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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기사와 칼럼/성희롱 피해 산재승인 승리

1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1/12/30
    [일다]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의 싸움이 남긴 것-490일만의 원직복직 합의,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2. 2011/12/03
    [일다]산재인정 성희롱피해자 복직시켜야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3. 2011/12/03
    [여성신문]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산업재해 판결 피해자 측 “진정한 치유는 현장 복귀로만 가능하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4. 2011/11/29
    [프레시안]성희롱 산재 인정 여성 노동자 "다시 일하고 싶어요"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5. 2011/11/29
    [한국일보/사설]성희롱 피해 여성 근로자에 산재 인정 옳다(1)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일다]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의 싸움이 남긴 것-490일만의 원직복직 합의,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의 싸움이 남긴 것
490일만의 원직복직 합의,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성주의 저널 일다> 나영 
 
필자 나영님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 대책위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습니다. [편집자 주]
 

성희롱 피해 책임 인정한 현대자동차
 
▲ 지난 12월 15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진행된 '투쟁승리 촛불문화제'    
이제 2주일이 지났다. 12월 14일 투쟁승리보고대회를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 앞에서는 더 이상 텐트도, 현수막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노사합의서를 작성한 바로 다음 날, 농성을 하던 두 사람은 그간 투쟁에 함께했던 이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아산 공장 앞으로 가서 보란 듯이 당당하게 투쟁 승리를 알렸다.
 
세 차례의 교섭 끝에 작성된 노사합의서의 내용은 전례 없이 피해자의 요구를 거의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었다. 이제 합의서에 따라 2012년 1월 31일부로 가해자는 해고되고, 피해자는 2월 1일부터 원직복직이 된다. 복직 후에도 회사는 어떠한 불이익을 주어서도 안 되며 회사가 불가피하게 폐업을 하게 될 경우에도 피해자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
 
또한 고소, 고발 취하는 물론 피해자의 해고시점인 2010년 9월 20일부터 복직시점까지 발생한 임금에 대해서도 지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위한 예방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도 명시했다. 비록 현대자동차가 직접 협상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마지못해 물류업체인 현대 글로비스를 내세워 교섭을 하도록 한 것은 결국 현대자동차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서울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197일, 피해자가 처음으로 사건을 제보하고 투쟁에 나선 2010년 8월 12일로부터는 490일 만에 이루어진 값진 승리였다. 무엇보다, 이 투쟁은 개인의 투쟁을 넘어서 여성 노동자의 노동 문제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중요한 의미와 과제들을 남긴 하나의 역사적인 과정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의 실상을 드러내다
 
이 투쟁이 많은 사람들에게 새삼 깨우쳐 준 진실은 '직장 내 성희롱'의 실상이 그간 그려져 온 이미지들이나 추상적으로 생각해 온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선전물이나 교육용 자료에서 만나게 되는 고정된 이미지들은 유니폼을 입은 사무직 여성 노동자가 음흉한 눈빛을 한 남성 관리자의 신체적 접촉 또는 음담패설 때문에 불쾌한 표정을 짓는 그림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직장 내 성희롱을 그저 '기분 나쁜 일' 정도로 인식하게 하고, 성희롱 피해자를 '치마 유니폼을 입은' '약하고', '수동적인' 여성으로 그림으로써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용 자료들이 오히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통해 편견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투쟁은 이러한 고정된 이미지를 완전히 깨고 직장 내 성희롱의 가장 현실적인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주었다. 피해자는 유니폼을 입은 젊은 사무직 여성이 아니라 세 자녀를 키우면서 하청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였고 가해자는 새삼 음흉한 눈빛을 할 것도 없이 수시로 여성 노동자들을 성희롱하는 공장 관리자들이었다. 반복되는 성희롱에 힘들어하던 피해자가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해고를 당하는 현실은 직장 내 성희롱의 문제가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단순히 '기분 나쁜'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자 즉시 가해자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강고한 사회적 결합망,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 기관들의 책임회피와 무능력, 문제가 발생하면 아예 폐업을 시켜서 책임을 털어버리려는 원청 업체의 행태 등은 그간 이루어져 온 직장 내 성희롱 대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불안정 고용 상태에 있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직장 내에서의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방지 대책은 꿈도 꿀 수 없는 언명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함께.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그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던 많은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농성에 필요한 물품들을 들고 찾아오기도 했다. 통계나 사례 속에만 존재할 뿐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 또는 아예 사례로조차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낼 수 없었던 이 수많은 여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의 현실과 형식적인 성희롱 예방교육의 허상을 함께 증명하고 있었다.
 
