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성명서]중앙도서관은 지역사회의 공공재로 거듭나라!

[성명서]중앙도서관은 지역사회의 공공재로 거듭나라!

- ‘더불어 숲’이 학교 이미지 홍보용 문구가 아닌

성공회대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와 이념이 되길 바라는 제언 -

 

  성공회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지난 5월 출입관리시스템 가동을 공지하고 그 운영에 들어갔다. 그 일련의 과정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의사가 배제된 채 학교당국과 중앙도서관의 이해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학생들에게는 일방적으로 그 결과만 통보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학생증이 없으면 중앙도서관에 들어가는 일이 불가능해졌으며 출입구에서 학생증 바코드 인식장치에 학생증을 접촉시키고 재학생으로서 출입이 허가된 사람만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증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이 시스템에 대한 반대의사로 바코드 인식을 하지 않고 출입하던 몇몇 학생들이 도서관 관계자의 폭언과 욕설로 인해 심한 모욕을 당하고 불쾌감을 받은 인권유린의 사건들이 발생하였으나, 그 관련자와 도서관 책임자, 학교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학교의 일방적인 운영방식이 초래한 구조적 폭력의 한 조각으로 어둡고 차가운 '진보의 그늘'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개인의 정치적인 이유로 학생증을 발급받지 않은 사람의 경우 도서관 이용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결여되어 있고, 비단 학생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학생증을 소지한 사람이라도 두 손 가득 책과 짐이 들려있거나, 앞 사람의 바코드 인식이 잘 되지 않아 시간이 지체되거나, 혹시라도 학생증을 가져오지 않은 경우라면 전에 없던 큰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 불을 보듯 확연해진다. 모두 학교와 중앙도서관이 만들어 놓은 출입관리시스템 덕분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원천적으로 비재학생들의 출입을 제한함으로써 기존의 휴학생, 졸업생, 지역주민, 장삼이사, 선남선녀, 필부필부, 지나가는 행인 1, 2, 3 들이 손쉽게 책을 볼 수 있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던 열린 도서관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거기에는 나름의 면학분위기 조성과 도난사고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여기에는 동의할 수 없는 몇 가지 의문이 따른다. 과연 비재학생 출입통제와 면학분위기 조성, 도난사고 방지가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말인가? 그 논리는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비재학생들이 도서관의 면학분위기 침해와 각종 도난사고의 핵심 원인제공자로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는 말인데, 이것을 입증할 수 있는 통계치와 자료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이 이렇게 편협하고 배타적인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출입관리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도서관의 면학분위기는 월등히 향상되었고 도난사고 발생률은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인가? 이런 물음들에 대해 출입관리시스템 도입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전향적인 다른 대안들을 공동으로 찾아보는 시도를 하길 바란다. ‘집단지성’은 가끔 우매한 정치적 군중심리에 동원될 위험이 크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상력과 대안모색의 과제 앞에선 훌륭한 영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당국과 중앙도서관은 이번 방학기간 동안 출입관리시스템을 즉각 철회하고 공론장을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2학기 개강 전까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

  한국사회에서 ‘진보대학’ 이라고 일컬어지고, 자칭 인권과 평화의 대학, 열림과 나눔과 섬김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성공회대에서 기존의 열려있던 도서관 문을 닫고 신분증을 검사해 이용자를 통제한다는 그 치졸한 발상에 실망감이 매우 크다. 대학이 ‘우아한’ 돈벌이의 수단이 돼 버린 한국의 기형적인 대학들을 굳이 따라 하려고 하지 말자. 대학이 그 지역사회의 교육과 문화의 중심거점이 되고 누구든지 평생교육을 위해 모일 수 있는, 낮은 문턱의 대학들을 벤치마킹해라. 아니 성공회대가 그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학교당국과 중앙도서관은 즉각 출입관리시스템을 철회하고 배움의 공간, 지식의 창고인 도서관이 학생과 지역주민들에게 ‘더불어 숲’이 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길 바란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런 의미를 좇아 가난한 네팔의 히말라야에까지 도서관을 세운 이들도 있다. 우리는 성공회대에 등록금 낸 재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닫힌 도서관’이 아닌,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고 앎을 구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희망의 도서관’을 꿈꾼다. 우리는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

 

성공회대 개념탑재를 위한 무서운 직접행동 작당모의자들(준)

 

문의 : nalaryboy@naver.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