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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반대 투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

 

APEC 반대 투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


최준영 /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ptrevo@jinbo.net



APEC, 숫자의 스텍타클


전 세계 GDP의 57% 및 교역량의 46% 점유, 총면적 6,261만 ㎢와 총인구 28.1억 명으로 각각 전 세계 면적의 46.8%와 세계 총인구의 44.8% 차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y Cooperation, 이하 APEC)1)가 가지는 ‘숫자의 스펙타클’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의 중요성을 대중들에게 홍보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APEC 회의 개최에 따른 관광수입 증가분이 2005년 한 해에만 3천만 달러에 이를 것이며 경제적 파급효과 - 국내총생산이 적게는 1억4천7백9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2억5천5백6십만 달러까지 증가 - 또한 상당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APEC 회의 개최지인 부산은 생산유발, 부가가치유발, 소득유발 효과가 6천7백억 원 가량의 경제적 파급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경제 발전 논리에 기반한 두 번째 ‘숫자의 스펙타클’은 APEC 회의 성공 개최를 온 국민의 염원해야 함을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숫자나 규모를 제시함으로써 APEC 회의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노리는 것은, 현실의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식이다. 일상에서 대중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APEC 회의는 ‘숫자의 스펙타클’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국제회의를 통한 이윤 창출이란게 사실 실제 경제활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또 그마저도 부산이라는 지역에 국한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미디어의 APEC 회의 광고를 보거나 APEC 로고가 찍힌 산뜻한 색깔의 모자와 옷을 입은 경찰을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것과 같은 간헐적인 시각적 노출 이외에 별다르게 APEC 회의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대중들이 ‘APEC과 나(의 생활, 일상)’를 가장 밀접하게 연관시키는 지점은 테러위협의 일상화, 그리고 테러대비로 인한 일상의 위협 혹은 불편함이 아닐까 싶다. 즉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전후로 고조되었던 테러에 대한 공포가 미디어를 통해 다시 부활하고 있고, 이에 따른 조치들 - 승용차 2부제, 회의장 주변 야산에 대한 입산금지, 검문검색 강화, 노점상 단속 등 - 이 속속 발표되면서 TV 화면으로만 접했던 테러에 대한 위협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회의장소가 있는 해운대 일대에 대한 교통통제 대책이 발표되었는데, 시내에서 해운대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모두 통제(봉쇄)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되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APEC 회의 기간 동안 해외여행이라도 가야겠다”고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10만 시위대의 APEC 반대 투쟁


한편 APEC 회의 개최에 대해 사회운동 진영에서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58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행동>(이하 <아펙반대 국민행동>)은 지난 9월 7일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APEC 회의에 대한 반대 투쟁을 선언하였다. 이 자리에서 <아펙반대 국민행동>은 APEC에 반대하는 10만 명의 시위대가 부산에 집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99년 시애틀에서 있었던 세계화 반대 시위를 시작으로 WTO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국제기구의 회의 때마다 이루어졌던 반세계화 시위가 부산에서 재현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쟁반대/파병반대 운동, 평택에서 진행 중인 미군기지 확장반대 운동, 쌀 개방 여부를 둘러싼 농민들의 투쟁,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구조조정으로 인해 심화되는 비정규직 문제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되면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사회운동을 APEC 회의를 계기로 결집시키고 이를 12월에 홍콩에서 있을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까지 연결시키는 계획이라 할 수 있겠다.


10만 시위대의 APEC 반대 투쟁. 하지만 10만 시위대의 집결이라는 표현에, 앞서 언급한 정부나 미디어의 ‘숫자의 스펙타클’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혹은 10만이라는 숫자에 APEC 반대 투쟁이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여겨지는 것은 또 왜일까.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은 ‘10만’이라는 숫자를 넘어 대중들의 삶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의 흐름을 형성하기 위해 기획된 문화운동 프로젝트이다. 이 글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의 실험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새로운 문화적 실천과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서술하도록 하겠다.


