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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의 봄은 시끄럽게 찾아왔다. 우선 개강하자마자 성대신문이 나오지 않았다. 성대신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성대신문의 결호를 알리는 대자보가 붙어있을 뿐이었다. 성대신문 기자들은 신문의 제목이 없는 무제로 호외호를 배포했다. 호외호에는 신문이 나오지 못했던 이유였던 류승완 박사 폭행 논란에 대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3월 중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명의로 캠퍼스 출입금지 및 불법게시물 철거 공고가 붙었다. 중운위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학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겠으며 학내에 붙는 대자보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따져서 여론 조장 및 선동의 위험이 있는 대자보들은 철거하겠다고 했다. 이 공고는 곧 논란에 휩싸였고 이 공고에 반박하는 대자보들이 학교에 붙었다.
3월21일, 몇몇 학생들은 기만적인 2% 등록금 인하, 기숙사 식권강매, 언론탄압과 대자보검열에 반대하는 Occupy성균관대를 하기 위해 도서관 앞을 점령했다. 그러나 학교와 총학생회의 반대로 텐트는 치지 못하였고 이마저도 비 오는 날 교직원과 용역의 손에 철거되고 말았다. Occupy성균관대에 참가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와 동아리 제명위협이 있었다. 인문계 캠퍼스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 대해서는 허가받지 않은 행사라며 대표 학생에게 징계가 떨어졌다.
3월 한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성균관대의 시끄러웠던 2012년 3월을 되돌아보면서 성균관대의 학생자치의 현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과연 학내 민주주의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일까?
1) 학교의 류승완 박사에 대한 강의 박탈과 1인 시위
지난해 8월11일, 성균관대에서 강의하던 류승완 박사는 2학기 강의를 박탈당한 것에 항의하여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류승완 박사는 23년간 성균관대에 있으면서 박사학위를 땄고 '동양사상입문' 강의를 맡아서 강의를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월22일, 대학본부는 동양철학과가 류승완 박사에게 이미 요청해 놓은 강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 류승완 박사가 강의 박탈 이유를 소명할 것을 공문으로 요구했지만 대학본부는 이 조차도 거부했다. 류승완 박사는 한국과 중국의 사회주의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학계의 친일유학인 황도유학을 비판해왔다. 또한 재단과 학교의 비리와 비민주적인 행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일은 대학과 재단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사람을 대학본부에서 개입해 강의를 하지 못하게 만든 사건이다. 이는 생존권을 박탈하는 동시에 그 사람과 대학 내의 학문과 비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기도 하다.
흔히들 대학이 학문의 자유와 비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에서 시간강사들은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여있고 대학은 이사장과 재단의 손에 독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대학이 마땅히 갖추어야 한다는 학문과 비판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문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류승완 박사는 강의박탈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200일 넘게 지속하고 있지만 대학본부는 이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
2) 성대신문 파업
류승완 박사의 사건을 보도하려고 하는 학생 자치언론과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 학교 당국은 충돌하게 되고 결국 성대신문 결호 사태로 치닫게 된다.
기자들과 주간교수의 갈등은 3월3일 류승완 박사 폭행 관련 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2월25일 졸업식 때 류승완 박사는 1인 시위를 하다가 이를 막으려는 교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성대신문 기자들은 이 사건을 취재하고 1인 시위 사진과 함께 기사로 다루려고 했지만 주간교수는 이 사건을 지금 신문에 실기는 부적절하다며 기사를 광고로 대체하고 기사 게재를 한 달 뒤로 미루라고 했다. 기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주간교수와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주간교수는 3월5일 발간 예정이었던 성대신문 1520호에 대해 결호선언을 했다. 성대신문 기자들은 주간교수 해임을 요구하며 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성대신문 기자들은 학내 성대신문 가판마다 성대신문 결호 상황을 알리는 대자보를 붙이고 기자들의 사비를 모아서 신문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호외호를 발간했다. 호외호에는 성대신문 결호 상황에 대한 전말과 논란이 되었던 류승완 박사 폭행사건에 대한 기사, 그리고 성균관대 당국의 편집권 침해를 비판하고 성대신문을 지지하는 여러 학보사들의 논평들이 실려 있었다.
