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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


 

 섬

 

                                                류시화
바다에 섬이 있다.
섬 안에 또 하나의 바다가 있고
그 바다로 나가면 다시 새로운 섬
섬 안의 섬 그 안의 더 많은 바다 그리고 더 많은 섬들
그 중심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잠들면서 꿈을 꾸었고
꿈 속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또 꿈꾸었다.
꿈 속의 꿈 그리고 그 안의 더 많은 잠
더 많은 꿈들

 

 

 

무작정 떠났다. 아무 생각없이 여행길에 올라도, 길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은 여행길이었다.

오랜만에 밤바다를 보았다. 9월의 밤바다는 처음이다.

캄캄한 바다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웠다.

발 한자국 내딛기 무서운 바다는 물결을 가르며 둔탁한 소리가 난다.

밤바다의 파도는 철썩거리지 않았다. 무겁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서 오징어잡이 배가 환한 빛을 낸다.

어둠이 있기에 빛이 환해 보일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은

뱃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주 먼 곳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환한 빛 안에서는 새벽시장에 팔 어물을 잡아올리기 위해 분주한 손이 움직이고 있을것이다.

그 순간에 난 약간 젖은 모래사장에 앉아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런데 왜 난 이 사진을 보고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때

아라비아 사막으로 가자는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르는 걸까?

 

 

                                                           -1막 1장  the End    0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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