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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

오늘 세계 각국에서 모인 출입국 직원들과 점심을 먹었다.

이번 학기 동안 나와 같은 코스를 듣는 분들이시다.

다행히 서로 관심이 다르다 보니 수업시간에 볼 일은 많지 않다.

편견일지는 모르겠으나,

움직이는 몸짓 하나하나에도 출입국직원의 포스가 팍팍 느껴지는게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혀,

술만 벌컥 벌컥 마셔 버렸다.

중국 공안국,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세르비아,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등등에서 오셨다고 한다.

권위적인 말투와 오버액션으로 똘똘 뭉친 마초의 향기.

북한 난민을 추방했다,

범인을 잡았다,

어쩌구 저쩌구.

 

집에서는 옆방 사는 전직 일본 출입국 직원분께서

걱정했던 바 처럼

어찌나 규율과 규칙을 좋아하시는지

부엌에 굴러다니는 라이터 좀 썼더니

공공의 물건이니 제자리에 갖다놓으라고 명령을 하셔서

짜증이 이빠이인데

바깥에서 각국 출입국 직원들을 대거 만나고 오니

하루가 피곤해 진다. 

 

편견없이 그저 같이 공부하는

한 개인으로 바라봐야하나

잠시 고민도 했으나, 

 

사람들을 통제하고,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사람들을 추방하는 일.

국경을 넘는 약자들 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일.

그 일을 하면서 내제된 품성이란 건

내 눈에는 자꾸만 거슬리는

그 무엇이다.

 

내 고민을 아는 한 친구는

나와 다른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냐고 하지만,

난 잘 모르겠다.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그저 피곤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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