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MBC보도국과 이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 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 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 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 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 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 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 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 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 '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 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 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
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 ****(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 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 ****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 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
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 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 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 '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 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 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 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 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책임감있게 어떻게 사과를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 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그때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없음.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 '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 '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 MBC뉴스가 '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 '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 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MBC보도국과 이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 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 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 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 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 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 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 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 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 '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 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 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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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 ****(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 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 ****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 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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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 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 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 '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 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 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 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 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책임감있게 어떻게 사과를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 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그때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없음.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 '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 '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 MBC뉴스가 '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 '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 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8월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
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
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어떻게 책임지겠는지 묻는 질문에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되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안됨.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MBC뉴스가'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MBC보도국과 이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 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 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 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 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 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 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 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 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 '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 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 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
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 ****(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 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 ****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 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
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 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 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 '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 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 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 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 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책임감있게 어떻게 사과를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 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그때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없음.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 '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 '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 MBC뉴스가 '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 '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 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MBC보도국과 이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 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 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 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 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 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 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 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 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 '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 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 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
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 ****(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 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 ****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 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
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 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 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 '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 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 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 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 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책임감있게 어떻게 사과를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 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그때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없음.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 '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 '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 MBC뉴스가 '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 '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 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MBC보도국과 이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 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 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 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 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 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 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 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 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 '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 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 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
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 ****(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 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 ****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 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
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 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 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 '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 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 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 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 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책임감있게 어떻게 사과를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 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그때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없음.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 '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 '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 MBC뉴스가 '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 '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 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MBC보도국과 이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 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 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 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 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 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 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 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 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 '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 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 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
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 ****(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 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 ****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 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
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 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 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 '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 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 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 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 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책임감있게 어떻게 사과를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 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그때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없음.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 '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 '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 MBC뉴스가 '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 '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 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MBC보도국과 이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 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 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 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 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 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 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 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 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 '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 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 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
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 ****(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 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 ****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 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
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 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 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 '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 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 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 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 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책임감있게 어떻게 사과를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 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그때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없음.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 '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 '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 MBC뉴스가 '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 '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 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MBC보도국과 이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지요?
아마 절 기억 못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하고도 4개월 전 일이고,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무척 바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MBC뉴스를 잘 보지 않습니다.
제 생활 형태가 바뀐 것도 있고,
지금의 MBC 뉴스에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케묶은 옛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꺼내는 것은
최근 MBC 기자들의 파업을 보고 제 나름의 '격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9년 8월
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이 함께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은 단체에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한달에 두번 10개국어로 된 뉴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일을 하면서 친해진 베트남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있었던 베트남 친구 K는
인천지역에 있는 공장에 다니면서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고 영상에 관심이 많아서 제가 일하는 단체에
베트남어 번역 겸 앵커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K는 직접 영상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영상 아카데미에도 참여했고, 이후에는
자신이 참여했던 이주민 행사 영상을 직접 만들어 제가 있던
단체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담당자였던 저와 자주 어울리게 됐고,
동갑이었던 것도 이유가 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익산에서 있었던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같이 놀러가기도 하고,
K가 일하는 공장 안 숙소에 초대받아 베트남 요리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중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활동가에게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노동실태 보고대회 때 쓸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는 최저 임금을 받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공제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주거환경에 대한 기준없이 숙식비 공제는 부당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전 K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흔쾌히 동의해줬습니다.
사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노동자가 100여명이 넘는 규모가 꽤 큰 곳이었고,
그나마 주거환경이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소음이 큰 공장 기계 옆에 칸막이로만 만들어져
시끄러운 것과 창문이 없어 공장기계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온다는 것,
무엇보다 조리대가 없어 샤워실에서 조리를 하는 모습 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미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촬영된 영상은
2009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상영됐고,
그곳에서 이기자님을 만났습니다.
그 이후는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MBC 뉴스데스크에서 비슷한 취지로 보도를 하겠다고
상영된 영상물 원본을 요청했고,
우리 단체는 내부 회의를 거쳐(물론 K의 동의를 구하고) 영상물을 보내줬습니다.
그런 결정의 근거에는 그시기 MBC가 갖는 위상때문이었습니다.
다른 공중파 뉴스들이 정권의 멍멍이임을 자청할 때
유일하게 정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소중한 'MB씨'였으니까요.
(그때 우리 단체가 요청했던 것은 절대로 K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확실히 할 것과 보도 말미에
자료제공 자막에 우리 단체의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였지요.)
그렇게 방송된 뉴스는 좋았습니다.
좋은 장비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든 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뉴스.
그런데 그 파급 효과는 엉뚱하게 터져나왔지요.
MBC에서 블라이든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K가 일하는 회사이름이 노출됐고,
그것을 본 고용주는 K를 호출했지요.
K는 모든 내용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주는 자신의 회사에 엄청난 손해가 났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자료제공과 보도과정에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기가막히
'기만'이 있었지요.
첫째로 뉴스데스크에서만 보도하기로 했던 것을 다음날 아침뉴스에서도
보도한 것
둘째로 원본 영상을 줄 때 함께 받었던 참고만 하겠다던 촬영본의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였고,
어떻게든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터지고 이기자님과 처음 한두번을 통화하고 그 이후에는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보낸 메일입니다.
