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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생활에서 멀지 않은 대기업 사내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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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오늘은 금속노조 주최로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도 이날 하루 휴일특근을 빼고 울산공장으로 달려가기로 결의했다.

 

아산시청 앞에 버스 4대를 세워놓고 조합원들을 기다렸다. 10시간의 야간근무를 마치고 눈을 비비며 나타나는 조합원들, 심야노동에 지친 몸이지만 자신의 절실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조끼를 입고 활기차게 버스에 오른다. 160여명. 예전보다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1년여 지속된 해고와 징계 생활 동안 포기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믿으며 달려온 동지들이다.

 

“조합원 동지들! 특히 야간 마치고 오신 동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잠깐 설명을 좀 하겠습니다. 현재 법정최저임금이 얼마죠? 네, 시급 4,580원 밖에 되질 않습니다. 이것 가지고는 빅맥 세트 하나 사먹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서울지역 대학의 청소/경비 용역노동자들이 집단교섭을 통해 생활임금을 쟁취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생활임금 쟁취 1만인 선언운동에 조합원 동지들도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울산공장 집회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생활임금 쟁취 1만인 선언운동’ 서명용지를 배포했다. 삽시간에 140여명의 조합원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1천원씩 모금이 완료되었다. 묻지마(!) 서명이랄까? 역시 오랜 기간 힘겨운 탄압을 뚫고 노조를 지켜온 조합원들이라, 굳이 집행부가 설명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서명용지와 볼펜부터 내놓으라 한다.

 

“아니, 홍익대 동지들 또 집단해고 된 거야?” “아니요. 작년에 전원 복직했죠. 이제 최저임금 대폭 올리고 생활임금 달라고 임단협 중이래요.” “학교에서는 뭐라는데? 아차, 용역업체하고 교섭하는 건가?” “교섭은 용역업체랑 하지만 다 아시잖아요. 진짜 사장은 대학 총장이라는 거! 그래서 원청 상대로 투쟁도 벌이면서 집단교섭을 벌이고 있대요. 그런데 여기도 복수노조 만들어지고 하면서 탄압도 많이 받나 봐요.” “썩을 것들! 현대차나 대학이나 노동자 못살게 굴기는 똑같은 놈들이구만!”

 

꼭 1년 전, 2월 말이 떠올랐다. 우리 지회는 진짜 사장 정몽구를 상대로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 전환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양재동 현대차 본사 상경투쟁 차 서울에 올라오던 길에, 홍익대에 들러 당시 파업농성 중이던 청소/경비노동자들과 공동집회를 전개한 바 있다. 하는 일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르고, 소속 산별도 다르지만, 받고 있는 탄압도 똑같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설움도 똑같았다. “진짜 사장 정몽구가 책임져라!” “진짜 사장 대학총장이 책임져라!”

 

우리 조합원들도 1년 전 공동집회의 기억이 또렷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조합원들이 모아준 돈을 봉투에 담고, 서명용지를 쳐다보며 버스 안에서 상념에 젖는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이 4,580원이랬지? 그런데 내 시급은 얼마였더라? 해고된지 1년이 지나 월급명세서 구경한지가 오래되어 한참 동안 기억을 떠올려야 했다. 해고 직전에 4,700원쯤 되었던 것 같은데, 작년에 시급 2백 몇십원인가 올랐을테니, 내가 지금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면? 그래도 시급 5천원을 못 받는구나! 가만 있어봐~ 최저임금 인상, 이거 남 얘기가 아니네?

 

그랬다. 내가 벌써 현대차 사내하청 근속 10년이 되었는데도 시급 5천원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 집단교섭과 투쟁으로 이화여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가 시급 5,100원에 잠정합의를 했다니, 이제 그분들 시급이 나보다 높아졌다는 얘기네? 대기업 사내하청은 최저임금과 별 상관없는줄 알았더니, 이거야말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함께 싸워야할 문제로구나!

사실이 그렇다. 나와 근속이 비슷한 정규직 노동자들 시급도 7천원이 안 된다. 그동안 우리는 임금협상과 투쟁으로 임금인상을 해왔다고 믿어왔는데, 실제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효과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현대차에 모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 기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닝’을 조립하는 동희오토, 이곳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은 죄다 법정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고 있다.

 

조합원 서명은 마쳤지만, 한번 현장의 비조합원들도 만나봐야겠다. 요즘 우리 지회는 현대모비스 공장 앞에서 “물가폭등 못 살겠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선전전도 벌이고 있다. 유인물도 돌리면서 최저임금 인상 서명운동도 벌여볼까? 5~6월에 불붙게 될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투쟁과 함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결합시킬 방안도 고민해 봐야겠다. 1만인 선언운동, 꼭 결실을 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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