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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6 C+ 주신 교수님께 드리는 편지

 

 

 

교수님 감사합니다. 매 수업 시간마다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들, 피부에 새기는 자세로 잘 들었어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듯 교수님같은 사람한테 가르침 받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일거에요. 그래서 평생 잊어버리지 않게요. 지금쯤이면 셀 수 없이 내뱉어진 당신의 설익은 말들이, 법학관 강의실의 더운 공기에 천천히 삭아들고 있겠지요? 저는 고작 그런 말들도 담아내지 못해서 어른이라는 성충이 되지 못하는 것인지, 아직도 이 정도 말들도 참아내지 못해서 어린 짐승이라고 불리는지 수업 내내 헷갈렸어요.  

 

감당할 수 없이 쏟아져내리는, 강력하기 그지없는 교수님의 천둥같은 그 말들을 제 보잘 것 없는 그릇으로 담아낼 때마다, 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다시 한 번 깨달았고, 동시에 떠나보낸지 얼마 되지 않은 앳된 청소년기의 반항심이 따끔거리는 두피 끝에서부터 배어나오는 것을 느꼈지만... 저는 그걸 최선을 다해 억눌렀어요.

 

이 글을 더불어 고백하자면, 저는 교수님께 극단적인 경이감마저 느꼈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교수님의 무지막지한 프로테스탄트적 사명에 놀랐고, 학교 축제에 주점은 대체 왜 하냐는 말에는 가히 충격과 공포를 느껴버렸어요. 사실 이건 제 경험의 한계이겠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라는 당신의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저라는 사람에겐 마치 통곡의 벽처럼 다가오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늘 말하는 거지만, 교수님, 평생 걸을 수 없는 사람에게 '너가 걷지 못하는 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한 들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물론 재활할 여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열심히 노력해야겠지만요. 저는 교수님의 그 자신있는 말들을 흘려낼 때마다 그 미묘한 간극 사이에서 어찌 할 바 모르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그냥 웃어넘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웃어넘기기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그런 말들이 제 속에는 너무 많았어서, 아직도 남았나봅니다. 당신과 작별을 고하는게 아쉽습니다. 갈등이 있어야 진보가 있는거겠지요. 당신 덕분에, 제가 가진 유약한 경험의 세계는 한 번 더 자라납니다. 생각나는대로 아무렇게나 적습니다. 참으로, 참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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