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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던 사실이 너무 많다 ㅠ.ㅠ
(다섯병 블로그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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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5시 반에 일어난 아이랑

요거트도 먹고 우유도 먹고 포도도 먹고 떡도 먹고

책도 보고 블록도 하고 TV도 보았는데

7시 반밖에 안되었다-_-;

 

그래서 옥상에 올라갔다.
요새 계속 비가 오락가락해서 덜 마른 빨래를 널어야 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글을 쓰기 직전 소나기에 젖어버렸다 OTL)

402호 아저씨가 런닝셔츠 차림으로 체조를 하고 있었다.

이불을 널고 진경이랑 (옆집 아이의) 붕붕이며 훌라후프를 가지고 놀고 있는데

아저씨가 상추를 한아름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고맙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쫌 난감했다.

 

이미 집에 상추가 넘쳐나고 있었다.
우리 텃밭에서 뽑아온 상추도 아직 다 먹지 못했는데

얼마전에 자기네가 키운 상추라며 한아름 가져다 주셨고,

그걸 또 다 먹지 못했는데 재차 갖다 주신 거다.

 

우리 빌라에선 8세대 중 네 집이 주차장이며 옥상에 채소를 키운다.
몇년전 301호 아주머니가 상추를 주실때만 해도

부담스러운 건 상추만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솔직히 노인들은 왜 다들 채소밭을 꾸미지 못해서 안달인가 싶었다.

여기저기 스티로폼이며 화분이며 다라이며 심지어 버려진 아기 목욕통(!)까지 줏어다가 채소밭을 꾸미는 것이 썩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었다.
심지어 효창공원 내에도 틀림없이 허락받지 않았을 듯한 채소밭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는 걸 보았다.

 

그런데 요즘은 직접 이렇게 채소를 키워 먹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 생태적인 삶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배운 것도 있고

내손으로 직접 키워보면서 절로 든 마음이다.

제 식구 밥상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이웃까지 챙기다니 고마운 인심들이다.

반면, 나는 이웃들과 나눈 적이 별로 없다.

(이미 자기네 텃밭에서 상추, 고추는 기본이고 가지에 호박까지 키우는 양반들에게 그것도 농사랍시고 안겨줄 것이 손부끄럽긴 하다.)

 

아무튼 세상 만사엔 자기가 그 시간을 살아야 알게 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아이 키우면서도 그런 일이 많았다.

 

아기를 낳고 나서 한동안은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이 애는 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까.

 

내가 생각했던 아기들이란 이런 것이었다.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것처럼, 지가 졸리면 밥숟가락 들고서도 졸고,

(조는 아이 데려다 눕히는 일이야 식은죽 먹기겠다 싶었겠지.)

딸랑이 하나 쥐어주면 옆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제 일 하는 엄마를 방해하지 않고,

유모차건 카시트건 씩씩하게 잘 타고.

 

진경이가 이 비슷한 풍경 속에 있게 된 것은 24개월이 넘어서부터였다.

요새는 엄마가 이것저것 볼일을 볼때 혼자서 중얼중얼거리면서 잘 논다.

그래도 비염이 심할때나 피곤할때는 안아달라고 징징대고

지금도 낮에 외출하면 낮잠을 포기해야 한다.(밖에서는 자지 못한다.)


왜 내가 직접 겪기 전에는 몰랐을까.

물론 일차적인 원인은 간접경험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거다.

"밖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이야, 밖으로 데리고 다녀도 될만한 상태의 아이들인 거죠."
지금와서야 누군가 해준 얘기가 참 명쾌했다,고 깨닫는다. ㅠㅠ

그렇지만 아무리 간접경험을 많이 했어도,
온전히 자기가 꼬박 시간을 지내고 나서야 알게 되는 일이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는 것은 멋진 일 같다.

요즘 박완서의 신작 <친절한 복희씨>를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           *           *

 

이 포스팅은 어제 오늘 진경이 자는 짬짬이 이틀 걸려 쓴 건데,

중간에 아이가 심하게 열이 올랐다. 편도선염이었다. 

모든 일정을 다 취소하고 급우울해져서 아이 옆에 붙어 있으려니

블로그에 들어올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의 열이 떨어지니 다시 마음에 햇볕이 들어서

뒤늦게 포스팅을 올린다.

우울할 일이 아니었는데.

 

이 녀석은 올해 들어 겨우 두번째로 열이 올랐을 뿐이다.

그것도 모두 주말에 맞추고 있다.

평일이었으면 어린이집도 못가고 엄마든 아빠든 한사람은 일을 쉴수 밖에 없었을텐데.

참으로 기특한 녀석.

 

게다가 어젯밤엔 열 때문에 얕은잠에 계속 부스럭거리면서도

"엄마"하고 찾아서 "여기 있어" 그러면 뽀뽀를 해주고

또 "아빠"하고 찾아서 "여기 있어" 그러면 안아주고 그러는게 아닌가.

