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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다

매핵기 증상의 환자다. 그것도 아주 오래되었다.
언어표현은 불분명하지만 어느정도 알아듣고 글쓰기도 가능한 분이다.

증상은 전형적인 객불출연불하(목에 솜뭉치같은게 탁 걸려있어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는느낌)인데, 오래된경우 치료는 쉽지만은 않다.

치료를 시작한지 1달반 지났고  약물처방도 세번했다.  복진상으로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증상의 변화는 별로 없는것처럼 보여졌다. 그래도  환자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본인이 느끼기에는 조금 차이가있을것이라고 속으로는 생각했다.  내가 늘 이렇게 근거없이 긍정적이다.

엊그제 진료를가서 경과를 살펴보며  목의 느낌이 어떤지 써보라고 했다.  기대반,걱정반 지켜보는데...
또박또박 쓴다.

"똑같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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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5

지금 오후 다섯시쯤

무언가 ?
지금 상태...

목마름인가
배고픔인가
허전함인가
외로움인가

뭔가가 부족한상태는 분명한데..
그것이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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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 조영관

팽이
 
              조영관

사람들은,
어떤 자는 내 대갈빡에는 뭔가로 꽉 차 있다고 한다
나는 머리가 텅 비어
땡볕에 목말라 머리끝까지 텅텅 비어
소금을 한 주먹 집어먹고 싶을 만큼
환장하게 어지러워 죽겠는데
거참 이상하다
뭔가 꽉 차 있다는 것은

사람들은,
친구들은 나를 보고 앞뒤가 콱 막혀 있다고 한다
순진하다고,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한다
쉽게 말해 졸나게 멍청하다는 얘긴데
막혀 있건 꽉 차 있건 텅텅 비어 있건
매를 많이 맞아 맛이 갔건
내 근력으로 처자식 깜냥껏 먹여살리고
아직까지 누구한테건 뭐 좀 보태달라 한 적 없는데
아니 그러니까,
낡은 세상 좀 꼼꼼히 따지고 살피는 것이
그렇게 꽉 막힌 것인가,
어쨌든 간에 나는 매를 맞으면서 돌아가는 팽이처럼
망치 들고 뚝딱
용접봉 들고 징징징
쇠 철판 위를 이렇게 흥겹게 토끼뜀 뛰면서 잘만 돌아가는데
거참 이상도 하다
뭔가 앞뒤가 꽉 막혀 있다는 것은

사람들은,
동료들은 내가 차돌멩이처럼 단단하다고 그런다
내가 차돌멩이처럼 단단하다면
구사대 매타작에 사직서를 쓰지도 않았을 터고
아니, 단단하고 마른 세상에 좀 야무진 것이
그렇게 섭섭한 것인가
어쨌든 간에 손바닥에 박인 굳은살처럼
내 마음이 굳고 모질어졌다 쳐도
용접선 산소 줄이 어지러운 난장
호퍼, 탱크, 쇠를 밀어내는 그라인더 먼지 속에
뱃가죽에 척척 달라붙는 런닝을 떼어내며
쉬는 목에 쳐다보는 하늘가
녹슨 철판처럼 빨갛게 내리깔리는 구름에도 이리 눈물겨운데
거참 이상도 하다
내가 차돌처럼 단단하다는 것은

간혹 가다가 눈 밝은 친구들은
내가 사랑에 대해, 이념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 비록 희망이란 항상 꿈꾸는 자에게 열린다고
입에 발린 말은 못해도
절망이란 배부른 자의 말장난이라고 차마 말은 못해도
아니, 살기 팍팍한 것이 절망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아니 아니, 절망이라는 것이
도깨비바늘처럼 갈고리를 달고 있는 것이기라도 한다면
바로 여기 이 현장
내 옆 동료의 몸에도 철썩 붙어 와서
가슴을 물어뜯고 허리를 호되게 걷어찼다고
그렇게 말할 수는 있겠는데
어쨌든 간에 나는 맞으면서 돌아가는 팽이처럼
이렇게 땅바닥에 뿌리를 박고 까딱없이
팽팽 잘만 돌아가는데
거참 이상도 하다
내가 절망하고 있다는 것은

나의 앞뒤를 잘 알고 있는 어떤 자들은
어깨를 툭툭 치며
이제 큰 고민은 끝이 났다고, 잔치는 벌써 끝났다고
간지럽게 속삭이면서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고민 끝, 행복 시작인가
아니 행복이란 결핍 그거 아닌가
우쨌든 그런 행복이란 것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목 매달려
사정사정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래 그래 우리 몰래 그새 무슨 잔치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아니 아니,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환장하게 잔치를 하고 싶어
허기가 지도록 요렇게 껄떡거리며
늘 보고 있어도 허허롭게 그리운 벗들과 함께
땀투성이 뿌연 먼지 속에서
불 달아오른 철판 위를 토끼처럼 이리저리 뜀뛰면서
까딱없이 땅바닥에 뿌리를 박고
맞으면서 곤두서는 팽이처럼 여전히 팽팽 잘만 돌아가는데
거참 이상도 하다
뭔가 벌써 끝났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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