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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노] 노동사회단체, 국회 통과한 노인장기요양법 폐지 요구

노동사회단체, 국회 통과한 노인장기요양법 폐지 요구
"공공서비스 민간에 넘기고 간병인 비정규직으로 내몰 것" 우려
 
한계희 기자/매일노동뉴스   한계희 기자/매일노동뉴스에게 메일보내기  
 
 
 

  

 
   

 #. 지난 3월6일 전남 장흥에서 일흔 다섯의 한아무개 씨가 한옥 천장 대들보에 목을 맸다. 4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남편의 돌봄을 받았다는 한 살 터울의 아내는 코가 휴지로 막힌 채 질식해 숨져 있었다. 아내의 병수발을 도맡아했던 남편은 동맥경화, 고혈압 등 노인성 질환을 앓았고 자살 얼마 전에는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식사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들이 쓰는 돈은 한 달에 51만원 가량. 남편이 남긴 유일한 흔적은 아내의 몸 위에 놓인 편지봉투에 쓴 ‘매안하다(미안하다)’였다.
  
  #. 3일 정금자 씨가 국회 앞 집회장에 나섰다. 공공서비스노조 서울대병원 간병인분회장인 그는 울부짖는다. “우리를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나이 먹은 노동자라고 괄시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이런 법이 통과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개정안을 내 놓고 그렇게 얘길 했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정말 억울하고 분합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통과됐다. 보건복지부는 당장 이를 환영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간 가정의 몫으로 남겨져 있던 치매, 중풍 등 노인에 대한 요양문제가 이제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사회연대원리에 의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노인은 전문인에 의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각종 요양서비스를 받게 되고, 가족들은 장기간의 요양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되는 등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연대원리에 의해 한씨처럼 간병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에 노동사회단체들이 “졸속 통과”라며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간병노동자 노동권 확보와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꾸려 잘못된 노인요양법을 알려 나가겠다고 했다.
  
  그들은 법의 내용이 불실하다고 했고 이는 국민들의 부담과 간병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성과물로 남기기 위해 무조건 법 통과부터 시키고 보자는 정치권의 행태라고도 했다. 그리고 부자들만 간병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법이라고 했다.
  
  이는 본인부담금 때문이다. 시설을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이 20%, 재가급여에서 본인부담 15%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대위는 월 시설비용이 300만원 정도라고 하면 60만원의 본인부담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그것도 최소 6개월 이상의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에게 급여가 제공되기 때문에 최소 6개월 동안 360만원의 본인부담이 발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씨처럼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라는 주장이 된다.
  
  또 등급을 판정하는 등급판정위원회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은데 등급을 받고 나면 공공의 역할이 끝난다고 했다. 서비스 문제는 본인의 선택이 되거나 민간 회사에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민간 장기요양기관은 영리 중심으로 운영을 하고 이는 서비스 질 저하와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민간 요양기관 중심의 시장개편은 곧 간병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게다가 장기요양법에는 간병인들의 노동자성 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노동부에서 (간병인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데 민간업체로 가면 파견노동자로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며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 맡길 것이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간병을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병원에서 5년 동안 간병일을 해왔다는 문명순(51·여) 씨는 “하루 24시간 일하고 한 달에 받는 돈은 100만원도 안된다”며 “정부가 지원하면 간병인들을 보는 눈도 달라지고 생활이 안정되면 환자들을 대하는 것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04월04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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