지딴엔 고마왔나 보다.

 

작은 아이 팔이 목에 둘러지고

보드랍게 볼에 입을 맞춰주면

(열에 들떠 뜨끈뜨끈한 입술일지언정)

너무나 좋아서 죽을 것 같다.

 

아직 손크기가 엄마 손의 1/4 밖에 안되고

돌아누운 등짝이 엄마 손으로 다 가려질 정도이고

키는 93cm 밖에 안되지만

그 마음씀씀이는 엄마를 홀라당 덮고도 말

요요 예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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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어른
33개월에 접어든 진경이는 요즘 자기가 서른세살쯤 된 것처럼 군다.
말문을 뗀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느덧 청산유수다. 엄마아빠에게 잔소리까지 해댄다. 신기해라~

#1.
외출하고 돌아와서 엄마가 한창 씻느라 바쁠때였다.
갑자기 엄마를 쳐다보더니 투덜거린다.

"왜 엄마아빠는 어린이들에게 화내?"
.
.
.
헉... 할말을 잃고 말았다.
글쎄... 왜 화를 낼까?
엄마가 씻고 밥먹으라고 이것저것 채근하는게 싫었나 보다 ㅠㅠ

#2.
혼자서 1인 다역을 맡는 독백극도 자주 연출한다.
지난번엔 냉장고에 붙이는 고양이 자석을 들고 독백 시작.

"분홍색 고양이다. 야아옹~ 야아옹~
.... 고양이는 이빨 없어. 물고기는 이빨 있어.(엄마가 물고기를 키워볼까... 라고 물어본 후로 물고기의 이빨 여부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아빠는 이빨 있고 엄마도 이빨 있어. 사람들은 이빨 있어. 어린이들도 이빨 있어. (이... 해보인 후) 요봐 이빨 있지?!
선풍이는 이빨... (침묵) 
고양이는 이빨 없어. (갑자기 가냘픈 목소리로 고양이 흉내를 낸다) '나는 이빨 없어'. 요봐 이빨 없지? 큰 고양이는 이빠 있고 조그만 분홍색 고양이는 이빨 없어."

이빨 없다 = 분홍색 고양이가 안전해서 맘에 들었다는 뜻이다 :-)
나름대로 다양한 논거 끝에 결론을 도출한다 ㅋㅋ

#3.
엄마가 밥하느라 분주한데 놀아달라고 조른다.
"엄마! 나랑 같이 놀자! 이리와!"
"안돼 엄마 지금 밥하쟎아"
".......... (버럭) 엄마는 왜케 바쁜 거야!"
.
.
.
헉... 엄마, 아이 앞에 앉아 눈을 맞추며 이야기한다.
"밥할때는 바쁜거야. 아빠도 밥할때 바쁘지?"
"이거 그려줘 색칠하자"
"알았어 이거 그려주고 엄마 밥하러 갈께, 알았지?"(그림을 그려준다)
".... 됐어. 이제 밥해. 밥하고 와서 우리 그림 그리자. 알았지?"
.
.
.
헉. 큰애처럼 얘기하길래 정말 까암짝 놀랐다.

#4.
잠자리에 누워서 아이와 대화를 한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재미있었어?"
"응"
"예은이도 왔어?"
"응 예은이 왔어."
"예은이랑 뭐하고 놀았어?"
"#$#%@#$하고 놀았어."
"뭐하고 놀았다고?"
"#$#%@#$하고 놀았다고."
"??????? " (아직도 간혹 아이 말 가운데 못알아듣는 표현이 섞여 있다. 아이는 답답하고 자존심도 상한 듯 하다.)
".........(짜증스럽게) 엄마는 왜 사무실 얘기 안해? 엄마가 사무실 얘기 해봐!"
.
.
.
헉...
"음... 오늘 사무실에서 규만이 삼촌이랑 일했어 ㅠㅠ"

#5.
그래도 엄마보기엔 아직도 아기티가 많이 난다.

밤에 아이와 놀다가 시계를 본 엄마,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해! 벌써 9시 15분 전이야!"
아이를 빨리 씻기고 재워야 겠단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이녀석이 갑자기 번개처럼 네 발로 기어와서 다리에 매달리는게 아닌가.
"으와아아아아악"

엄마는 놀라서 아이를 안았다.
"진경아 진경아 왜그래 왜 울어?"
한참 울던 아이를 진정시키고 얘길 들어보니,
엄마가 바쁜 듯이 굴어서 나갈 줄 알았단다. 그래서 깜짝 놀랐단다.
"미안해 진경아 엄마 때문에 깜짝 놀랐어?"
.
.
.
그런데 급하다고 네 발로 기어오다니,
어른처럼 말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너는 아직도 아기이구나. 여전한 내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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