹고 살기가 어려웠으면 저렇게 격렬한 시위를 벌이겠느냐"며 "교통정체도 있었고, 소음도 있었지만 시위대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경찰서에 진입하려 하는 등의 행위는 이해가 안된다"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여야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junho@yna.co.kr (끝))

 

 

"참고 또 참았다…이제 더는 못 참겠다"  

故박종태 사망 보름…화물연대 '총파업' vs 경찰 500명 연행
기사입력 2009-05-17 오후 2:34:02 /여정민 기자(대전)

 

▲ 박 씨가 숨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행진을 하겠다는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댔고, 노동자들은 결국 만장으로 만들었던 대나무를 경찰을 향해 겨누었다. ⓒ프레시안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참았는데, 이제는 평화적으로 못 합니다."

16일 오후 대한통운 택배 기사들과 함께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종태 씨의 영안실이 있는 대전중앙병원 앞에서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아저씨들, 평화적으로 해야지 폭력을 쓰면 어떻게 해요?"라는 한 시민의 말에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의 눈앞에는 1만5000여 명의 노동자와 110개 중대 1만 여 명의 경찰이 대치하고 있었다. 박 씨가 숨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행진을 하겠다는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댔고, 노동자들은 결국 만장으로 만들었던 대나무를 경찰을 향해 겨누었다.

 

"아니 그래도 비도 오는데, 다칠까봐 그러지"라고 걱정하는 시민을 향해 그 화물연대 조합원은 참아 왔던 말들을 쏟아냈다.

"사람이 죽었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저 인간들은 꼼짝을 안 하잖아요. 대한통운 앞까지 행진하겠다는데 그것도 못하게 하지 않습니까. 평화적으로 하면 우리만 자꾸 잡아가고 우리 말은 들어주지도 않는데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고 박종태 씨의 죽음으로 촉발된 노동계의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조합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통과시켰고, 민주노총은 다시 "이 투쟁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5.18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대한통운 대전지사 부근까지 행진을 했고, 뒤로 물러서던 경찰은 해가 진 뒤 해산하는 참가자들을 뒤쫓아 500명 가까이 무차별 연행했다. 돌아가려고 버스에 올라탄 참가자들까지 일일이 버스에서 끌어내렸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집회 참가 차량을 세워 연행해갔다.

노동계가 박 씨의 죽음에 대해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매년 전라도 광주에서 열던 '5·18 정신계승 노동자대회'가 올해는 박 씨의 죽음을 불러온 대전에서 열렸다. 화물연대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돌입 시기는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김달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는 한 고속도로 봉쇄를 비롯해 상경 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며 "파업 돌입 시기는 정부와 대한통운 측의 대화의지를 본 뒤 다음주 중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이 대한통운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임을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뒤에는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 정책이 있다"며 "경제 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이명박에 맞서 모든 조직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이 노동계 전체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달식 본부장은 무대 위에 올라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지난 2006년 포항에서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하중근 씨와 한미 FTA를 반대하며 스스로 산화한 허세욱 씨를 언급하며 "화물연대의 힘만으로 싸우도록 그냥 두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 본부장은 "철도, 택시, 항공 등 운수노조 산하의 모든 운수 노동자들도 총파업을 결의해 달라"며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결의해달라"고 요구했다. (...)

 


▲ 노동계는 시민·사회 단체들과도 함께 박 씨의 죽음을 정부에 대한 투쟁의 도화선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어서 충돌은 상당 기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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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결의대회 (09/05/09,대전)

고 박종태 열사 미망인 하수진씨가 고인에게 붙이는 편지

 
  
▲ 고 박종태 열사 미망인 하수진 씨가 고인에게 붙이는 편지 9일 오후 대전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 열린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고 박종태 열사 미망인 하수진 씨가 고인에게 붙이는 편지를 낭독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박종태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병원에 걸린 사진 속에서 당신이 튀어 나올 것만 같고, 다른 화물연대 조합원들처럼 바쁜 듯이 걸어 들어올 것만 같고, 큰 아이 말처럼 당신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

 

아이들에겐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된다, 다만 언제 죽게 될지 모를 뿐인데, 아빠가 조금 빨리 가신 것 같다고 말했으면서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받아들여지지가 않네.

 

체포영장이 떨어진 날, 입을 옷가지들을 챙겨서 보냈는데, 속옷이 마음에 걸려서 싸구려가 아닌 좀 좋은 것으로 줄려고 사다 놓은 속옷이 아직 서랍장에 그대로 있을 텐데...

