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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FocuS]2차 희망버스, 개인과 조직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묻다

  • 분류
    The FocuS
  • 등록일
    2011/08/16 16:15
  • 수정일
    2011/08/16 16:15
  • 글쓴이
    사노신
  • 응답 RSS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났다

 

6월11일 1차 희망버스에 참가한 약 700명의 사람들은 한진중공업 사측이 배치한 용역깡패에도 불구하고 공장 앞마당으로 들어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고 돌아왔다. 1차 희망버스의 성공은 그동안 노동자 투쟁에 연대해왔던 각종 노동·사회단체 사람들을 고무시켰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노동운동에는 익숙치 않으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 역시 자극했다. 그 결과 7월9일에 진행된 2차 희망버스에서는 참가자가 1차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희망버스를 기획한 문화연대 활동가 신유아씨에 따르면 1차 희망버스에서는 개별참가자들이 70% 이상의 비율을 보였다고 한다. 기존 노동·사회단체의 참가가 두드러진 2차 희망버스에서도 절반정도의 개별참가자들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개별참가자들 중에는 예전에 노동운동을 접해본 사람들이거나 활동가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후기 등을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수의 시민들이 한진중공업 투쟁을 계기로 노동자의 투쟁에 밀접하게 연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투쟁의 당사자도 아닌 사람들 1만 명이 한 사업장 투쟁에 연대하러 부산까지 내려온다는 것, 이는 매우 새로운 현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혼란스럽고도 관성적인

 

2차 희망버스에는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부산에 모였다. 이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부산역 집회는 폭우 속에서도 진행되었고 집회 이후 영도까지 이어진 행진 역시 다채로운 구호가 이어지는 가운데 희망버스의 활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찰과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2차 희망버스의 집회 진행 및 기타 실무를 담당했던 기획단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부산역 집회 이후 영도대교를 건너 85호 크레인을 향해 행진하는 도중, 봉래사거리에서 경찰의 차벽으로 인해 행진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행진대오 앞의 상황과 뒤의 상황은 잘 소통되지 않았고 행진 대오는 차벽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 학생 대오를 중심으로 차벽을 뚫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있는 85호 크레인으로 진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이후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되지 않고 경찰을 규탄하는 방송차의 선동만이 계속되었다. 1차 희망버스 이후로 경찰의 강경한 대응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의해 행진이 막혔을 때 어떻게 일정을 진행할지에 대한 계획이 부재했던 것이다.
이러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개별참가자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관성적인 방식이었다. 대치과정에서 경찰은 집회대오를 향해 최루액을 난사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골목 곳곳으로 흩어졌다. 이 상황에서 희망버스 기획단이 중심이 되어 대오를 모아냈고 이는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차벽으로 가로막힌 가운데 이번에도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은 없었다. 이후에는 주로 노동·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개인 참가자의 발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희망버스 참가자의 절반이 개별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었던 만큼 단체 활동가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발언도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개인 참가자든, 조직 참가자든 관계없이 자신의 견해와 소감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는 않았다.
둘째 날, 2차 희망버스 전체의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 역시 개인 참가자가 참여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소위 ‘운동권’들만 참여하는 집회에서 익숙하게 들려오는 “조직 담당자들 나오세요"라는 말만 방송차에서 흘러나왔다. 조직 담당자가 없는 개인의 참여를 고려하지 않은 논의 방식이었다. 이는 기존의 노동운동·사회운동에 익숙한 단체들만이 중심이 되어 전술을 짜고 ‘판’을 운영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자발적 연대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도록

 

2차 희망버스 이후, 개별적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조직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생기고 있다. 3차 희망버스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에서 많이 제기된 것 중 하나는 ‘어떻게 원활한 소통을 이뤄낼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버스별로 깃발을 만들고 버스별로 소통 구조를 만들자’, ‘게시판을 만들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온라인상의 게시판에서 소통될 수 있게 하자’ 등등의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노동자 투쟁에 결합하고 있는 사람들 스스로가 이미 성공적인 희망버스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차 희망버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노동·사회단체 중심의 구조로는 개별참가자들의 자발적 의견제시를 배제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존의 노동·사회단체들과 새롭게 노동자투쟁에 연대하기 시작한 사람들 사이에 벽을 쌓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노동자 투쟁에의 연대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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