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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방선거, 정치재편? 새로운 정치가 열릴 것인가

  • 분류
    정치
  • 등록일
    2014/04/03 10:50
  • 수정일
    2014/04/03 10:58
  • 글쓴이
    사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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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은 박근혜 정부가 집권한 지 1년 째 되는 날이었다. 이 날 시청광장에서 열린 국민총파업엔 4만명이 몰려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철도노조의 파업과 함께 공공부문 민영화가 이슈가 되면서 전국의 대학가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 열풍이 들끓었고, 엄청난 여론의 지지 속에 철도도노조의 파업은 사상 최장기간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대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주변 인사문제나 영어몰입교육 등으로 곤혹을 겪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내내 조용하게만 지냈던 것은 아니다. 대선 직전 불거졌던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가 한 해 내내 정권의 정당성에 흠집을 냈고, 복지국가 운운하며 대표적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연금제도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자 대중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버리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 내세웠던 중요한 슬로건 두 가지가 바로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이었는데, 지난 1년 동안 이 공약과 관련하여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민주화는 1997년 IMF 이후 더욱 공고해진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를 뒤엎어야만 이룩할 수 있는 문제이고, 세수를 늘려야만 하는 복지정책은 조세저항이라는 국민 의식의 개선과 내수 진작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두 가지 문제 모두 엄청난 의지를 갖고 있어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 박근혜가 경제 양극화로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일이라고는 반공 보수주의자들의 심리를 겨냥한 공안탄압 뿐이었다.
 

공안탄압으로 얼어붙은 야권의 무능력한 모습들

이명박 정부 이후로 급속하게 진행된 민주주의의 후퇴는 박근혜가 집권한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죄 적용이나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 공권력을 앞세운 민주노총 침탈 등 박근혜의 공안탄압은 역사 교과서에 남겨야 할 정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애초의 의도대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공안탄압에 반대하는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진영, 이들을 지지하는 대중들이 간간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지만,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박근혜가 휘두르는 칼자루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고 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아직까진 집권 초기라고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이유로는 야권의 무능력으로 인해 대중들의 불만을 조직해 낼 대안세력이 부재하다는 점 등이다.

진보진영의 취약성이야 워낙 고질적이고 오래된 문제이기 때문에 일단 차치하더라도, 지난 대선에서 48%의 지지율을 이끌어냈던 민주당의 행보는 어떠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재, 안철수가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하기 전까지 민주당의 지지율은 고작 10%대에 불과했다. 대선 이후 지지자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이중적인 모습과 무능력함에서 기인한 것인데, 박근혜가 집권한 이후 민주당은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우며 야권 코스프레를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통합진보당을 제물로 삼아 보수주의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어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민주당의 이중성은 지난해 연말 박근혜의 세제개편안을 ‘세금폭탄론’이라고 주장했다가 이 같은 주장이 대선 전 민주당에서 내세웠던 보편적 복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시민사회단체의 원성을 샀던 데에서도 드러났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

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는 지난해 내내 정치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에 대한 대응 국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여름, 국정원 규탄 집회의 열기가 한창일 때 민주당은 국정원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과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를 축소시키기에 급급했고, 국정조사마저 결과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유야무야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특검 실시, 국정원개혁특위 설치 등 국회 안에서의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주장했으나 번번이 새누리당의 반대에 밀려 어느 하나 실질적으로 애초 의도대로 집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구장창 갈지자 행보를 보이며 오락가락하는 민주당에 대중들의 염증은 극에 달했고, 올해 초 민주당 지지율은 한자리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무력한 야권의 대응 국면을 뚫고 지난해 말,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2013년 4월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노원구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정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하기 위해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나온 것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준비했던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는 국민대토론회와 발기인대회 등을 통해 신당을 지지하는 인재 영입 작업에 착수했고, 지난 16일 국민공모를 통해 당명을 ‘새정치연합’으로 바꾸었다. 새정치연합은 수십 년에 걸쳐 굳어져 온 양당체제에 변화를 주겠다며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연대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선전해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고착화된 기존의 낡은 정치, 기성 정치권의 구도가 깨지길 기대하는 대중들의 열망에 올라타기 위해서였다.
 

