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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끼는 깊은 바다 색 코트에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로 치장하고 길을 나선다.
오랜만에 설레는 일요일 오후.
지하철 문에 비친 내모습은 언젠가 지하철 의자에 앉아 슬며시 훔쳐봤던 예쁜 언니와 같았다.
손에 꼭 쥔 공연표 두장에 이것도 오랜만이다, 하하하 웃음 + 진심이 담긴 박수.
따뜻한 그의 손을 잡고 종로를 걸으니 반대쪽 나의 빈 손바닥 위로 하나, 둘 눈송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래되고 따뜻한 향기가 가득한 식당 안에서는 동화책에서 나온 듯한 빨간 창문 밖으로 눈이 펑펑-
눈오는 횡단보도를 건너 막 도착한 버스에 올라 타고 광화문을 가로질러 달린다.
눈길에 미끌어질까 종종 걸음을 걷던 나는 앗, 나 눈에 눈이 들어갔어.
치이익- 스팀소리에 달콤하게 데워진 우유를 컵에 담고, 어느새 투박한 그의 손이 허둥지둥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거품 한 가운데로 진한 커피를 붓고, 내가 주문한 대로 캬라멜 소스로 별을 만들어 완성된 하나뿐인 캬라멜 마끼아또. 아아아- 너무너무 달콤해.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큰 길을 건너고 건물 사이를 지나, 아무도 밟지 않는 눈 길에 뽀드득 내 발자국을 남기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정종과 짭쪼름한 은행꼬치에 언 발을 녹이며 다정한 이야기, 이야기......
나는 오늘 정말 큰 호강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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