-----------------------------
전화 연락이 안돼 메일 드립니다.
이** 기자님의 협조 요청에 ****(단체이름)가 흔쾌히 응했던 건,
내용에 대한 동의도 있었지만, MBC에 대한 신뢰가 더 컸습니다.
실제로 방영된 내용은 고용허가제 5년을 맞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법 개악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뉴스였습니다.
문제는 이기자님께서도 본의가 아니었겠지만,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자님께서도 고용허가제 취재를 하셔서,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인터뷰에 응했던 이주노동자는 지금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고,
영상을 제보했던 **** 역시 그런 부분 때문에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일단 벌어진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관계된 이주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이기자님도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제보자 신원 노출이 발생해 피해가 생겼을 때,
MBC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해주는지, 보상 장치가 있는지 알려주십시요.
그리고 사업주가 ****에 회사를 방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MBC 방영에 대해, 어떤 권한도 없는 **** 입장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만 가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전 MBC가 함께 만나서 사업주와 얘기를 해봤으면 합니다.
보도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관계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꼭 연락 주세요.
--------------------------------
그러나
수신 확인이 된 다음에도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기자님도 그때 취재를 해서 아시겠지만, 고용허가제 하의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3회를 넘기면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미등록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업주가 '생사'를 쥐고 있습니다.
K는 이미 1회 사업장 이동을 한 상태였고, 이번 사건으로 사업주에게
잘 못 보여 해고되거나 그 이상의 처분을 받을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그렇듯이 가족 친지에게 빌린돈으로
비싼 브로커비용을 들여 한국에 온 것이라면
이번일이 잘못돼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경우 피해를 보는 것은 K 혼자 뿐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저를
자기는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K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저와 제가 속한 단체의 대표는
K의 회사를 찾아갔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회사가 이번 MBC보도로 엄청난 금전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으며
명예회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K를 속이고 그의 동의 없이 몰래 회사 내부를 촬영했다는
'거짓말'과 무조건의 사과였습니다.
연락이 끊어지기 전 당신이 고용주와의 통화에서 이야기했다는,
고용주를 더 화나게 했다던 '보도의 진실성'을
저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그당시 저에게는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K였습니다.
고용주는 우리의 사과에 기분이 조금 풀린 것 같았지만,
'괘씸하게' 전화를 끊은 MBC기자의 사과를 받고싶어했고,
우리는 어떻게든 MBC기자와 연락해서 사과를 하게 하겠으니
아무런 잘못 없는 K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기를 '애원'했습니다.
전 어떻게든 당신과 연락해 할 수 있다면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한번만 고용주를 만나서 미안하다는 시늉이라도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을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기자님은 끝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우리같이 작은 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림이 길어졌고, 우리는
MBC보도국 앞으로 항의 메일을 보냈지만
우리가 받은 답변은 역시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에 대해서 느껴지는 것은 '연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봉춘' 역시도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한 사람, 아니 한 가족의 '생사'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 느껴진 것은 분노였습니다.
당신에게 연락을 받은 것은 최초 보도 부터 20여일이 지난,
보도 피해에 대해 잠수타는 것으로 응수했던 것과
위에서 밝힌 보도 과정에서의 기만 행위 둘에 대해 방통위에 신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는 핑계보다도 더 괘씸했던 건
스스로 책임감있게 어떻게 사과를 하겠다가 아닌
'어떻게 사죄를 할 수 있는지'묻는 태도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두가지 였지요.
K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고용주가 원하는 사과를 할 것
보도 과정에서 기만했던 것에 대해 MBC뉴스 데스크에서 공개 사과를 할 것
그때 이기자님께서 취했던 행동은 한가지 였지요.
연락없음.
그리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이기자님은 동계올림픽 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독특한 현장 체험 뉴스로 화제가 되기도 하셨더군요.
K는 고용허가제 기간이 만료되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시에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 동료들로부터는
한동안 심리적인 피해를 입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에 급료 문제로 회사를 한번 옮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때 하던 영상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한옥 짓는 목수가 됐고요.
MBC 보도국은 '조롱받는 뉴스'를 만들고 있네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에 방통위에 신고하거나
작은 힘으로나마 여론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중한' MBC에게 혹시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MBC에 관심도 없는 조선일보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MBC 비방을 일삼았고,
혹시 내가 문제제기한 것이 조선일보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진한 걱정을 했었습니다.
참 바보같지요?
이기자님!
앞으로도 '웰메이드'뉴스 많이 만들어주십시요.
그리고 '우리의 마봉춘' 보도국.
당신들의 파업이 과거 MBC뉴스가 '영예'로웠던 시기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그러나 보도 피해에 대해 침묵하는 '영예'로웠던 시기라면
전 지지를 보낼수 없습니다.
제가 겪은 그 시기의 MBC는
뉴스를 잘 만들수는 있어도,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일수 있어도,
힘없는 자에게는 언론 권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테니까요.
어찌됐든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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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수다.우리 아버지도 목수였는데, 어렸을 때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이러저러한 장난감들이 너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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