여성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 이용한 성희롱

 
이 투쟁이 깨우쳐준 또 하나의 중요한 진실은 직장 내 성희롱이 단지 개인 간의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자 통제의 주요한 수단으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 같은 현실은 계약직, 하청, 특수고용 등 비정규, 간접고용이 만연한 노동 현장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올해 민주노총과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이 여성노동자 1,652명을 대상으로 ‘여성노동자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3.11%)보다 비정규직(3.76%)이, 직접고용(3.13%)보다 간접고용(4.02%) 노동자가 성희롱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이용해 성희롱을 하고, 성희롱 사실에 대해 침묵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노동 통제에 순응하게 만든다. 박 씨는 현대차 아산 공장에서 성희롱이 자신에게만 일어난 문제가 아니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일이라고 밝혔다.
 
박 씨의 사례가 증명하듯, 성희롱 사실을 알렸을 경우 생존을 위협받게 되는 것은 가해자가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 쪽이라는 사실을 가해자도 피해자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가해자들은 성희롱을 이용해 끊임없이 자신의 권력을 확인시키고, 그 과정을 통해 성희롱 뿐 아니라 다른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발언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여성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건이 알려진 이후 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가장임에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홀로 쫓겨난 피해자와, 투쟁이 진행되는 내내 자신의 가족과 주변 권력을 총 동원하여 도리어 피해자를 몰아세울 수 있었던 가해자의 모습을 대비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박 씨가 이혼녀라서 사생활에 문제가 많았다는 요지의 공문을 국회의원들에게 배포했던 현대자동차의 모습은 남성 중심의 권력 관계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의 근원에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국, 성희롱이 여성 노동자 통제의 수단으로까지 기능할 수 있게 된 이와 같은 현실은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노동 현장과 불안정 고용을 양산해 낸 신자유주의 정책이 빚어낸 합작인 셈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성희롱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성희롱 예방 교육만 실시할 것이 아니라, 남성 가부장 중심의 노동 환경 문제와 여성 노동자의 고용 안정,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대책들이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써 보다 집중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 직장내 성희롱의 문제 제대로 인식해야
 
▲ 11월 30일 '전 세계 동시다발 1인 시위'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미국 전역의 현대자동차 공장, 영업소 앞 피켓 시위를 벌인 것이 현대자동차에게는 결정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    

한편, 이 투쟁은 정부 뿐 아니라 노동운동에도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그간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운동계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의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대응해오지 못했다. 이는 노동운동계 역시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개인 간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투쟁 역시 단위 사업장의 노조와 산별노조, 총연맹이 모두 초기부터 사건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투쟁의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성희롱이 '생존권', '노동권'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부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대응하려 할 경우, 기업의 책임은 사라진 채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싸움이 되고 만다.
 
이렇게 되면 결국 피해자는 거대한 권력 관계와 노동문제, 가부장제의 문제에 '개인'으로서 맞설 수밖에 없게 되고 사건의 해결과정에서는 엄청난 신체적, 정신적 가해에 시달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의 재발 방지 대책은 기대조차 하지 못한 채 다시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온갖 비난과 시선, 불이익을 감당해야 한다.
 
