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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과대망상

"개인은 이기적이어서 질서를 해치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자제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공선이 있다는 사실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 질서는 하나의 공공선이다. 개인이 이기적인 한, 자신은 기여하지 않으면서 타인 혹은 타집단이 제공하는 선의 총량으로부터 이득을 얻으려는 무임승차자가 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신으 기여에 상관없이 공공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 폭력의 집중과 정치적인 전문화의 부재, 폭력에 대한 통제권이 평등한 사회. ..."

- 구승회 '저주받은 아나키즘' 역자 서문에서

 

성선설에 동의하지도 않고 인간은 필연적으로(?) 원래 자기중심적이고 나약하기 때문에 모든 권력과 권위가 해체된 상태, 참 자유의 세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의심하고 두려워 했었다. 과연 가능한가? 라는 질문 앞에서 항상 '지구상에 인간이 사라진다면'이라고 대답했었는데...

막상 저렇게 활자화 되어서 결국 '질서'를 공공선으로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 왜 이렇게 불편한지.

사람은 악할 수 있지만 죄를 짓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깊이 동의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으로 인한 윤리적인 강박관념 때문이다.

 

여성으로서 늘 잠재적 피해자라는 과대망상이 나를 좀먹고 있고 그래서 더욱 불행하다.

 

과거 남성이길 바랬던 것이, 남성이 되고자 소망했던 것이 권력과 힘, 그리고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획득하고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이 지긋지긋한 피해자의 과대망상의 덫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서이다. 이 망령을 떨쳐내지 못하고, 극복해내지 않는다면 나는 계속해서 같은 자리를 맴돌며 발버둥칠 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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