 

여보 생각나? 작년 12월 마지막 날 눈이 너무도 이쁘게 와서 정말 모처럼 만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걸으면서 '나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지?'하고 했던 말, 나 그때 그냥 웃기만 했는데 말해 줄걸 그랬어. '그래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당신이 사랑했던 동지들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지금 보게 되면서 늦었지만 알게 돼. 당신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여보.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마. 나 아직 잘 견디고 있고, 당신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신이 정말 마음 놓고 웃으며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간직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당신이 가는 마지막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당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살아갈게.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을 궁지로 몰아서 죽인 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밥줄을 끊겠다'는 둥, '질서를 지키라'는 둥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인간입니까? 사람을 죽여 놓고 협상은커녕 사죄도 그 어떤 것도 하고 있지 않는 대한통운과 금호는 누구를 위해서 아름다운 기업입니까? 고인은 아직 깜깜한 어둠속에서 차디찬 얼음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랑했던 대한통운 택배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저 뒤에 숨어있는 자들입니다. 더 이상 슬러하는 대신에 일어나서 싸워주십시오.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남아있는 저희 가족이 살 수 있는 것도 여러분들에게 달려있습니다.

 

 

 

5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나무에 리본을 단 이유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결의대회... "고인 유언처럼 악착같이 싸우자"
오마이뉴스 09.05.09 20:54 ㅣ최종 업데이트 09.05.09 21:32  장재완 (jjang153)  
 

대전 대덕구 읍내동 대한통운 앞 삼거리가 검은 옷에 검은 리본을 단 5000여명의 노동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이들은 대한통운으로부터 계약해지 된 78명의 택배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이끌다가 지난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 고 박종태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노동자들.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해고자 원직복직,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대전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6일 1000여명이 모여 제1차 투쟁결의대회를 개최한 화물연대를 비롯한 노동계는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등 제 진보진영 전체가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날 첫 투쟁결의대회를 마련한 것.

 

대한통운 정문을 가로막고 대형 무대가 설치됐고, 5000여명의 노동자들은 읍내삼거리 도로 전체를 점거한 채 대오를 갖춰 자리했다. 이들은 '근조'라고 쓰인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박종태를 살려내라', '대한통운 박살내자'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임성규 민주노총위원장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등 진보진영 주요인사들은 물론이고 각 지역별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고인에 대한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시작된 이날 대회는 경과보고와 대회사, 문예공연, 추모사, 유족인사, 투쟁사, 상징의식, 거리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대회사에 나선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박종태 열사는 결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가 뒷걸음질 치면서 거기에 깔려 죽은 것"이라며 "지금도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 수레바퀴에 손이 잘리고 발이 잘리고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이 땅은 모든 진보세력들이 지난 5월 1일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하나가 되어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면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이명박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그리고 대한통운과 금호그룹을 심판하기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추모사에 나선 이는 정영신씨. 그녀는 용산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고 이상림씨의 며느리다. 검은 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그녀는 "박종태 열사의 소식을 듣고 정말로 가슴이 아팠다"면서 "왜 힘없는 철거민과 노동자들이 희생을 당해야 하는지, 원망스럽고 한스럽다"고 말했다.

"살려고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을 죽인 이명박 정권, 일하고 싶어서 싸워야 했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은 그들은 사죄해야 한다. 용산참사가 110일이나 지났지만 저희 유가족들 지치지 않았다. 여러분들도 지치지 않고 싸워서 반드시 고임의 염원을 이루어 달라."

 

정씨를 이어 박종태 열사의 미망인인 하수진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하씨는 "여보, 오랜만에 불러 보네"로 시작된 편지에서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마, 잘 견디고 있다"면서 "당신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씨는 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지 말라"면서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하씨가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참가자들은 일제히 눈시울을 붉히며 고인을 추모했다.

 

 

투쟁사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나섰다. 먼저 강 대표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자본가들,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경찰이 또 다시 한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면서 "돈만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이명박 정권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노동자 대우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설움을 대변한 죽음이었다"면서 "7살과 10살 자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눈을 감아야 했던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결의의 시간을 통해 ▲ 노동기본권 보장 ▲ 비정규직 철폐 ▲ 노동탄압 중단 ▲ 운송료 삭감 중단 ▲ 집단 해고된 화물연대 대한통운택배 조합원 전원 복직 등을 촉구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상징의식'으로 고인이 목숨은 끊은 인근 야산의 현장과 주변 나무에 노란색 리본을 묶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노란리본에 "종태야 잘가라", "네 몫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마" 등의 문구를 적어 놓았다.

상징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참가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면서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또한 대한통운 건물의 현관과 유리창이 파손되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친 5000여 노동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박종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200여개의 검은 만장을 앞세워 고인이 안치된 대전중앙병원까지 1.7km의 도로를 따라 행진한 뒤 모든 일정을 마감했다.