이번에 박 씨가 최초로 성희롱에 의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은 것은 이런 모든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 산재인정의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가장 1차적으로 의논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할 노동조합부터 직장 내 성희롱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이를 중요한 운동 의제로 설정하여 법적, 제도적 차원의 대책과 요구를 마련하는 데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길 잃은 여성가족부 ‘제 역할 찾기를’
 
마지막으로 이 투쟁에서 농성장의 위치를 알리는 상징으로서의 역할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도리어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여성가족부의 역할에 대한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지적하고자 한다.
 
단지 이 투쟁뿐만 아니라 '청소년 유해 매체 선정', '셧 다운제' 등으로 여성가족부는 이제 거의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 관련 정책이 메인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홈페이지를 보면 도대체 여성가족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결국 올해 7월 발표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조차 한국 정부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가족업무와 양성평등 업무가 단일 부서 소관으로 합쳐지는 것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규범을 직/간접적으로 강화하고 양성평등을 달성하는 데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며 여성가족부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더구나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무능력함은 이번 투쟁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났다.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여성가족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으며 최소한의 성희롱 피해자 구제를 위한 노력조차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11월 17일 여성가족부 앞에서 진행되었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미츠비시는 미국에서 성희롱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3천억원의 배상 판정을 받았다"면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인식과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함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해외의 인식 차이는 투쟁 과정에서 진행되었던 국제연대 행동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처음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국제연대 행동을 기획할 당시에만 해도 사실 이렇게까지 큰 반향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해외 단체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이었고, 결국 11월 30일 '전 세계 동시다발 1인 시위'에서 '전미자동차노조'가 미국 전역의 현대자동차 공장, 영업소 앞 피켓 시위를 벌인 것이 현대자동차에게는 결정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는 내내 대기업 눈치 보기에만 바빴다. 여성가족부가 이번 사건에 제대로 역할을 했더라면, 형식적인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백 번 하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여성가족부에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거의 전무하다.
 
여전히 청소노동자, 요양보호사, 국민체육공단 등 다양한 여성 비정규 노동의 현장에서 성희롱이 만연하고 심지어는 재능교육, 경산삼성병원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사례에서와 같이 용역업체를 동원하여 성희롱으로 여성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시급히 나서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금부터라도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

사진제공: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http://blog.jinbo.net/bokj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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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산재인정 성희롱피해자 복직시켜야

 

산재인정 성희롱피해자 복직시켜야
[일다 논평]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산재 인정을 환영하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일다 
 
직장내 성희롱의 ‘정신적 상해’ 인정한 것 의의
 
근로복지공단은 회사 관리자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성 노동자의 정신적 상해에 대해 처음으로 산업 재해를 인정했다.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피해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7월 12일 현대차 전국 판매영업소 앞에서 동시다발 일인시위가 진행됐다.  ©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노동자 지원대책위
여성가족부 앞에서 장기노숙농성 중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 A씨가 그 주인공이다. A씨는 지난 7월, 직장 내에서 겪은 지속적인 성희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불면, 우울, 불안 증상을 겪고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 신청을 냈다.
 
그녀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하청 업체에서 14년간 일 해오다 2009년 4월부터 간부 2명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자,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 성희롱 사실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6일, 국가인권위원회 결정과 자체 조사를 통해 ‘성희롱 피해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밝혔으며, 산재 판정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산업재해 보상은 2000년 부산 새마을금고에서 발생된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신체 상해에 대해 한번 이루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산재 판정은 신체 상해가 아닌 정신적 상해에 대해서도 산업재해에 해당함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 캐나다 등 ‘성희롱 증후군’ 보상체계 마련돼 있어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는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신체에 입는 상해에 비해 이러한 정신적 상해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왔다. 직장내 성희롱을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나 ‘차별대우’가 아닌, ‘짓궂은 장난’이나 ‘이성 관계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왜곡된 문화도 이러한 경향에 한 몫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직장내 성희롱’ 피해를 문제 삼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성희롱 관련법이 제정되고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졌지만, 성희롱을 문제 삼았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따돌림을 당하거나 보복성 인사 조치에 처해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때문에 대다수 성희롱 피해자들은 그저 참거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는 식으로 피해를 떠안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 피해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상해와 후유증은 피해노동자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직장내 성희롱은 노동자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유해한 작업환경을 만들어, 노동권뿐만 아니라 건강권까지 침해하는 행위이다.
 
