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과 상근비

그동안 활동비와 생활비는 거의 사교육을 통해 충당해왔다.

급한 돈이 필요할 때는 (그런 때가 너무 자주 있었지만) 다른 종류의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거의 사교육이었다. 

 

넉넉한 상근비가 나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정치조직들이 사실상 생활하는데 충분한 상근비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아예 못 받는 곳이 더 많을 거고. 나도 그렇고.

아마 받기는 커녕 내고 있을 거다.................

 

 

대개 다른 일을 통해 충당하거나,

개인후원금을 받는다고 들었다. 이건 옛날 학생운동 규모가 컸을 때에나 취직한 옛 친구들의 후원금 받는 일이 가능하지 요즘 같은 때에는.

 

작년엔가 김규항의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읽고 사교육을 통해 활동비를 마련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물론 오래 전부터 하기 싫었다. 그런데 이젠, 안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거다. 

 

한창 예측불허 창조적 발랄 에너지를 분출해야 할 아이들이

아무리 가둬놓고 쓰잘데기없는 것들을 가르치려해도 그 에너지가 톡톡 튀어나오는 그런 아이들이

밤 늦게 노란 버스에 꾸역꾸역 들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어도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계속 해오던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에, 그 수레바퀴에서 강사라는 위치가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위치는 아닌 듯 했다.

난 그들을 관리해야했다.

착하게 대하는 것도 관리법은 관리법인 거다.

모든 학원을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내가 했던 것들은.

한국 사교육의 문제 뭐 이런 것도 있지만.

강사라는 위치에 대해 돌아보고 나서 이렇게 정리했다.

 

사실 사교육 하지 말자고 막 말하고 다닐 생각도 없고

현실이 여의치 않으면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현실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그저 내가 그렇게 마음 먹었다는 것 뿐이다.

 

임재성씨가 몇년 전에 선언 같은 방식으로 이런 글을 올렸다가 욕을 많이 먹는 걸 보았는데,

그 사람의 마음을 이제 좀 알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얘기에 제발 러시아 혁명가들은 도둑질까지 했는데 뭐 어떠냐는 식으로 얘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하아

이런 얘기에다 대고 툭하면 레닌이니 뭐니 갖다붙이는 거 신물난다.

 

그리고

운동 그만두고 잘나가는 학원 원장이나 유명강사로 일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문제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파트타임 강사랑은 급이 다른 문제다.

그 동네 질서를 알기 때문에. 뭐하고 돈 버는 건지 알기 때문에.

 

 

 

 

 

 

아무튼

막상 그렇게 마음 먹고 나니 뭘 하고 살아야 하나 걱정이다.

이제 먹고 살려면 한달에 7자리는 벌어야겠다는 생각인데.

 

가장 좋은 길은 역시 상근활동만으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좀 알아봐야겠는데, 워낙에 현실을 잘 모른다. 집회에서 만나도 이런 거 물어본 적도 없고... 

몇년 전에 내 동년배인 한 활동가와 얘기를 나누다가 "20만원인데 그것도 제때 잘 안나와요 허허"라고 한 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좀 규모있는 노동운동 단체의 현실이었다.....

게다가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뜻이 맞아야지, 활동비만 보고 들어갈 것도 아니지 않나.

가고 싶다고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닐테고.

어떤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외부에서만 봐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법이고.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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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1 22:45 2011/05/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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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고민이 많이 됩니다.

    가고 싶다고 갈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 대부분 아는 사람 통해서 구인이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알아봐야겠어요~

  2. 하나 조언드리고 싶은 것은....

    적극적으로 하셔야 합니다. 얼굴이 두껍지 못해서 말해 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그냥 기회가 사라져버리더라구요.

    구직은 결국 구직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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