한편,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날 오전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오는 16일 같은 장소에서 전국 노동자 1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16일까지 대한통운측의 사죄와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원직복직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서울에서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등 전국적인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출처 : 5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나무에 리본을 단 이유 - 오마이뉴스
 

 

  
▲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박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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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종태]아빠의 뜻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당장은 힘들고 괴롭지만, 비통해하거나 슬퍼하지만은 않겠다"

"고인이 남기고 간 뜻이 이뤄질 때까지,

아이들이 아빠의 뜻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날까지 참고 견디겠다" -한수진-


故 박종태 씨 아내 한수진 씨 "고인의 뜻 이뤄질 때까지 참고 견디겠다"

다음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밝힌 한수진 씨의 발언 전문이다.

지금 이 시간까지 우리 아이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몇 시간 후면 내가 만나 얘기해줘야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여기 저기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왜 다른 아빠와 달리 우리 아빠는 우리랑 안 놀아주냐'며 떼쓰던 아이들에게…. 마침 어제가 어린이날이었지만 내일은 우리 아들 생일이다. 실감이 안 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많은 일들을 하면서 아이들 아빠가 많은 추억을 남기고 가준 것 같아서 고맙다. 작년 아들 생일에는 나에게는 한 번도 안 끓여준 미역국도 끓여줘서, 그나마 추억을 갖고 있게 해줘서 고맙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괴롭지만, 비통해하거나 슬퍼하지만은 않겠다. 고인이 남기고 간 뜻이 이뤄질 때까지 참고 견디겠다. 아이들이 아빠의 뜻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날까지….

멀쩡했던 두 아이 아빠를, 단란했던 가정을, 이렇게 만든 금호자본과 그것을 방조한 정부가 조금이라도 인간의 탈을 쓴 사람이라면 하루 빨리 나타나서 사죄해야 한다. 또 다른 열사가 생기기 전에 더 큰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두 다리 뻗고 자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와서 사죄하기를 경고한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는 왜 죽어야 했나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프레시안 기사입력 2009-05-06 오후 4:54:34

 

아들 생일에 손수 미역국을 끓여주던 다정했던 아빠였다. 두 아이와 자신만 남겨두고 떠난 남편에게 아내가 "그래도 추억을 남겨주고 가서 고맙다"고 꾹꾹 울음을 참아가며 얘기할 수 있던 사람이었다. 지난 3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 박종태 씨는 구두 합의를 깨고 일방적으로 78명 택배 기사와의 계약마저 해지한 대한통운과 싸우고 있던 중이었다. 본인은 대한통운 택배 기사도 아닌, 25톤 화물차를 운전하는 노동자였다. "일체의 대화를 회피"하는 대한통운 탓에 "파업 아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대한통운 소속 조합원의 갖게 된 절망에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지난 달 30일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한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열 살 딸 아이와 일곱 살 아들 아이를 남겨둔 채였다. 아들의 생일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지난 2007년 10월, 법으로 보장된 "단체 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분신한 전기공 정해진 씨의 죽음 이후 불과 2년도 못 돼 또 다시 노동자가 노동 3권을 보장받기 위해 목숨을 버린 것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6일 한 목소리로 "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며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함께 싸울 것을 다짐했다. "대한통운으로부터 계약해지된 78명의 원직 복직 등이 이뤄지기 전까지 장례도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는 택배 기사와 달리 본인은 여러 회사의 물량을 운송하는 25톤 트럭 운전 기사였지만, 박 씨는 지회장으로 대한통운 기사들의 투쟁을 이끌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난 23일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던 박 씨는 지난달 30일 한 정당 게시판에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박 씨는 이 글에서 "현재 적들은 죽음을 요구하고 있다"며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 한다"고 적었다. 그리고 사흘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것.

 

이후 발견된 유서에서 그는 "나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최소한 화물연대가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서 전문] "시대가 노동자에게 죽음을 요구"

다음은 박종태 씨가 남긴 유서의 전문이다.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적들이 투쟁의 제단에 제물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었습니다. 동지들을 잃을 수 없었습니다.

저의 육신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진 않지만, 저의 죽음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 대접 받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큰 나라를 반토막내서 배 부르고 등 따신 놈들, 미국과 극우보수 꼴통들이 이번 참에 아예 지네들 세상으로 바꿔 버리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는 실종된 지 오래됐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거나 고분고분 노예로 살라고 합니다.