성대신문의 호외호를 통해서 학교가 이 사건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입맛에 맞지 않는 수많은 기사들을 광고로 대체하거나 수정하라고 지시해왔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동안 △반값등록금 기사 △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 인터뷰 △류승완 박사 강의 배정 문제 관련 기사 △대학원 총학 선거 관련 독자투고와 같은 기사들에 대해서도 주간교수는 기자단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면서 기사를 자르거나 광고로 대체해왔다.
이사진과 재단에 의해 독단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은 대학 내 구성원들의 비판적인 목소리와 움직임들을 통제하고 차단하려 한다. 대학의 언론통제는 학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학교는 청소, 경비 노동자를 시켜서 학내에 붙는 대자보에 대해 대대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비판적인 대자보는 떼어내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다.
3) 유학대 학생회장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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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대학신문 |
학교는 류승완 박사에 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성대신문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류박사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만 학교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학대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류승완 박사를 초청해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학교당국은 이 행사를 주도한 유학대 학생회장에게 학칙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를 내리려고 하고 있고 유학대 학생회장과 해당 학생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학대 학생회장과 유학대 학생회는 사과문을 쓰지 않을 방침이며 징계를 내릴 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다.
학교가 이번 징계의 근거로 삼고 있는 학칙은 57조와 58조이다. 학칙 57조에 따르면 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학내에서 행사를 하려고 하면 사전에 해당 기관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학칙 58조에 따르면 학생은 수업, 연구 등 학교의 기본 기능 수행을 방해하는 개인 또는 단체의 행위와 교육목적에 위배되는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리고 학교에서 펴낸 요람에 따르면 정치적인 동아리는 허용될 수 없으며 대자보 붙이는 것, 간행물 붙이는 것, 학내에서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 집회를 하는 것 모두 학교의 허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학생인권조례에서도 허용이 되는 학생들의 정치적 발언과 집회의 자유가 대학에서는 학칙에 의해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탄압하는 것은 학칙을 통해 정당화되고 있다. 대학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곳이어야 한다는 논리는 학칙을 통한 정치활동 탄압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물론 많은 학생들이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 한 비민주적인 학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칙을 통해 학내 정치활동이 탄압받는 지금 시점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다른 대학들도 성균관대와 비슷하게 정치활동들과 집회 및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거는 학칙들이 있고 여러 학교에서도 이런 학칙을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탄압하는데 이용했다. 이미 숙명여대, 이화여대, 중앙대를 포함한 서울 내 7개 대학에서는 구시대적인 학칙을 개정하자는 학칙개정운동도 있었다.
4) 중앙운영위원회의 캠퍼스출입제한 및 불법게시물 철거 공고
① 학생들의 대자보를 검열하겠다는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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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가 붙인 공고문 |
성균관대는 대학당국만 언론탄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총학생회와 중운위도 학생들의 대자보를 검열하겠다고 하고 있다. 3월14일, 성균관대에 중운위 명의로 '캠퍼스 출입제한 및 불법게시물 철거 공고'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에는 정당관계자의 학내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과 대자보를 총학생회가 검열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의 해명을 들어보고자 총학생회장을 찾았다.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인 대자보 검열에 대해서 총학생회장은 ‘학우들의 의견을 담은 대자보를 마구잡이로 검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되는 대자보를 우선 회수하고 정확한 사실자료에 근거하여 사실관계를 판단해서 게재, 폐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에 맞지 않는 대자보의 예로 등록금 2% 인하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들었다. 총학생회장은 감사원이 제시한 전국대학이 평균적으로 15%의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는 자료를 근거로 성균관대 등록금 2% 인하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자료는 전국 대학의 평균을 낸 것이며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총학생회의 대자보 검열은 경향신문이 이야기한 것처럼 유신시대 긴급조치 9호를 연상하게 한다. 총학생회가 그토록 강조하는 '사실관계'라는 것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이명박의 BBK사건의 내막이 누가 보아도 의혹이 짙고 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지만 권력자들은 해명은 커녕 그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오히려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을 구속했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신문마다 사실을 다룬다고 하지만 중점에 두는 사실이 다른 것이고 그에 따라 논조도 달라진다. '사실관계'란 명확하기보다는 항상 논란 속에 있었다. 이런 '사실관계'를 따져서 대자보를 검열하겠다는 것은 학우들의 자유로운 의견표출을 위축시키고 검열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총학생회는 대자보에 의한 여론조장 및 선동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자기들을 뽑아준 학생 대중에 대해 그들이 선동될까 염려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여론 선동과 불법게시물 여부를 총학생회가 판단하고 그에 따라 학우들의 알 권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은 총학생회의 오만과 독선이다.
