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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트림 교육의 패권주의

일단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건 존 롤스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
우선 교육 기회 균등의 권리를 보장하라. 이후 차등을 줘라..

물론 나도 안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불평등하다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교육 만큼 계급 상승의 기회도 없거니와 모순되게도 현실상 교육 만큼 계급의 재생산의 장치도 없다. 있는 집에서 자식들을 죽어라 공부시키고 유학보내고 하는 것들이 현실적 반증이다.

이미 슈퍼엔진을 단 차와 일반 티코랑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는건 지나친 기만이다.
도대체 우생학적으로 강남에 살면 우성 인자를 얻게 된다는 사실이라도 밝혀졌는가?

그렇다. 교육은 대부분 후천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후천적 환경의 중요요소는 경제수준이다.
다시 말하자면 경제수준에 의해 인간의 지능평가가 달라지고 결국 차세대 카스트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또 생각해볼 거리는 교육의 문제다.
교육과 평가는 동전의 양면이다. 교육이 허접하기 때문에 평가도 조악해진다. 사실 수능으로 인간의 지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을까? 반대로 현재 교육구조가 양질의 인간 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평가는 이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을 구분짓는 깔대기다. 하지만 그 깔대기라는게 너무 단순하고 편협하기 짝이 없다. 물론 이 논의에선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슬기만 평가해달라고 요구하는 부류는 제외 시킨다.

더구나 그렇게 고생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갔다고 치자. 그 대학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인재육성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가? (아니오 -.-; )

웃지 못 할 일이다...

물론 이 계급의 모순이 여전히 유전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롤스의 이론을 끌여들여 .... 적어도 신분간의 모순적 상속의 갭이 줄여들도록 안정망관리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고교 등급제를 하던지 말던지 나랑 상관없다.
교육정책 좀 제대로 관리 해라. 노력하는 성의라도 좀 보여라. (기회 균등권 보장) 그런 상황에서 정교한 차별이 (차등의 원칙) 정당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계급간 피라미드의 높이를 최대한 낮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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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트림 교육의 패권주의

출처 : http://www.hani.co.kr/section-001050000/2004/10/001050000200410171938099.html



"(고교)등급제를 하지 않는다니.. 걱정이군요. 아이 학교를 다른 데로 옮겨야 하는지, 어떤지."
"부동산도 기운다는데…행정수도까지 가면 강남이 어떻게 되는 거죠?"

요즘 강남 학부모들이 나누는 얘기에 이런 것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 고교등급제 폐지와 부동산 신화 붕괴, 이 두가지 정도면 강남은 ‘갈’ 수도 있다. 판검사 변호사 정부 관료 정치인 의사 교수 사장 등등으로 구성된 엘리트공화국 강남은 흔들릴 것이다.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상당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대한민국을 강남공화국과 그 변방으로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몇가지 사안으로 그 구분은 명확해졌다. 재산세 파동-고교등급제 소동-수도이전 논란 등에서 비슷한 특정 태도를 보인 이른 바 메인스트림적 부류와 그 바깥에 있는 부류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강남은 메인스트림이다. 교육분야로 말하자면, 고교 학력차 인정하라, 내신 무시하라, 등급제 안할 수 있나, 사교육 하면 어떠냐, 정답 맞추기가 수월성이다, 수월성이 국가경쟁력이다, 평준화는 안된다 등등이 그들의 목소리다.

우리 사회를 고질적으로 갈라왔던 영호남 같은 것이 아니라, 강남과 비강남으로 상징되는 좀더 본질적 결절을 환기한 것이 이번 고교등급제 소동이 준 긍정적 측면이라면 긍정적 측면일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 기회를 줄여 그나마 남은 자본주의 계급사회의 작은 미덕까지 훼손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기본 원리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들이 그걸 몰래 해왔다는 사실에는 좀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소동은 보편교육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차별적 특권-수월성-국가경쟁력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교육으로 갈 것인지를 가름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고교등급제는 고교간 학력격차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적용된 것이 아니다. 내신 부풀리기나 변별력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내신 부풀리기가 정말 문제였다면 각 대학은 벌써부터 내신 변별력을 확보할 수단을 개발했을 것이다. 그건 크게 어렵지 않다. 강남 일부처럼 돼버린 대학들의 삐뚤어진 패권주의에서 비롯한 차별이고 속임수일 뿐이다. 서울대 총장까지 이런 행위에 가담하지 않아 피해의식을 느낄 정도라면 대학들의 패권주의 의식이 얼마나 깊은지 갸늠할 길이 없다.

나는 몇몇 대학들이 공언했고 이미 흘리기 시작한 성적부풀리기의 실태나, 고교간 학력격차 따위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야 한다고 본다. 대학들은 그 실태를 있는 그대로 발표하기 바란다. 교육부는 성적 부풀리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고교 내신 시스템을 정비하고, 학력격차가 존재한다면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학력격차를 일소하는 강력한 조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 고교등급제를 인정하지 않는 그 자체가 조처의 첫걸음이다. 등급제가 없다면 강남 특권은 해소된다. 그게 국가의 역할이다.

대학은 자신이 맡아야 할 수월성 교육의 많은 부분을 입시 메커니즘에 내맡기고 게으르면서도 차별적인 고교등급제를 채택함으로써 강남 이데올로기를 부추겼다. 강남은 등급제를 하지 않는 것이 역차별이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등급제로 다른 지역이 받는 차별이 정상적인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정부가 등급제를 금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강남불패 신화는 늘 강고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제대로 진행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판검사 변호사 정부관료 정치인 의사 사장족 학부모들이 내신을 중시하겠다는 2008년 입시정책을 놔둘지도 모르겠다. 본고사가 되던 어떻든 막강한 사교육의 후광을 업은 강남은 자기복제를 위한 또다른 편법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도대체 교육이 무엇인가? 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 교육에 대해 좀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이 보편교육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답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흥동 편집부국장 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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