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보고싶어진 영화

 

사과껍질이 안 끊어지면, 차보다 내가 먼저 모퉁이에 다다르면,

일곱을 셀 때까지 검표원이 안 오면 ... 그는 살아있다!

 

오드리 도투라는 배우를 기억하는 건 <아멜리에>에서 누군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던 깜찍한 여배우의 모습.

  별 생각없이 보면 왠 할일없는 여자가 하루종일 시덥지않은 일에 골머리를 앓는 건지 모를 그런 영화이기도 하고, 하지만 내용을 이리저리 보면 녹색의 영화포스터가 가져다주는 원색적인 이미지와 함께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면을 색감있게 그려낸 경쾌한 영화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멜리에>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는 지하철 역에서 사진을 모으던 남자와 오드리 도투와의 만남, 그리고 프랑스어에서 살아나는 그녀만의 독특한 억양의 목소리.

 

 그런 그녀가 장 피에르 주네와 <아멜리에>에 이어 또 다시 영화 한편을 만들었다. <인게이지 먼트>라는 다분히 멜로의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 나에게 장 피에르 주네에 대한 기억은 <아멜리에>말고도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라는 영화가 더 먼저인 편이다.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팀 버튼이 만든 영화인 줄 알았는데(당시 난 팀 버튼이 만든 "크리스마스 악몽"이란 스톱 모션 에니메이션에 빠져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아마도 영화 전반에 흐르는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언제가 더 먼저 만든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때, 감독의 성향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세계에서 점차 현실로 '발전'해나가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발전'이라고 표현한 건 다분히 내 영화관에 비추었을 때의 표현이다. 실제로 이 감독이 어떤 작품성향을 띠고 있는지는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본 세 편의 영화 중에서 줄곧 흐르고 있는 감독의 성향 한 가지를 꼽으라면, 그건 인간애. 즉 휴머니즘인 것도 같다.

 

  <인게이지먼트>의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 다만, 전반적으로 시대적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고, 오드리 도투는 전쟁 때문에 헤어진 연인을 찾아 일대 여정을 벌인다는 것이 스토리이다. 과연 감독이 그녀의 여정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감독의 성향 상 전쟁에서 벌어지는 사실주의적인 표현이나 묘사가 드러나기 보다는 그 안에서의 인간의 삶, 사람들의 모습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표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기대할 만한 것은 오드리 도투를 통해 보여질 그녀의 생각과 그것이 그려지는 방법들.

영화 예고편을 우연히 보다가 "사과껍질이 안 끊어지면, 차보다 내가 먼저 모퉁이에 다다르면" 등으로 표현되는 영화 카피를 보고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불확실한 감정, 더욱이 그것이 불행과 겹쳐질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감에 맞닥드렸을 때, 정말 말도 안되고, 별 연관성도 없는 것들을 애써 껴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는 그 결과로 다가오는 불안감을 억누르려는 심리가 종종 보이곤 한다. 마치 시험 전날 공부를 하면서 이 시험문제 10개를 풀고 나서 다 맞으면 내일 시험을 100점을 맞을 것 같은 주문을 거는 것처럼...

 

 그저 연인들을 위한 영화라는 소개 카피보다도, 왠지 삶의 일상을 예리하게 잘 포착해놓은 것만 같은 그런 느낌에 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p.s) 그런데 글을 쓰다가 팀버튼의 영화가 생각나서...

예전에 크리스마스 악몽을 보면서 나야 물론 재미있게 봤지만,

그 인형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영화를 만들기 위해

땀 꽤나 쏟았을 제작자들이 생각났다.

이번에 미국에서는 '시체 신부'라고 9월에 개봉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던데...

보고싶은 생각 한 편, 우리나라는 언제 쯤 볼 수 있을까란 생각도 하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