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9/08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8/23
    껍데기 평화는 가라!(6)
    꿀벌
  2. 2009/08/23
    [성명서]중앙도서관은 지역사회의 공공재로 거듭나라!
    꿀벌

껍데기 평화는 가라!

 

 

  평화를 한자로 쓰면 ‘平和’인데 이 뜻은 ‘누구나 공평하게(平) 곡식을(禾) 먹는(口) 것’을 의미한다. 평화의 꽃이 굶주리는 자 없는 세상에서 움튼다는 이 말은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만큼 식량이 넘쳐나지만 고른 나눔의 부족으로 많은 인구가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평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들, 의식주는 물론이고 의료, 환경, 문화 그리고 교육이 특정집단의 독차지 없이 누구나 골고루 먹고, 입고, 즐기고, 배우고, 누릴 수 있을 때 그게 바로 인류의 진정한 평화라 말할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너와 나 할 것 없이 세상의 많은 이들이 평화를 말하고 내세우는 요즘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더불어 살고, 나누며 살고, 서로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공존과 연대의 원리로 평화를 이해한다면 무슨 유행어처럼 쉽게 평화를 말하고 간판처럼 번지르르하게 내세우는 일은 차마 하지 못할 일이다. 누구나 곡식을 먹을 수 있듯이 누구나 배울 수 있고, 치료 받을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세상에 다가가지 못한다면 어찌 평화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거리의 신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이 진정으로 평화로운 세상이 아닐까.
 
  성공회대학교는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라고 말한다. ‘열림, 나눔, 섬김’의 교육이념으로 이 사회에 ‘더불어 숲’을 만들어 가자고 말한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점점 지옥을 향해 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경쟁, 개발, 성장 이 세 가지 주문에 갇혀 살아가는 너무나 인간답지 않은 인간 세상에 인간의 가치를 내세우며 한 사람의 지도자가 아닌 열 사람의 동반자와 아시아 평화공동체 대학을 꿈꾼다고 한다. 취직과 출세를 위한 ‘스펙’ 쌓기와 간판 따기의 도구가 되어 버린 한국의 대학에서 그런 비주류적 가치들을 전면에 내걸고 당당하게 진보적 학풍을 내세우는 곳이 성공회대학교이다. 하지만 내부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성공회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평화는 빛을 잃었기 때문이다.
 
  성공회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지난 5월부터 관리상의 이유로 출입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여기서 외부인이란 비성공회대인, 즉 성공회대에서 돈을 벌거나(교수, 교직원), 돈을 내는 사람(학생)이 아닌 모든 사람을 이른다. 하지만 학교에 적을 두고 있지 않아도 예치금을 내면 책을 빌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돈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관계 속에 도서관이 있는 셈이다. 어찌됐든 이런 일이 한국 대학 도서관의 일반적 현상이기에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건 분명한 자기배반이고 배신이다. ‘진보의 명문’이라는 낯간지러운 광고와 인권, 평화, 열림, 나눔, 섬김, 진보, 민주주의, 공동체, 대안, 동반자, 희망, 실천, 개방, 더불어 숲 그런 말들로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배움과 자기계발의 공간이고 정보와 지식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오아시스인 도서관은 그야말로 인류의 문화적 유산이고 사회의 공공재이다. 오늘날을 ‘지식정보사회’라고 일컫는데 이는 정보를 소유하므로 부를 장악하게 되고 결국에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함으로써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차이는 사라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높은 진입장벽을 만든다는 것은 정보, 지식의 불평등을 조장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더욱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도서관은 우리 사회 정보부분의 공공영역을 확보하고 정보의 공적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 공간으로서 기능해야 한다. 또한 인권과 평화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도서관은 학생증을 갖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하여 배울 권리, 알 권리를 박탈하고, 그들을 울타리 밖으로 내쫓으면서 지식과 정보를 독차지하며 배고픔과 서러움을 선사했다. 이렇게 지역사회에서 군림하는 법을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교육 시켜주었다. 이런 성공회대학교가 어떻게 평화와 인권을 말할 수 있으며, 무슨 평화공동체와 ‘더불어 숲’을 말한단 말인가. 모름지기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초심이라도 빛을 잃고 완전히 딴 것이 되고 만다. 도서관은 단언코 관리 중심 대상도 아니고 행정 편의적 발상에 좌지우지될 곳도 아니다. 그래서는 절대 안 되는 곳이다. 성공회대학교가 ‘열림, 나눔, 섬김’이 아닌, ‘닫힘, 독점, 무시’의 대학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에 남긴 상처에 반창고 하나 붙여 줄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중앙도서관은 출입관리시스템을 즉각 철회하라! 철회하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성명서]중앙도서관은 지역사회의 공공재로 거듭나라!