그 속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안락만을 위해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통 큰 목적을 가지고 한발 한발 전진하기 위해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적극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존권, 민중의 피폐한 삶은 사상과 정견을 떠나서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민중은 이론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의 죽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깜깜할 겁니다. 어떻게 승리하는지 저는 보지 못할 겁니다. 그것이 아쉽고 억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이런 식의 선택을 해야 되는지, 그래야 한 발짝이라도 전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속상하고 분합니다.

이름을 거론하자니 너무나 많은 동지들이 떠오릅니다. 저를 이만큼 건강한 간부로 활동가로 있게 해 준 소중한 분들. 저를 믿고 따라 준 형님, 동생, 친구들. 이 의미 있는 투쟁, 힘겨운 투쟁에 끝까지 남아 준 동지들 모두가 저에겐 희망이었습니다.

광주라는 곳도 사랑합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빕니다. 복잡합니다. 동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그 속에 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대한통운은 지난 1월 노조와 구두로 수수료를 건당 30원씩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양 측은 2월 시행을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외려 3월 15일 대한통운은 "본사의 방침"이라며 "합의는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이튿날 노조는 회사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분류 작업을 거부했다. 김종인 운수노조 위원장은 "택배를 분류하는 것은 계약서 상 택배 기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간 관행으로 택배 기사가 별도의 수당 없이 진행해 왔던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회사는 이들의 '항의'에 "근무지 이탈"이라며 "12시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원 해고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다시 오후 3시 경 "저녁 6시 전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자동 계약 해지됨을 최종 통보한다"는 문자가 조합원들에게 날아 왔다. 또 하루 뒤인 17일, 회사는 내용증명 우편으로 해고 통보서를 보냈다. 화물연대 심동진 사무국장은 "대한통운은 집단 계약해지 이후 노조와 비공식 대화마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초 단 한 차례 노조와 마주 앉아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대한통운 소속 PD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말했던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심동진 국장은 "대한통운은 PD직이 되면 택배 기사가 산 화물차의 소유 관계나 물량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도 하지 않고 그저 화물연대를 탈퇴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만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한통운은 화물기사들의 수입과 직결된 운송료 삭감의 선두주자"라는 것이 운수노조 관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택배 뿐 아니라 컨테이너 운송료도 대한통운이 한진, CJ 등 다른 물류운송 업체보다 가장 먼저 깎아 왔다는 것. 박 씨를 죽음으로 내몬 이번 사태도 대한통운의 이런 경영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노동계는 또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부 정책이 이들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초 노동부는 실제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주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없다며 관련 노조에 시정을 요구했다. 신고필증을 반려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부는 이들 화물 기사들이 자기 차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사람이므로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 주장은 다르다. 회사와 맺는 '화물운송 계약'은 형식적으로만 파트너 관계로 포장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종속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택배 기사의 경우 한 회사와 계약을 맺고 그 회사의 물건만을 나르고 있는 데다, 출근 시간이나 휴가도 자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이런 정부 정책을 놓고 "수 년 동안 합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음에도 이제와 신고필증 반려 운운하는 것은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에 대한 탄압 이외에 해석할 길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 노동절 대회에서 "이들 노조의 신고필증을 반려할 경우 민주노총은 설립신고필증 반납을 통한 특단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었다.

 

여기에 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의 싸움 과정에 개입한 경찰 등 공권력의 태도도 박 씨가 절망한 이유의 한 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운수노조 위원장은 "경찰은 신고 인원보다 많이 왔다고 집회 참가자를 무조건 연행하고 1인 시위자까지 병력을 동원해 둘러싸는 등 과도한 진압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박 씨의 죽음에 대해 "고인은 거꾸로 가는 역사의 칼날에, 이명박 정부가 휘두르는 민중 탄압의 철퇴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임 위원장은 "또 고인은 그런 이명박 정부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 우리들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라며 '총력 투쟁'의 뜻을 밝혔다.

 

박 씨의 아내인 한수진 씨도 "지금 당장은 힘들고 괴롭지만, 비통해하거나 슬퍼하지만은 않겠다"며 "고인이 남기고 간 뜻이 이뤄질 때까지, 아이들이 아빠의 뜻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날까지 참고 견디겠다"고 말했다. 이날 화물연대는 1000여 명의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오는 9일에는 역시 같은 곳에서 민주노총 등 '대책위' 주최로 집회가 열린다. 매년 5월 18일 즈음에 개최하던 '5.18 정신 계층 전국 노동자대회'도 이번에는 광주가 아닌 대전에서 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총파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달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아무리 힘없는 화물 노동자라지만 사람을 개처럼 부려먹고 버려서는 안 된다"며 "그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몽둥이가 필요하다면 우리가 몽둥이를 들겠다"고 밝혔다. (여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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