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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0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결의대회 (09/05/09,대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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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결의대회 (09/05/09,대전)

고 박종태 열사 미망인 하수진씨가 고인에게 붙이는 편지

 
  
▲ 고 박종태 열사 미망인 하수진 씨가 고인에게 붙이는 편지 9일 오후 대전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 열린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고 박종태 열사 미망인 하수진 씨가 고인에게 붙이는 편지를 낭독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박종태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 나는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병원에 걸린 사진 속에서 당신이 튀어 나올 것만 같고, 다른 화물연대 조합원들처럼 바쁜 듯이 걸어 들어올 것만 같고, 큰 아이 말처럼 당신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

 

아이들에겐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된다, 다만 언제 죽게 될지 모를 뿐인데, 아빠가 조금 빨리 가신 것 같다고 말했으면서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받아들여지지가 않네.

 

체포영장이 떨어진 날, 입을 옷가지들을 챙겨서 보냈는데, 속옷이 마음에 걸려서 싸구려가 아닌 좀 좋은 것으로 줄려고 사다 놓은 속옷이 아직 서랍장에 그대로 있을 텐데...

 

여보 생각나? 작년 12월 마지막 날 눈이 너무도 이쁘게 와서 정말 모처럼 만에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걸으면서 '나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지?'하고 했던 말, 나 그때 그냥 웃기만 했는데 말해 줄걸 그랬어. '그래 당신 괜찮은 사람이다'.

 

당신이 사랑했던 동지들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지금 보게 되면서 늦었지만 알게 돼. 당신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여보.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마. 나 아직 잘 견디고 있고, 당신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신이 정말 마음 놓고 웃으며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당신을 좋은 사람으로 간직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당신이 가는 마지막 길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당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살아갈게.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을 궁지로 몰아서 죽인 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밥줄을 끊겠다'는 둥, '질서를 지키라'는 둥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인간입니까? 사람을 죽여 놓고 협상은커녕 사죄도 그 어떤 것도 하고 있지 않는 대한통운과 금호는 누구를 위해서 아름다운 기업입니까? 고인은 아직 깜깜한 어둠속에서 차디찬 얼음장 속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사랑했던 대한통운 택배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여러분들이 아니라 저 뒤에 숨어있는 자들입니다. 더 이상 슬러하는 대신에 일어나서 싸워주십시오.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싸움을 이어가야 합니다. 남아있는 저희 가족이 살 수 있는 것도 여러분들에게 달려있습니다.

 

 

 

5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나무에 리본을 단 이유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결의대회... "고인 유언처럼 악착같이 싸우자"
오마이뉴스 09.05.09 20:54 ㅣ최종 업데이트 09.05.09 21:32  장재완 (jjang153)  
 

대전 대덕구 읍내동 대한통운 앞 삼거리가 검은 옷에 검은 리본을 단 5000여명의 노동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이들은 대한통운으로부터 계약해지 된 78명의 택배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이끌다가 지난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 고 박종태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노동자들.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해고자 원직복직,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대전 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 앞에서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6일 1000여명이 모여 제1차 투쟁결의대회를 개최한 화물연대를 비롯한 노동계는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등 제 진보진영 전체가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이날 첫 투쟁결의대회를 마련한 것.

 

대한통운 정문을 가로막고 대형 무대가 설치됐고, 5000여명의 노동자들은 읍내삼거리 도로 전체를 점거한 채 대오를 갖춰 자리했다. 이들은 '근조'라고 쓰인 검은색 리본을 가슴에 달았고 '박종태를 살려내라', '대한통운 박살내자'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임성규 민주노총위원장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최고위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등 진보진영 주요인사들은 물론이고 각 지역별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고인에 대한 묵념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시작된 이날 대회는 경과보고와 대회사, 문예공연, 추모사, 유족인사, 투쟁사, 상징의식, 거리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대회사에 나선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박종태 열사는 결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가 뒷걸음질 치면서 거기에 깔려 죽은 것"이라며 "지금도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 수레바퀴에 손이 잘리고 발이 잘리고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이 땅은 모든 진보세력들이 지난 5월 1일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하나가 되어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면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이명박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그리고 대한통운과 금호그룹을 심판하기 위해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추모사에 나선 이는 정영신씨. 그녀는 용산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고 이상림씨의 며느리다. 검은 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그녀는 "박종태 열사의 소식을 듣고 정말로 가슴이 아팠다"면서 "왜 힘없는 철거민과 노동자들이 희생을 당해야 하는지, 원망스럽고 한스럽다"고 말했다.

"살려고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을 죽인 이명박 정권, 일하고 싶어서 싸워야 했던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은 그들은 사죄해야 한다. 용산참사가 110일이나 지났지만 저희 유가족들 지치지 않았다. 여러분들도 지치지 않고 싸워서 반드시 고임의 염원을 이루어 달라."

 

정씨를 이어 박종태 열사의 미망인인 하수진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하씨는 "여보, 오랜만에 불러 보네"로 시작된 편지에서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마, 잘 견디고 있다"면서 "당신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이루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씨는 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지 말라"면서 "고인의 유언대로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하씨가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참가자들은 일제히 눈시울을 붉히며 고인을 추모했다.

 

 

투쟁사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심상정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나섰다. 먼저 강 대표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자본가들, 그리고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경찰이 또 다시 한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면서 "돈만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이명박 정권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노동자 대우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설움을 대변한 죽음이었다"면서 "7살과 10살 자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눈을 감아야 했던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결의의 시간을 통해 ▲ 노동기본권 보장 ▲ 비정규직 철폐 ▲ 노동탄압 중단 ▲ 운송료 삭감 중단 ▲ 집단 해고된 화물연대 대한통운택배 조합원 전원 복직 등을 촉구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상징의식'으로 고인이 목숨은 끊은 인근 야산의 현장과 주변 나무에 노란색 리본을 묶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노란리본에 "종태야 잘가라", "네 몫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마" 등의 문구를 적어 놓았다.

상징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참가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면서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또한 대한통운 건물의 현관과 유리창이 파손되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친 5000여 노동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박종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200여개의 검은 만장을 앞세워 고인이 안치된 대전중앙병원까지 1.7km의 도로를 따라 행진한 뒤 모든 일정을 마감했다.

한편,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날 오전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오는 16일 같은 장소에서 전국 노동자 1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16일까지 대한통운측의 사죄와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원직복직 처리가 되지 않을 경우, 서울에서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등 전국적인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출처 : 5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나무에 리본을 단 이유 - 오마이뉴스
 

 

  
▲ '박종태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박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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