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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m is for everybody

 

벨훅스 지음/ 박정애 옮김 / 큰 나

 

벨훅스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 페미니즘 역사와 이론을 넘나들며 연결하고, 쉽게 설명하는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책의 첫장부터 끝장까지 한치의 지루함도 주지 않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며, 마음에 깊이 간직할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무릇 대중적 입문서란 이래야 한다.

 

나는,(다른 '이론'도 그렇지만) 페미니즘 이론에 굳이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던 나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페미니즘 안에서의 나를 다시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더이상 남자랑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라던 한 때의 내 의문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가부장제적 남성성'은 그 수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성애적 관계에서는 언제나 포착되었고

늘 '적어도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했던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섹스 때문에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나는,

단지 섹스를 좋아해서만은 아니었다.

몸이라는, 그 무엇보다 직접적인 행위에서의 부당함은 더욱 치명적이고,

여성의 오르가즘을 위한 노력은 관계에 있어 상당히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절대 살고 싶지 않은 나에게 결혼과 아이를 낳는 문제의 딜레마는

가부장제로 더 깊이 들어가 마주하게 될 온갖 상황에 대한 후천적 공포감,

그리고 파트너와 공동의 육아를 실현하기에는 너무나 먼 현실이라는 이야기들,

그래서 내 삶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여기저기서 듣고보고읽었던 내용이지만, 이 가벼운 단행본이 총체적인 정리를 한 번 해준 느낌이다. 아마도 난 또 남자랑 연애를 할 수도, 섹스와 성정치를 토론할 수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해석된 지난 시간은  페미니즘과 함께 할 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살짝꿍 보여주었다. 벨훅스가 말하듯,  페미니즘이 모든이들을 위한 것이기에, 이 책은 누구나 읽어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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