모호한 정치노선, 과연 새 정치인가

안철수가 정치권에 등장했을 당시 언론에 비춰친 대중들의 기대감은 상당한 것으로 보였다. 일부에선 안철수가 등장하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이반효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새누리당도 이런 측면에서 안철수 신당을 두려워했다. 안철수가 가장 바라고 있었던 결과도 바로 이러한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안철수가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 등장하자 과거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이들보다 전통적으로 야당을 지지해왔던 수도권 거주자들과 젊은 층, 그리고 무엇보다 무당파였던 사람들의 지지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지난 여름,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였던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을 최장집 교수가 맡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몇 달 지나지 않아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사임하며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민주주의의 기능 왜곡 문제 개선”과 “시장근본주의적인 경제 원리의 개혁” 등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안철수의 정치이념으로 세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안철수가 추구해왔던 ‘합리적 보수’, ‘중도 보수’ 노선은 최장집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안철수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한 이후부터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은 ‘합리적 보수야당’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민주당 내에서 친노 세력을 밀어내는 과정으로 연출되고 있다.

안철수의 실제 정치노선과 안철수 지지자들의 정치노선에 차이가 났던 것은 대선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가 정치권에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11년 무상급식 논쟁 이후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는데, 이 때 안철수는 정치인으로써의 안철수라기보다 하나의 ‘현상’에 가까웠다. 안철수가 의지를 가지고 정치활동을 시작한 게 아니라 기존의 정치권에 실망을 느낀 대중들이 정치혁신을 위해 안철수를 부르주아 정치제도 안으로 호명하면서 끌고 들어오게 된 것이다.

대중들이 바라는 안철수의 정치적 포지션은 실제 안철수의 그것보다 항상 왼쪽에 위치한 것이었고, 이것이 바로 안철수가 대선 전부터, 국회 입성 후, 신당을 창당하고 나서도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으로 모호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기초공천폐지와 정치혁신

안철수라는 정치인은 이처럼 등장과 함께 태생적으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혁신’이라는 과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지지했던 대중들의 조직력과 결집력이 미약했던 상황에서 지방선거후보 영입에서도 인물난을 겪자 안철수는 민주당과의 기습적인 통합을 선택했다. 통합을 선언한 이후, 민주당 내부를 혁신하겠다는데 열을 올리며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고 있는 안철수는 과연 얼마나 정치혁신이라는 과제에 부응할 수 있을까?

그 동안 정치권에서 구태정치를 청산하기 위해 내놓았던 해결책은 주로 ‘공천권’에 관한 것이 대다수였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화두가 되었던 문제도 바로 ‘기초공천폐지’에 관한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전, 기초공천폐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및 기초의회 선거에서 정당에게 부여된 공천권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지방자치의 참뜻을 살려 지역정치에 헌신할 수 인물이 선거에서 뽑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역에서의 혼란이 가중되자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기존의 공약을 번복․폐기하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에서는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당원들의 의견 반영 비중을 높이겠다며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이었던 ‘전략공천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기초공천폐지가 정당하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자신의 정당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기초공천을 유지할 경우, 자신들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불리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단순히 기초공천을 폐지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치혁신의 과제라고 보긴 힘들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 누가 정치를 하고 있는가이다.
 

누가 정치를 하고 있는가?

기초공천을 폐지한다고 해서 정치혁신이 이루어지진 않는다. 정치권에서 이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들은 대중들에게 일시적인 착시효과만을 안겨다줄 뿐이다.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중요한 문제는 ‘누가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가’이다. 대중들의 정치참여방법이 실질적으로 대의제에 근거한 선거밖에 없는 상황에서, 선거후보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사실 정해져있다. 우리가 흔히 ‘정치 엘리트’라고 부르는 부르주아 계급만이 그 바운더리에 해당되는 것이다. 대중들의 정치 참여의 폭이 근본적으로 넓어지지 않는 한, 아무리 지방자치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폐지한다고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초공천폐지가 정치혁신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전 세계에서 목격되고 있는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 선거 참여율의 하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정치참여 폭을 넓혀야 한다. 20세기 초 근대국가의 탄생과 함께 확립된 지금의 정당정치 구조는 자본주의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이나 젊은 층, 그리고 이 외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자본주의 내에서의 정치구조, 대의제와 정당정치의 영향력은 점차 하락할 수밖에 없다.

정당구조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층의 정치참여는 지난해 연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국면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SNS와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기존의 틀로는 담아낼 수 없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도권을 넘어서는 전망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안철수처럼 정치적 내용이 불분명한 채 혁신만 내걸고 나온 인물에 대한 기대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올해 역시 지방선거 이외에 7월 30일과 10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일정이 잡혀있어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들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통합 선언 역시 이처럼 대중들의 새로운 정치활동을 대의제와 선거에 묶어두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재영 (hedwig@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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