만약 거짓사실이 퍼지고 학우들이 이에 설득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이는 학우들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형식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반박대자보를 붙이는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총학생회가 하려고 하는 대자보 검열은 총학생회의 권한 밖이며 누구도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이 없다.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사실관계를 엄격하게 따진다며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②당원은 대학에 들어올 수 없나? - 황당한 정당관계자 출입 제한
총학생회와 중운위가 공고한 대자보에 게시된 내용 중 또 다른 이야기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당관계자가 학내에 출입하고 선거활동을 벌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대자보 검열 내용이 큰 논란이 되었기 때문에 학내에 총선과 대선의 선거운동을 막겠다는 부분은 비교적 이슈화가 덜 되었다.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으며 청소노동자들도 선거운동 때문에 부담 받을 수 있고 또 무엇보다 대학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학우들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성균관대 학생들은 학생이기 이전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이기도 하다. 선거운동을 통해 후보에 대해 알고 선거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유권자의 권리다. 이런 권리를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학내에서 선거운동 금지로 아예 차단시켜 버릴 수는 없다. 민주주의라는 것 그리고 선거라는 것이 여러 불편들을 감수하고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실시하는 것이다. 오히려 총학생회는 수업권과 청소노동자들의 불편을 핑계 삼아 기본적 권리인 유권자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여기서 더 중요하게 반박할 지점은 바로 대학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총학생회장은 학생회와 중앙동아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성균관대학교 요람에도 특정 정당의 당원은 중앙동아리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의 요람 자체가 문제투성이다. 요람을 찾아보면 더 가관인 조항들이 눈에 띈다. 학생자치단체, 체육, 종교, 그 외 순수한 목적의 학술, 예술, 취미 활동 부서 단체들을 빼고는 동아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과연 정치적 중립이 무엇이기에 학생들의 정치활동과 표현, 결사의 자유를 막는 이유로 제시되는 것인가.
총학생회장이 말한 정치적 중립이란 정치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 중립은 학생들의 정치활동과 표현,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감옥처럼 작용하고 있다. 엄밀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으며 정치가 아닌 것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생의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등록금, 기숙사비, 그리고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의견을 모아내는 활동들도 당연히 다 정치이다. ‘대학교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총학생회와 대학본부의 논리는 등록금이 비싸도, 식권 강매 60매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청년실업을 양산하는 사회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에 복종할 자유만 주어져 있다는 말이랑 다르지 않다. 또한 정치에 무관심하고 수업에만 충실한 것, 즉 우리가 정치적 중립이라고 생각한 것조차도 기존 질서를 긍정한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다른 내용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5) Occupy 성대 텐트 철거
①학교의 허락을 받지 않아 점령할 수 없다? - 학교 감시․감독 하의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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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cupy 성균관대 점령지의 모습 |
Occupy성균관대가 학교 안의 한 뼘도 안 되는 공간에 기만적인 등록금 2%인하, 그리고 기숙사 식권강매 문제를 걸고 텐트를 치겠다고 했을 때 참가자들은 학교의 침탈 뿐 아니라 총학생회의 압박도 이겨내야 했다. 총학생회는 ‘강의실을 빌릴 때도 학교의 허락을 받는데 왜 학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 공간을 무단으로 점령하냐’라며 점령자들을 압박했다. 