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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KBS 뉴스 따라잡기] 성희롱·해고 뒤 ‘남성 편력’ 손가락질?

[뉴스 따라잡기] 성희롱·해고 뒤 ‘남성 편력’ 손가락질?

<원문링크>                                                                                                                 
http://news.kbs.co.kr/tvnews/news_8am/2011/10/25/2377422.html#

<앵커 멘트>

고대 의대생들의 성추행 사건, 기억하시죠?

가해학생측이 학과 동기생들에게 피해학생의 평소 품행을 설문조사해 사회적 비난은 받았었죠.

국민들의 분개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 이런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류란 기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요?

<답변>

그렇죠? 저 역시 이 사건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한 40대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고 결국 성희롱 피해 배상 결정까지 받아 냈는데요.

회사는 오히려 이 여성을 해고했습니다. 왜 회사 망신을 시키냐는 이유였습니다.

당연히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홀로 복직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피해자가 원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식의 문서가 나돌았습니다.

<리포트>

서울 청계광장,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박 모 여인이 143일째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에에서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피해 배상까지 하라고 결정난 사건에서, 회사가 오히려 박 여인을 해고했기 때문입니다.

업체 사장은 당당했습니다.

<인터뷰> 임00 (당시 업체 사장/음성변조) : “회사 자체가 성희롱 집단이 되고.. 완전 집단 매도당하니까 왜 회사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명예훼손을 시키느냐 (싶어서 해고했죠).”

힘들게 싸워온 날들, 하지만 얼마 전 더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권수정(피해자 대리인) : "이 여성이 이 남자 저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하고 있는 문란한 사람이고 사생활이 문란하고 이혼한 여성이고. 뭐 이런 정말 이 성희롱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그리고 너무 악의적이고 무슨 근거도 없어요."

박 씨가 다닌 업체에 하청을 줬던 현대자동차에서, 직접 박 여인에 관한 문건을 작성해 여러 국회 의원실에 배포한 것입니다.

8장짜리 이 문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혼녀인 박 여인은 작업자들 사이에서 남자 편력이 심한 것으로 소문나있다, 가해자로 알려진 사람 외에도 누구누구와 부적절한 관계였다, 등입니다.

<인터뷰>권수정(피해자 대리인) : "그거를 주장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거 없이 그런 소문이 있다더라 소문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그거(문서)를 돌린 거고요."

박 여인과 직접 관련도 없어 보이는 현대차가 왜 이런 문건을 만들어 돌렸을까요?

<인터뷰> 한성호(부장/현대자동차 사내홍보팀) : "현대자동차가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어떤 대책이 있는지 거기에 관해서 현대자동차 입장을 알려 달라는 질의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 현대자동차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해명하기 위해서 자료를 돌린 겁니다."

국정 감사를 앞두고 국회에서 박 여인의 복직에 대해 관리 책임이 있다고 본 현대차에 질서를 보냈던 것.

현대차는 문제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해 해명서를 보냈다는 건데... 엉뚱하게 남성편력 등이 거론돼 있죠.

<인터뷰> 한성호(부장/현대자동차 사내홍보팀) : "별 다른 조사 내용은 따로 없고요. 그 분에 대해서는 저희가 따로 신상을 확보했다든지 그런 상황이 아니었고요. (사실에 근거한 겁니까?) 제가 그 문건을 보지 못 했기 때문에 지금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결론 부분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정부 기관에서 성희롱이 맞다고 결론 나 배상 결정까지 내려진 사안인데, 성희롱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어서 현대차는 피해자 해고와 복직에 책임이 없다고 마무리지었습니다.

<인터뷰> 최영희(의원/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 "의원들이 서명을 해가지고 이 사람을 복직시키라고 현대자동차 사장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는 변명, 그렇게 하면서 앞부분에 두장, 세장을 이 사람을 폄하하는 그런 문건을 보낸 것입니다."

두 자녀의 생계를 책임진 박 여인이 공장을 다니기 위해 견뎌야 했던 성희롱은 이 정도 수위였습니다.

<녹취> 2009.6 통화 내용(음성변조) : "(전화해도 안 받대? 응?) 어디서 뭐하고 있는데요? (나?... 나야 자기 자기 생각하고 있지.. 이봐! 거기 가서 자면 안 될까? 거기 가서 자도 되잖아?) 왜 되는데요? (나 거기 가서 잘 테니까 그런 줄 알아)"

<녹취> 회사 동료(2011.2월 인터뷰/음성변조) : "박OO이 한 번은 성관계 요구를 들어줄 것 같은데 그러질 않아서 미치겠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박 여인은 예전에 회사 앞에서 복직 투쟁을 하다 쫒겨나기도 했는데, 그때 가해자의 뻔뻔한 행동에 심한 모욕감을 느껶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00(성희롱 피해자) : "(회사)정문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할 때 거기를 구경을 왔어요. 옆에 차에 태우고. 마누라를. 그러면서 슬슬 웃으면서 지나가요. 나도 사람이지만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이런 생각으로 정말 돌아버릴 것 같더라고요. 그때부터 정신과를 다니고 있어요."

피해자가 이렇게 복직을 위해 싸우는 동안 가해자들은 사건과 관계 없이 회사에 잘 다니다가, 새 업체로 고용 승계까지 됐다고 합니다.

<녹취>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확인 후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견디기 힘든 성희롱을 당해왔고 나라에서 그 피해를 인정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호소하는 박 여인.

<인터뷰> 최영희(의원/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 "정부기관이 이것은 우리에게 진정을 했다는 것 때문에 해고를 시킨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배상을 해라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이런 국민들은 어디를 가서 호소를 해야 되겠습니까?"

정말 어디에다 호소를 해야 합니까. 박 여인이 거리에서 보낸 143일에 이제는 누구라도 답해야 하지 않을까요.

입력시간 2011.10.25 (09:01)  최종수정 2011.10.25 (10:19)   류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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