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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5/13
    이건희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와 반대 시위에 대한 생활도서관의 입장
    초희-1

이건희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와 반대 시위에 대한 생활도서관의 입장

5월 11일에 써서 5월 12일에 붙였다가 사실관계 문제로 몇 시간만에 떼어 버린-_-;

아래는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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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관에 갇혀 뒷북을 치다"

이건희 명예철학박사 학위 판매수여와 반대 시위와 기타 등등에 대한 생활도서관의 입장

 

 

0/뒷북이 둥둥둥

5월 2일에서 이미 열흘이나 지난 시점에서 그 일에 대한 대자보를 쓰는 것은 확실히 ‘뒷북’이다. 그래도 이 대자보가 ‘중복’은 아니다. 1)학위 수여와 2)반대 시위 자체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많았으니, 뒷북답게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아니 할퀴는 소리나 하련다.

 

 

1/대표성에 대해서

학생회는 왜 고대 자게에서 무수한 수명 연장 기원을 받고 있나? 정신 건강을 심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게를 덥석 클릭해서 그나마 읽을 만한 게시물들을 보니, 역시 총학의 대표성 부족이 원인인 듯하다. “득표율이 10%도 안 되는 것들이 무슨 우리의 대표 행세를 하겠다고 나서!”

 

그렇다. 총학은 물론 5월 2일 시위에 참가한 단과대 짱 분들은 하나같이 스스로를 ‘○○대 학생회장’이라고 소개하셨다. 그냥 ‘□□과 아무개’라고 소개하셨다면 자게의 키보드 워리어들에게 그나마 비난의 명분을 덜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이름 앞에 붙이던 ‘○○대 학생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갑자기 떼시려니 좀 허전하시겠지? (BGM 롤러코스터〈습관〉♪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안타깝게도 현재 학생회를 향한 비난은 타이틀로 누리던 것만큼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총학과 이른바 ‘일반 학생들’간의 괴리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분들께서 학생회를 ‘지겨운 운동권 집단’으로만 보던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면서 왜 하필이면 이번 일에 그토록 흥분하시는지 몹시 의아하지만, 일단은 그 동안 쌓아 왔던 불만들이 이참에 폭발한 것이라고 치자. 그렇다고는 해도, 학생회가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욕을 하시는 분들은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실 수 있나? 이번 시위 때문에 ‘고대 전체’가 욕을 먹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면서, 그 분통만이 고대생 전체의 의견인 양 이번 시위가 오히려 자랑스러웠다는 이들을 총학알바나 다함께, 심지어는 운동권 빨갱이로 싸잡아 버리는 것은 ‘대표성 없는 학생회’보다 나을 것이 조금도 없다. 총학이나 다함께를 “그렇게도 미워하고 싶으면 당신들 자신의 이름으로 미워하면 될 일이다.” 괜한 ‘고대의 명예’ 들먹이지 말고.

 

 

2/집회나 시위를 벌일 자유

우선 생활도서관의 모든 운영위원들은 삼성의 노조 탄압에 반대하며 대학이 시장 논리에 휘둘리는 현상에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한다. 이미 다른 대자보들에서 많이 나온 이야기들이니 한 문장으로 짧게 쓰자. “우리는 이건희 회장이 방조하거나 교사한 삼성의 노동자 탄압이라든지, 기부금에 대한 보답으로서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라든지, 그 학위가 왜 하필이면 명예‘철학’박사인 것인지 등등, 이번 학위 수여 자체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모든 의견에 동의하고, 학위 수여 반대 시위 또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어랏, 목적은 옳지만 폭력 시위는 잘못되었다고? 아카라카 때 연세대에 난입해서 벌이는 몸싸움에도 못 미치는 것이 폭력인가?

 

이 사건에 대한 학내의 여러 입장들은 아마도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①학위 수여가 부당했으므로 시위는 정당했다, ②학위 수여도 옳지 못했고 폭력 시위도 나빴다, ③학위 수여에 문제가 없었으니 시위는 옳지 못했다. 5월 2일 시위는 비록 기막히게 재미없었지만 어쨌든 정당했다. 아아, 그러나 이대로 울며 겨자 먹기로 ①을 선택하기는 너무 찜찜하다. ‘이건희가 나쁜 놈이 아니’었다면 그 시위는 부당했나?

 

…만약 미래기업 회장 자리를 떠나면서 경영권을 모두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주고 떠난 정문술 전회장이나 안철수 연구소의 사장자리를 과감히 벗고 재충전을 떠난 안철수 전 사장같은 '존경받는' 기업인이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러 왔어도 학생들이 반대를 했을까…

 고태진, 〈이건희 회장이 고대에서 ‘봉변’당한 이유〉,오마이뉴스

 

이번 학위 수여가 100주년 기념 삼성관에 대한 보답이라는 것은 뻔한 바, 학교 측에서 이건희씨가 아닌 정문술씨나 안철수씨에게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줄 리는 없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다른 학생들이 다른 명분으로 반대 시위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시위를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의 정당성에는 동의할 것이며, 그 시위가 탄압을 받는다면 연대할 수 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누구에게든지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볼테르의 유명한 말, 여기저기서 워낙 우려먹어서 이제는 다 아시리라고 믿는다.

 

정리해 본다. 이건희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는 정당했다. 이건희와 삼성의 악덕이라는 그 시위의 명분 역시 물론 옳지만, 시위의 정당성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다.

 

 

3/평화를 고대하시는 분들께

 그대들이 평화 애호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 고작 ‘폭력 시위’ ― 그보다 훨씬 심한 입실렌티나 아카라카 때의 몸싸움, 응원가의 가사를 변형한 욕설은 어떻게 보시는지? ― 의 주동자인 총학과 다함께를 비난하는 것뿐이라니 진심으로 안타깝다. 그 정도의 비난이야 개나 소나 이미 다 하고 있는 일, 그것만으로 그대들의 평화 애호 정신을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니 그렇게 평화를 고대하신다면 이참에 병역 거부 선언이라도 하시라. 생도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드릴 수 있다. 아, 혹시 예비역이신가? 그렇다면 그 ‘폭력’ 집단을 거치고도 그렇게 폭력 자체는 무조건 나쁘다고 외칠 수 있는 그대야말로 진정한 평화주의자, 최초의 예비군 훈련 거부를 시도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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