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이지만 요즘 2008년 판 <전설의 고향>을 두고, '전설'이 '공포'스럽지 않다는 기사들도 많고 사람들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죠. 전설=공포인 것이 아니고, 과거 <전설의 고향>도 대부분이 귀신담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만들어진) 기억이란 공포물로 자리매김하더군요. 저도 다른 것보다 <전설의 고향>을 귀신 공포물로 기억하는데, <전설의 고향>뿐만 아니라 <여곡성>이나 <월하의 공동묘지>같은 한국산 공포물이 전달하는 귀괴감과 무서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농담삼아 90년대 아시아산 공포영화와 소설, 가령 <링>과 <검은 물밑에서>나 각종 괴담류의 일본산, <여고괴담>과 <폰> 등으로 다시 번창한 한국산 공포물, <셔터>나 <샴> 같은 태국산 영화들은 적어도 저한테는 가끔 충격적이기는 했으나, 무섭지는 않았어요(미쿡산은 제외하고). 게다가, 지금 <귀곡성>을 봐도 그렇고 리메이크한 <전설의 고향>을 봐도 마찬가지에요. 왜 무섭지 않을까를 두고 사람들과 노가리를 푼적이 있는데, 무서움을 느끼는 요소가 변했다는 평범한 결론, 짧게 말해 농촌문화에서 도시문화로의 이행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면에서 보면, 도시산업화의 모순을 탁월하게 응축한 김기영의 <하녀>가 정말 무서운 공포인 셈이고, 공권력이 무능력한 일상에서 삶을 버텨내야 하는 <살인의 추억>도 탁월한 공포인 것인데, 과거에 비해서 일반적인 공포를 전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위에 글에서 언급한 것을 원용하자면, 가족이든 국가든 자본이든 어디에서 비롯하든 간 그리고 재포섭하든 간에 자리잡지 못하는, 목에 걸려 있는 것에서 비롯되는 공포같은거요.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무서움의 코드가 변화하고 분화되었는데, 소위 공포영화나 판타지소설은 그것을 잡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기껏 CG로 치장을 하면, 그래서 판타지적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정도인데. 반면에 오늘날의 대표적인 통속극은 무엇보다도 <사랑과 전쟁>인데, 예전에는 원한으로 여럿 죽어 나가는 공포물로 승화했겠지만 이제는 법정에서 4주 간 숙려기간을 부여하거나, 아니면 SBS의 <SOS...>처럼 정신과와 상담전문가에게 맡게 지니까요. 무섭지 않게 처리하는 거죠. 그런데, 직간접적으로 겪어보신 분은 알겠지만 <사랑과 전쟁>이나 <SOS...>의 단골메뉴들은 정말로 무섭습니다. 합리성이 딱 멈춰버리거든요 ㅋ.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ㅋ.
두 책 다 재밌게 읽히는 책들이라 휴가지에서 읽기에도 좋아요. 전 이번 여름 휴가는 큰 맘 먹고 제주도로 스쿠터 여행을 갔다 왔어요. 스쿠터타고 가다가 경치 좋은 곳 만나면 놀다가, 밤엔 책보면서 쉬고.. 덕분에 통장잔고가 바닥이라 다음달 한 달은 책 구매 불가 상태임.:-)
저한테는 어려서 본 김기영의 <이어도> 때문인지 제주도 자체가 그로테스크하고 귀기어린 땅의 이미지인데, 그래서인지 저런 책이 유독 잘 읽히더군요.:-)
선민//서동진 박사논문 파일은 제가 전에 다운 받은게 있습니다. 연세대 내에서만 다운이 될 것니다. 필요하시면 날려드리죠. 메일(500miles@hanmail.net) 주시면 됩니다. 서동진 선생 책이 곧 나온다고 하니깐 참고하시고요, 볼탄스키&치아펠로 글도 번역 중이라고 합니다(언제 나오는지는 몰라요). 비판경영학쪽 저널은 organization과 organization studies를 참조하시면(주로 유럽 쪽 글입니다), 원하시는 쪽으로 글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du guy이가 관료제 쪽으로 편집한 글도 도움이 됩니다.
캐즘//안타깝게도, 시월 공간을 해소할 것 같습니다. 세미나 공간이 또 하나 없어졌어요. 자세한 건 이 번 주말이 지나봐야 겠지만요. 나도 좀 갑작스러워서... 아 놔~미아 되겠군요. 나도 곧 이제 세미나 하고 싶어지겠네요. 12일(토) 서울 오면, 저녁에 연구소에 들러 주세요. 진짜 쫑 파티가 될 것 같으니...ㅎㅎ.
선민/내가 제본 떠 놓은 게 있긴 한데. 좀 지저분해서리.. 도서관에 교차 대출 신청하면 갖다 줄 껄? 이번 기회에 함 이용해 봐.^^ (아니면 블로그에 댓글 남겨서 좀 달라고 해-.-;) 그런데 그냥 한 번 정도 하는 세미나라면, 서동진씨가 여기저기 쓴 글들을 골라 봐도 괜찮을거야. dbpia같은 데서 검색하면 꽤 있을 걸.
자기계발의 어떤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할텐데..(생각보다 이 주제가 꽤 여러 영역이랑 합쳐질 수가 있어서.. 예를 들어 consumer culture와 연결시킬 수도 있고 혹은 human resource management랑 연결시킬수도 있고, 아니면 the culture of narcissism하고 이어붙이기도 되고.) 대략 서동진 샘의 논문 입장과 유사하게 접근하자 치면,
외국 책 중엔 The Values of the enterprise culture에 실린 글들이 고전이긴 한데, 약간 오래 전 글들이란 걸 염두에 두고(90년대 초반).. 이론적 배경을 보려면 Nikolas Rose의 글들, 특히 Foucualt and Political Reason이나 Powers of Freedom, Inventing Ourselves 중에 몇 장 뽑아서 보면 좋을 듯.
전반적인 사회 역사적 배경은 Boltanski&Chiapello, The New Spirit of Capitalism 1부 정도나 역시 Rose의 최근 책 Governing the present 정도가 도움이 될 거고, 좀 더 구체적인 (미국에서의) 자기 계발 담론의 역사로 들어가면 Micki McGee의 Self-Helf Inc.가 재밌다(고들 하더라.ㅎ)
자기계발 담론에 대해서는 주로 비판경영학 쪽에서 연구된 성과들이 많고, 책보다는 논문이 많은 편이니까 제대로 보려면 서동진씨 박사 논문 레퍼런스 참고해가면서 검색해보면 될 듯.(근데 이 바닥이 생각보다 작아서 예상보다 금방 파악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