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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노동인가?

누구를 위한 노동인가?

개막작 <전화교환실의 유령>

 

 

 

 

 

 

 “여성들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문명의 최전선에 존재해왔고, 또 그것의 허무함을 가장 먼저 알았다.” 라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난해하다고 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저에겐 감성적으로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개막작을 보고 난 후 한 관객이 남긴 메시지이다. 이 쪽지 속의 말처럼 제2회 여성노동영화제 개막작 <전화교환실의 유령>은 다소 난해하고 어려운 영화이다. 그러나 또 그만큼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수많은 영화들 뚫고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느긋한 화면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통해 기술발달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간의 노동이 어떻게 소외되고 저평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아름다워지기를 강요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性이 어떻게 상품화되도록 만들어지고 정형화되는지, 얼마나 가혹하게 노동시장에서 내쳐지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전화가 완전하지 않았던 때. 기계는 세심한 인간의 손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한갓 고철일 뿐이었다. ‘미소 띤 목소리’를 슬로건으로 하는 섬세하고 정확한 발음을 하는 여성 전화교환수가 있기에 사람들은 런던에서 모스크바로, 모스크바에서 런던으로 통화를 할 수 있었다. 효율성의 논리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각각의 목소리로써 업무를 담당했던 노동은, 기업의 프로그램 앞에 하나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정형화되고, 종내에는 기술발전이 가져온 결과로 인해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일부 여성들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조립을 하게 되었고 일부 여성들은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닌 기계부속품의 하나로서 전화교환수 업무를 담당했다. 그리고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인간의 노동이 필요치 않은 온전한 기계가 세상에 나왔을 때 그들의 ‘미소 띤 목소리’는 노동의 가치를 빼앗기고 허공중에 떠도는 유령이 되었다.

 

 영화는 내내 우주 밖을 떠도는, 이제는 유령의 목소리가 되어버린 여성 전화교환수의 목소리로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여 전화가 더 이상 사람의 손길을 거부할 때, 영상(tv)의 발달과 기업의 광고를 위해 여성의 性을 상품화 시킬 때,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추락하게 되는지를 말이다.

 

 난해하다고 하는 이들의 표현대로 66분의 시간동안 드라마틱한 사건도 현실을 느낄 수 있는 생생함도 화면 속에 강렬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단히 독특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기술발달로 인한 인간노동소외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상품화되는 性, 나아가 우리가 과학이라 칭하는 ‘것’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라는 심도깊은 고민을 던져준다.

 

전화교환실의 유령(The Phantom of Operator)/캐나다/2004/Caroline Mar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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