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국선언展> 스케치: 아주 타당한 자유와 권리를 위하여

“...국보법은 비단 표현을 업으로 삼는 우리 미술인 뿐 아니라, 오만가지 표현에 의존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한 오늘날, 그 의사소통의 근거인 ‘표현’과 ‘자유’를 범법으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을 현행법으로 존속하는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언제나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이번 전시의 성격은 국보법이 우리 삶의 ‘안전을 위태하게 한다고’ 느낄 뿐 아니라, ‘우리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느껴서, 그 위기감에서 벗어나 우리들의 ‘생존과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결성한 일종의 ‘시국선언’임을 밝힌다.” - 반이정 (전시기획자)

지난 10월 15일부터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전시실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바라는 작가 12명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시국선언展>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는, 법조문을 넘어서 개인과 공동체의 ‘타당한 자유와 권리(표현의 자유, 정치·사상의 자유, 인권 등)’를 억압하는 상징체계로 자리잡은 국가보안법에 대한 작가들의 기억과 고민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국가보안법에 대한 자신의 상상력을 펼칠 수도 있다.

전시장에서는 국가보안법을 재료로 한 작가 12인의 재기발랄하면서도 솔직한 표현과 상상력을 접할 수 있다. 어렸을 적 한두 번은 받아봤음직한 ‘반공그리기대회’ 상장을 소재로 한 김태현의 작품 <개같은 내인생>, “이념은 색칠하기 나름이라”며 국가보안법의 ‘색깔씌우기’를 비판하고 있는 노순택의 작품 외에도 옥정호, 최경태, 조습, 반이정, 김학량, 김형석, 이제, 최진욱 등 작가들 모두가 국가보안법과 국가보안법이 상징하는 한국 사회의 억압을 비틀고 또 반문하고 있다.

이 중 ‘학교사수단’과 김형석의 작품은,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으로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교과서 제목을 고치던 학창시절을 기억을 되살려 준 ‘학교사수단’의 작품 <굼벵이의 보행법>은 국가보안법이라는 글자를 ‘가지고 논’ 중학생들의 상상력을 접함과 동시에 직접 표현할 수 있게 해 준다. “국가보안법”이 “곰~결혼하자”나 “즐겨라 본드의 향긋한 냄새를”로 바뀌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김형석의 작품 <모두 함께 주술을 풀어나가요>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주술을 푸는 ‘대못’을 국가보안법에 꽂아 넣을 수 있는 작품이다. 대못을 박으며 국가보안법 폐지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번 주 토요일(23일)이면 전시가 끝나게 된다. 늦었지만 전시장에 꼭 들러 12명 작가들의 상상력을 확인하기 바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