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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1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직접 부딪치며 배운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

 

 

 

내가 이제껏 적어도 가족이나 친구와는 가보지 못한 허름한 동네의 허름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oo동(우리 동네)과는 많이 다르지? 거기는 늘 화려하고 반짝거리지만 여긴 달라. 식당은 이런 게 알짜배기인데.

음. 그치만 엄마. oo동에 이런 가게가 있다면 안 될거야.

그렇지. 칙칙하고 허름하다고 피하겠지. 문화권이 다른 걸거야.

 

내가 아는 건물들의 옛날 이름들을 알게 되었고,

속 깊은 현대사 공부를 했고,

내가 예쁘다면서 3000원짜리 과자를 2000원으로 깎아주는 사무실 근처 구멍가게 할아버지.

 

버스번호 질문이 무시당한 할머니의 버스 안내를 해 드렸고,

그런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고,

 

버스 안에서 방금 코스프레를 마치고 온 듯한 여자 두명이 한 명은 일어서서,

한 명은 앉아있으면서도 손을 꼭 잡으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고,

 

팬티가 보일 정도로 짧은 롱티를 입고 걸어가는 중국 여자를 보았고,

 

버스에서 잔뜩 우울해 보이는 예쁜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사람을 계속 보고 있었고,

 

그러면서 저 사람을 궁금해 하면서 왠지 외로워하는 나를 보았고,

 

버스에서 내려서 걷다가

헤어지는 남녀가 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화장이 눈물로 번진 여자가 너무 슬프게 울고 있었다고요.

 

이런 저런, 오늘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하면서

왠지 모를 행복을 느끼면서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었다가 기지개를 켜면서 행복하다고 말했어요.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은은한 행복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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