[성명서]중앙도서관은 지역사회의 공공재로 거듭나라!

- ‘더불어 숲’이 학교 이미지 홍보용 문구가 아닌

성공회대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와 이념이 되길 바라는 제언 -

 

  성공회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지난 5월 출입관리시스템 가동을 공지하고 그 운영에 들어갔다. 그 일련의 과정은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의 의사가 배제된 채 학교당국과 중앙도서관의 이해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학생들에게는 일방적으로 그 결과만 통보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학생증이 없으면 중앙도서관에 들어가는 일이 불가능해졌으며 출입구에서 학생증 바코드 인식장치에 학생증을 접촉시키고 재학생으로서 출입이 허가된 사람만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증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이 시스템에 대한 반대의사로 바코드 인식을 하지 않고 출입하던 몇몇 학생들이 도서관 관계자의 폭언과 욕설로 인해 심한 모욕을 당하고 불쾌감을 받은 인권유린의 사건들이 발생하였으나, 그 관련자와 도서관 책임자, 학교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학교의 일방적인 운영방식이 초래한 구조적 폭력의 한 조각으로 어둡고 차가운 '진보의 그늘'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개인의 정치적인 이유로 학생증을 발급받지 않은 사람의 경우 도서관 이용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결여되어 있고, 비단 학생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학생증을 소지한 사람이라도 두 손 가득 책과 짐이 들려있거나, 앞 사람의 바코드 인식이 잘 되지 않아 시간이 지체되거나, 혹시라도 학생증을 가져오지 않은 경우라면 전에 없던 큰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이 불을 보듯 확연해진다. 모두 학교와 중앙도서관이 만들어 놓은 출입관리시스템 덕분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원천적으로 비재학생들의 출입을 제한함으로써 기존의 휴학생, 졸업생, 지역주민, 장삼이사, 선남선녀, 필부필부, 지나가는 행인 1, 2, 3 들이 손쉽게 책을 볼 수 있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던 열린 도서관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거기에는 나름의 면학분위기 조성과 도난사고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 여기에는 동의할 수 없는 몇 가지 의문이 따른다. 과연 비재학생 출입통제와 면학분위기 조성, 도난사고 방지가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말인가? 그 논리는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비재학생들이 도서관의 면학분위기 침해와 각종 도난사고의 핵심 원인제공자로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는 말인데, 이것을 입증할 수 있는 통계치와 자료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이 이렇게 편협하고 배타적인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출입관리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도서관의 면학분위기는 월등히 향상되었고 도난사고 발생률은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인가? 이런 물음들에 대해 출입관리시스템 도입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전향적인 다른 대안들을 공동으로 찾아보는 시도를 하길 바란다. ‘집단지성’은 가끔 우매한 정치적 군중심리에 동원될 위험이 크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상력과 대안모색의 과제 앞에선 훌륭한 영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당국과 중앙도서관은 이번 방학기간 동안 출입관리시스템을 즉각 철회하고 공론장을 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2학기 개강 전까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

  한국사회에서 ‘진보대학’ 이라고 일컬어지고, 자칭 인권과 평화의 대학, 열림과 나눔과 섬김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성공회대에서 기존의 열려있던 도서관 문을 닫고 신분증을 검사해 이용자를 통제한다는 그 치졸한 발상에 실망감이 매우 크다. 대학이 ‘우아한’ 돈벌이의 수단이 돼 버린 한국의 기형적인 대학들을 굳이 따라 하려고 하지 말자. 대학이 그 지역사회의 교육과 문화의 중심거점이 되고 누구든지 평생교육을 위해 모일 수 있는, 낮은 문턱의 대학들을 벤치마킹해라. 아니 성공회대가 그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학교당국과 중앙도서관은 즉각 출입관리시스템을 철회하고 배움의 공간, 지식의 창고인 도서관이 학생과 지역주민들에게 ‘더불어 숲’이 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길 바란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런 의미를 좇아 가난한 네팔의 히말라야에까지 도서관을 세운 이들도 있다. 우리는 성공회대에 등록금 낸 재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닫힌 도서관’이 아닌,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고 앎을 구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희망의 도서관’을 꿈꾼다. 우리는 능히 그렇게 할 수 있다.

 

성공회대 개념탑재를 위한 무서운 직접행동 작당모의자들(준)

 

문의 : nalaryboy@naver.com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