이미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된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피해자가 겪는 무력감, 자존감 상실, 우울증 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으로 설명되고 있다. 정신적 상해를 포함해 위장장애, 두통, 치통 등 성희롱 피해 이후에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성희롱 증후군’(sexual harassment syndrome)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급여 내용에 치료비 외에도 생계비, 직업 및 심리상담, 재활과 직장복귀를 위한 비용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구제가 단지 ‘치료비’를 지급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권 박탈로 인해 손실된 생계비를 보전해주고, 재활과 직장복귀까지 완료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실질적인 피해구제는 ‘복직’이 선결조건이다
 
이번 산재인정 판결로, 피해자 A씨는 병원 치료비와 함께 휴업 급여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A씨는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나서 직장을 잃었고, 여성가족부 앞에서 180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여성이 직장내 성희롱 피해로 입은 산업재해로부터 회복되려면 ‘복직’이 선결조건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 산재인정은 큰 성과이지만, 우리 사회에 남은 큰 과제를 던진 것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실정에 맞는 ‘성희롱 증후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성희롱 피해자의 실질적 권리구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구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직장을 잃게 된 사례에서 보듯, 직장내 성희롱 및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아우를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일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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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산업재해 판결 피해자 측 “진정한 치유는 현장 복귀로만 가능하다”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산업재해 판결
피해자 측 “진정한 치유는 현장 복귀로만 가능하다”

 

▲ 금속노조 기자회견 후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를 포함한 대표단이 여성가족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려고 하자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노동과 세계 제공
“성희롱을 뿌리 뽑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농성장의 천막을 걷고 피해자가 현장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고 싶다.”(금속노조 김현미 부위원장)

 

11월 2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청계천로 여성가족부 앞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전 직원 박모(46)씨의 산업재해 인정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번 판정은 최초의 성희롱 산재 인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씨는 1997년에 현대자동차 안산공장 출고센터에 입사해 2009년 이후, 관리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 지난해 9월 박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금양물류는 박씨를 징계해고 했다.

박씨의 대리인 권수정씨는 “직장 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 안에서의 위계와 권력관계로 느끼는 수치심은 산업재해다. 더 이상 산업 현장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번 일로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용기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고 피해자는 농성 중이다. 진정한 치유는 피해자가 현장으로 돌아가서 소박한 일상을 보낼 때만 가능하다”며 관련 정부기관의 행동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불안정한 고용이 일상적인 성희롱을 자행하도록 만들고 있다. 성희롱과 성폭력도 파견노동과 직결돼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만드는 사내 하청을 철폐하는 투쟁을 결의한다”며 성희롱 발생 원인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꼽았다.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성희롱에 대해 기업들이 폐업이나 계약 해지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번 판정에 대해 각 정당들은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국민참여당은 성명서에서 “이 성희롱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 판정을 받았지만 법적으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오로지 현대차의 배려만을 기대해야 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배려는커녕 피해자를 무고하는 문건을 국회에 뿌렸다. 정부 관련 기관은 피해자의 복직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진보신당은 “재고용을 둘러싼 환경에서 열악한 지위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성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노동구조의 변화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피해자를 포함한 대표단이 여성가족부에 면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시설물 보호 요청’이라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탑승이 거부되고 대표단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발생했다. 가까스로 피해자와 대표 4명이 15층에 있는 여성부 장관실 앞까지 갔지만, 오후 7시까지 담당자조차 만날 수 없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송은정씨는 “11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부 장관과 면담을 했다. 그때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는 ‘회사와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달라’, 둘째 ‘농성을 보장해 달라’(현재 여성부가 있는 건물 측과 상가들이 농성장 퇴거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셋째는 ‘현대자동차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를 조사해달라’는 것”이라며 여성부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1162호 [사회] (20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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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성희롱 산재 인정 여성 노동자 "다시 일하고 싶어요"

