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자

 * '일일문화정책동향'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자

최준영 / 문화연대 정책실장, ptrevo@jinbo.net


문화연대에서 알게 된 친구가 연극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와~ 대단한데...” 음악을 전공한 친구라 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연극에 쓰이는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친구가 연극에 참여하면서 계약(?)한 방식이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건너건너 알게된 음악감독을 소개받고’ 프로젝트와 같은 형식으로 참여하게 되었단다. 이른바 ‘도급계약’이 아닌가. 물론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을 것이고,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인 만큼 생각보다 적은 돈을 받고 매일 저녁 피아노를 칠 것이다. 그래도 연극이 다음달 말까지 계속한다 그러고, 게다가 연극이 재밌다고 하니깐 꼭 한 번 보러가리라 마음은 먹고 있다.


얼마 전에 ‘부당사례 고발과 그 해결이 있는 곳!’이라는 부제의 <영화인신문고> 사이트가 개설되었다. 4부 조수협회(한국영화조감독협회, 한국영화제작부협회, 촬영조수협의회, 조명조수협의회)와 필름메이커스, 비둘기둥지 등은 <영화인신문고> 사이트(http://210.118.195.55/union/)를 만들고 영화제작과정에서 스탭들이 겪는 불이익과 부당한 처우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사이트에는 현재 근로기준법, 최저임금에 대한 질의부터 영화사, PD 등을 고발한다는 내용까지 다양한 내용의 50여개의 글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영화스탭의 경우, 영화제작기간이나 노동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작품당 계약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급계약, 통계약 등의 방식으로 계약을 하다고 한다. 이러한 계약조건은 영화스탭들을 만성적인 저임금으로 내몰고 있으며, 흥행성적을 이유로 혹은 스탭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무기로 잔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심지어 제대로 계약도 하지 못한 채 무급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영화스탭의 고용과 임금계약방식의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고정급제를 받는 스탭은 전체 1.3%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계약직으로 개별계약(40.1%)하거나 도급계약으로 직급별 분배(40.8%)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임금지급방법도 1회 지급은 10.3%인데 반해, 2회 분할지급이 65.2%로 조사되었다.


‘실미도’와 ‘태극기를~’이 한국영화 천만 관객시대를 여는 동안, 그리고 영화제작비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동안에도 영화스탭들의 고용구조나 임금은 크게 개선된 것이 없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스크린쿼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2000년 : 32.6%, 2001년 : 46.1%, 2002년 : 45.0%, 2003년 : 49.4%), 영화스탭들은 임금과 관련한 피해를 경험한 사례가 72%가 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영화스탭의 임금 수준을 보면, 연봉 300만원 미만이 15.7%, 300만원~600만원이 40.9%, 600만원~900만원이 14.2%로 평균연봉 634만원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영화의 성공은 현장 스탭들을 착취하면서 이루어 낸 고통과 눈물의 결과라 봐야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현실에서 진행 중인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이 영화계, 문화계 전반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투쟁의 영역과 과제가 영화현장으로, 영화계 내부로 더욱 심화될 필요가 있다. 예술영화,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 - 마이너리티 쿼터 도입, 전용관 건립 등 - 과 열악한 현장의 영화스텝들의 처우 개선 등 이른바 한국영화 대박신화의 ‘그늘’로 이야기되는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노력과 요구가 없다면,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은 현실에서 분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4부 조수연합의 활동은, 따라서 스크린쿼터 투쟁을 적극적으로 확장해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이제 ‘다시 한 번’ 촉발된 스크린쿼터 논쟁을 문화다양성 수호를 위한 (확장된) 사회적 발언으로 심화시켜야 한다.


4부 조수연합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이들의 활동이 문화예술운동의 현장성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