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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2 -신현림, 공지영

3.

그것은 세상과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자신이 꼭 이루고 싶은 일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더욱 필요한 시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사람의 내면세계는 그러지 못한 사람보다 풍요롭다.

그만큼 깊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깊은 생각은 자신의 내면을 꼼꼼하게 살펴보게 하고

의식의 폭을 확대하여 포용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시간을 갖지 못한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 요시모토 타카아키

 

꼭, 성공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 이 구절이 맘에 들었다

달팽이가 빌려 준 책. 신현림의 인생찬란 유구무언

제목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데, 책을 읽어보니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제목으로 써놓은 구절이 간간히 맘에 들기도 하고..

사실 글 보다는 사진이 더 맘에 들더라.

 

하지만 요즘 내 모드와는 맞지 않아.ㅋ

 

 

4.

"무미건조한 삶에 새로운 하루를 갈망하며 한참 달리다보면

가슴이 뻥 뚫려 내가 점점 비워져 바람이 난지, 내가 바람인지 모른다.

태양 아래 흐르는 바람을 안고 자연의 품속에서 아늑한 시간을 갖는 것.

그 멋진 순간. 누군가를 그리워할 시간.

 

 사실, 이게 더 맘에 들었다.

이 구절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건 서정주의 '자화상'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는 그 의미를

그 바람의 의미를 이제서야 깨닫고 있기 때문에 더 와닿았는지도.

 

서정주를 싫어했다.

아니 지금도 싫어한다.

그런데 가끔 그의 시어가 가슴을 흔들어놓을 때가 있다.

그건 서정주의 시어를 매개로 하는 내 경험과 삶이 주는 흔들림이지,

서정주의 시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5.

 공지영의 '무엇을 할 것인가'

 

헌책방에 들러 소설집 한권을 샀다. '카프카를 읽는 밤'

그 중에 첫 부분에 공지영의 소설이 실려있다.

공지영의 소설을 읽으면 나는 불편하다.

신경숙이나 은희경의 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불편함과는 또 다른 것이다.

 

소설 이면에 자리잡은 패배주의적 면모나,

철저한 틀 속에서의 운동과는 대립되는  개인주의적 일상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거슬리는 것 같다.

 

왜 거슬리는 걸까?

 

물론 내가 운동에 있어서 철저함이나 계획성에 대해 절대적이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이고 온정적인 서술자를 비롯한 공지영의 글쓰기 태도가 부르주아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녀가 말하는 운동의 경험이 주는 답답함과 그로부터 일상을 찾은 자유로움,

그리고 다시 뒤를 돌아보며 씁쓸해하는 태도가 싫다.

사람이 상대를 싫어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건,

싫어하는 모습이 자신에게도 존재하기 때문이라던데,

공지영의 글에서 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빛으로 살아있던 선배의 모습과, 논문속에서나 존재하는 사회주의의 모습.

퇴색되어버린 운동의 일상들. 이걸 맘모스를 통해 얘기하는 구절이 있다.

 

"맘모스들이 커다란 소리로 쓰러져 얼음 속에 갇혔대....글쎄 몇만 년이 지났는데도

하나도 상한 데가 없다잖아...파랗게 얼어서....그 둥그렇고 날카롭던 상아도,

허공을 향해 치켜뜬 눈매도 모두 다 그대로라는 거야...얼어붙어 있는 붉은 피까지...

밀매꾼들이 그 맘모스를 발견해서는 상아만 가져다가 판다는 거야....그게 돈이 되니까...

그리하여 맘모스의 치켜뜬 눈동자하고 얼어붙은 붉은 피만 영원히 지하에 갇히는 거지...

돈이 되는 상아만 빼고...."

 

 

 

6.

 이 구절이 그냥 눈에 띠었다.

 

" 아무리 이 겨울의 어스름 속에 떨면서 서 있는다 해도 곧 파란 신호등이 들어올 거라고,

그래서 모든 차를 멈추게 하고 길 건너편에서 이쪽 편으로 자신을 안전하게 걸어가도록

만들어 줄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아무것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영영 파란 불은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이 자리에 그대로 언제가지나 서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공지영, 무엇을 할 것인가 중에서

 

 작가는 기술한다.

" 나는 길을 건너기를 포기했다. 어차피 방향도 없는 길이었다. .... 봄이 올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난 생각했다.

  

"그래서 난 어디에 서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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