 

성희롱 산재 인정 여성 노동자 "다시 일하고 싶어요"

성희롱 문제제기 했다고 해고…가해자는 여전히 근무

기사입력 2011-11-29 오후 4:20:34

     

    

직장 내 성희롱으로 처음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여성 노동자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9일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피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여성 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김영희(가명·46) 씨는 지난 25일 성희롱으로 인한 적응장애, 혼합형 불안 우울장애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것은 김 씨가 처음이다. 김 씨는 성희롱 피해와 관련해 항의하다가 지난해 9월 해고당했다. 가해자들은 상호만 바뀐 업체에서 여전히 근무 중이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가해자는 일하고 피해자는 해고되어 거리에서 농성하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며 정부와 현대자동차에 해결책을 촉구했다.

김현미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비정규직 문제, 여성 노동자의 인권 박탈, 직장 내 성희롱 문제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사건"이라며 "이 싸움의 끝은 피해자가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수정 피해자 대리인은 "여성노동부 앞에서 180일이 넘는 천막 농성, 민·형사 소송, 국가인권위에 진정, 산재 신청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고 말했다. 권 대리인은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5년이 걸린다고 한다"면서 "그때까지 일하고 있는 가해자를 지켜봐야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프레시안(이진경)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사건처럼 노동자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쉽게 해고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비정규직 사내하청'"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비정규직에 관한 해결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있는 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산재 인정이 되었지만 기쁘지만은 않았다"며 "피해자가 진정 원했던 원직 복직과 가해자 처벌, 모두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위에서 가해자들에게 권고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가해자들에게 각각 300만 원, 6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주최 측은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면담했다"면서 "장관은 '우리가 할 일이 없다, 법적 한계가 많다'라고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피해자가 여성가족부 장관과 면담을 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건물을 방문했으나,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9일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피해자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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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설]성희롱 피해 여성 근로자에 산재 인정 옳다

 

[사설/11월 28일] 성희롱 피해 여성 근로자에 산재 인정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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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1.11.27 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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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린 여성 노동자의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가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한 박모(46)씨의 성희롱 피해 및 직장 내 논란과 불면증 우울증 등의 인과관계를 인정, 박씨가 낸 산재요양 신청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특히 기업 조직과 임직원 개개인에게 새삼 경각심을 일깨운 의미가 크다고 본다.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 금양물류에서 14년 간 일한 박씨는 2009년 4월 이모 소장과 정모 조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노골적 성희롱을 당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피해 구제를 진정했고, 인권위는 두 사람에게 각각 300만원과 600만원의 손해배상을 권고했다. 또 금양물류 임모 대표에게도 감독 책임을 물어 900만원 배상을 권고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오히려 박씨를 해고하고 폐업했다. 이어 금양물류의 고용과 업무를 그대로 승계한 형진기업을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업체의 말썽이 모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간판 바꿔 달기'라는 의심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의 이번 결정으로 박씨는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받게 됐으나, 여성가족부 앞에서 170여일 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그의 복직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직장 내 성희롱은 우발적 성희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열한 범죄다. 직장 내 불균형 권력관계에 근거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행해지며, 박씨의 경우처럼 극심한 고통을 피해자에게 안긴다. 바로 이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에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고 기업의 윤리 수준을 재는 잣대가 된다. 

근로자의 인권에 관한 기초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백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외쳐봐야 공허하다. 현대차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미루는 자세를 벗어나 실질적 문제 해결에 나서길 기대한다. 그것이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윤리적 책임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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