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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바람에..

예비군 훈련 기간입니다. 날씨의 변화에 상당히 민감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꽤 날씨란 녀석에게 노출되지 않고 살았네요...

오늘 낮, 도로변에 앉아있었습니다. 자동차의 엔진소리 같은게 들려 고개를 돌렸는데 차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소리의 주인은 지난 겨울 집요하게 나뭇가지에 매달리다 이제 봄의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들이었습니다..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낙엽(?)이 있구나...'
'근데 그 겨우내 잘 게기다가 왜 이제 떨어지지..??'

낙엽이 떨어졌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봄에 다시 자라날 다음 세대의 나뭇잎 때문이겠죠...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뭇잎 조차 자신이 있을 때와 떠날 때를 아는데 ... 사람이란...'

고호라던가 커트 코베인, 짐 모리슨이 동경하던 '자유'라는 것에 다시 생각해봅니다.
궁극의 '자유'란 '자연'스러운게 아닐까..?? 하는 생각..
거대한 섭리에 거스리지 않는 것이란 생각...
'왜 인간만 부자연스러운 존재로 전락해 버렸을까..??'

"잡배에게 칼을 주면 난장질을 하고 무사에게 칼을 주면 칼집에 넣는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 '시점'을 알기 위해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할까..?? - 비록 공부를 안하고 있지만... ^^




봄의 바람에 ( 아물지 않은 뼈들의 배치 )
- 이외수 -

강으로 가는 물 강으로 가는 모래
정액냄새 화사한 밤꽃 그늘에서
문득 이름을 잊어버린 애인 하나야
나는 허물어져 강으로 간다

미친 바람이 불고 등불이 죽고
헤어진 사람들은 헤어진 땅에서
문풍지를 바르던 겨울이여

죽은 비듬을 털어내는 회양목 둑길에 서면
둑길에는 겨우내 바람뿐이지
아무도 오지 않고
회양목은 회양목끼리 귀를 열어
불려 가는 내 음성을 들었으리

꽃다지 피어 흔들리는 밭머리에 서면
낯 익은 것은 겨우내 모두 죽고
못 잊을 것도 겨우내 모두 죽고
아아 혼자 남아서 허공을 떠다니다가
붙잡은 것 없는 빈손으로 떠다니다가
애인 하나야
끝끝내 나는 허물어져 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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