학생들에게 조차 학교 공간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 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의실, 족구장, 소강당을 포함한 학내 공간들이 점점 더 학생들의 것이라기보다는 학교의 통제 아래에 있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미 강의실이나 행사장소를 빌려줄 때 학교가 행사 내용에 대해 검열하고 학교의 입맛에 맞지 않는 행사이면 장소를 대여해 주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2012년 4월4일, 생활도서관에서 류승완 박사를 초청해서 대학의 시간강사 문제에 대한 강연회를 개최하려고 하자 학교는 이미 빌려주었던 강의실마저 당일 날 취소하고 모든 행정실에 그 시간의 강의실 대여를 불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생활도서관은 자연과학부, 생명공학부, 공대 행정실을 모두 찾아갔지만 행정실들은 갖은 이유를 대면서 대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학생들의 자치 공간이 줄어들고 학교의 공간들이 학교의 관리 대상이 된 역사는 학생들의 공동체와 정치적 힘이 약해진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자연과학캠퍼스의 과학도서관 뒤의 ‘민주십자로’였던 넓은 공간이 2009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지금의 삼성학술정보관이 생기면서 성균관대 이공계 캠퍼스 학생들에게 '광장'이라는 공간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학생들의 '광장' 그리고 학생 자치라는 개념이 점점 생소해지는 오늘날,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친 텐트가 어색한 것도, 학교의 허가를 받아야 빌릴 수 있는 강의실이 익숙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②농성장 철거, 징계와 동아리 제명 협박
3월23일, 학교는 비가 오는 가운데 Occupy성균관대 농성장 철거를 강행했다. 농성을 하는 텐트는 경찰도 법원의 철거계고장이 나오지 않는 이상 철거할 수 없다. 물론 법원이 텐트에 대해 철거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부당한 경우가 많지만 학교는 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절차마저 지키지 않고 비 오는 날 교직원들과 용역을 동원해서 학생들이 농성하고 있는 농성장을 물리력을 사용하여 철거해버렸다. 점령자들과 이를 지켜보았던 학생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고 학교 내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깡패와 같은 행동이었다.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총학생회장은 이 때 자리를 비우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점령자들은 침탈에 굴하지 않고 3월27일 다시 농성장을 쳤다. 그러자 학교당국은 정해진 기한까지 농성장을 철거하지 않으면 학칙에 의거해 관련자들을 징계하겠고 관련 동아리를 영구 제명시키겠다고 협박했다. 학교는 이미 관련자들의 신상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채증과 사찰을 통해 학교가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캐낸 것도 학생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한 것이며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징계협박에서 드러난 것처럼 학교당국은 학칙을 근거로 헌법에 보장된 학생들의 집회, 결사의 자유마저 억압하려고 들고 있다. 학교가 원하지 않는 이야기와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시대착오적인 교칙을 들이대면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③청소, 경비노동자를 시켜 대자보를 떼다
Occupy성균관대를 하면서 점령자들은 활발하게 Occupy성균관대 그 자체와 내걸고 있는 사안, 그리고 학교의 강압적인 철거에 대해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수많은 대자보를 출력해서 학내 게시판에 부착했으나 어느새 대자보들은 사라지기 일쑤였다. 알고 보니 청소, 경비노동자들에게 학교 비판적인 대자보는 바로 신고하고 떼어내라는 지침이 내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경비노동자들에게는 무전기를 통해서 학교가 불법이라고 지정한 게시물을 떼어내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분노한 한 학생은 ‘죄 없는 경비 아저씨를 괴롭히지 말고 대자보를 떼지 말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는 계속해서 몰래 대자보를 감시하고 떼어내고 있다. 학교당국은 Occupy 성대와 관련된 사안이 학내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대자보부터 훼손하기 시작했으며 학내의 정치활동에 대한 탄압을 계속했다.
시끄러웠던 3월, 한 가닥 희망을 가지며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학내 청소노동자들은 노동 3권도 요구하지 못하고 있고 비정규직 강사는 불안정한 지위에 학자로서 학문의 자유를 누리기는커녕 생존권조차 위태롭다.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에, 불합리한 식권 강매에 경제적으로 극심한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학내에서 이에 대해 공론화하고 정치활동을 할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성균관대에서는 부당한 강의박탈에 항의하는 류승완 박사의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성대신문은 계속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여러 학생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자보를 검열하겠다는 공고를 철회하지 않고 있으며 유학대 학생회장에게는 징계가 내려질 예정이다.
조용하기만 했던 학내에서 학교당국과 총학생회의 비민주적인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와 투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는 이 목소리들을 아예 차단하고 투쟁을 탄압하기에 바쁘다. 시끄러웠던 3월의 사건들은 대학의 현실이 어떻고 학교는 어떤 곳인지에 대해 제대로 보여주었다. 조용히 다닐 때는 알지 못했던 학교의 본 모습들이 여러 사건들을 통해 속속들이 드러나 버리고 말았다. 야만적인 사회에서 대학도 한 발짝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깨닫는 3월이었다.
그래도 2012년도 3월이 시끄러웠다는 점에 희망을 갖는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문제들은 곪아서 터져 나오고 있고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들은 공감을 얻고 있다. 성균관대의 학생자치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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