APEC 2005, 무엇을 논의하는가


다시 APEC 회의로 돌아와 보자. APEC은 1989년 11월 1차 각료회의를 통해 창설되었다. APEC은 1993년 1차 정상회의 개최 이래로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즉 APEC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가 간 협력체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한편, 관세 및 무역장벽의 제거를 위한 제반조치를 강구하면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 이행 및 WTO 체제의 성공적인 출범을 촉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2차 APEC 정상회의에서는 APEC 내에서의 포괄적이니 자유무역화를 완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회원국 중 선진국의 경우 2010년까지, 개도국의 경우 2020년까지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실현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보고르 선언>을 발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고르 선언>의 실행을 위해 논의된, 3차 APEC 정상회의에서의 <오사카 행동계획>과 4차 및 5차 정상회의를 통해 제기된 15개 조기 자유무역화 분야의 선정 등을 통한 노력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WTO 협상에 대한 지지는 APEC의 핵심활동’임을 선언한 7차 APEC 오클랜드 정상회의에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9년 시애틀에서의 WTO 각료회의가 무산되는 등 WTO를 통한 자유무역의 실현이라는 세 번째 노력마저도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APEC을 통한 무역자유화가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닌데, APEC의 틀 안에서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 싱가포르․뉴질랜드, 일본․싱가포르, 한국․일본, 일본․멕시코, 한국․칠레 등 - 이 계속되어 왔고 금융자유화 조치 또한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2)


무역자유화와 관련한 몇 차례의 시도가 무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열리는 회의는 ‘WTO 체제의 출범을 통한 자유무역의 실현’이라는 APEC의 기본방향을 계승하고 있다. 이번 대회 의장국인 한국이 ‘반부패’ 및 ‘문화간 이해 증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추가하기도 하였지만, 의 역점과제3) 중 첫 번째 과제이자 핵심과제는 ‘무역자유화 증진’이며, 이는 지난 6월의 등을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즉 오는 12월에 있을 WTO 홍콩 각료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회의는 전 세계의 무역자유화 실현을 위해 APEC 참가국들의 결의를 모아내는, WTO 체제 출범을 위한 사전 회의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APEC 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WTO 체제의 출범으로 대변되는 전 세계적인 자유무역체제의 도입에 대한 문제점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세계화 시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폭로되고 있다. 금융세계화로 인한 외환위기의 위협,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인한 농민들의 몰락과 거대곡물기업의 횡포, 유전자 조작식품의 위협, 제3세계 국가에서의 빈곤문제와 대규모 환경파괴로 인한 인류 생존의 위협, 여성과 아동에 대한 노동착취 등. 이 뿐만이 아니다. 쌀개방 문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문제, 교육개방으로 인한 공교육 붕괴와 교육비 상승의 문제, 그리고 의료시장 개방으로 인한 의료보험체계의 붕괴 등은 당장에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협이기도 하다. 의 모토인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는, 그 실상을 볼 때 ‘(빈곤, 불평등, 차별이 확대되는) 공동체’에 다름 아닌 것이다.

문화영역에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협은 현재진행형인데,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GATS)’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영역에 대한 개방화, 시장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GATS는 건설, 유통, 교육, 환경, 보건/사회, 금융, 관광, 운송, 문화 등 12개 분야의 시장개방에 관한 협상으로, 그 범위가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사회공공적인 성격을 가지는 영역에 관한 시장개방 협상이다. 여기에 문화영역에 해당되는 시청각분야(영화, 음반, TV, 라디오 등), 뉴스에이전시를 포함한 오락/문화서비스 분야 등의 개방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10월 유네스코 총회에서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협약(Protection of the Diversity of Cultural Contents, 이하 ’문화다양성 협약‘)’이 체결됨으로써 국제적인 문화교류의 틀이 무역질서가 아닌 ‘문화다양성 협약’을 통해 형성될 수 있는 국제적인 근거4)를 마련하였지만, 여전히 WTO 체제 출범에 따른 ‘문화의 상품화’ 및 문화시장의 무분별한 개방의 위협은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APEC 회의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옹호하고 대테러 조치를 지지하는 등 미국의 군사주의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2001년 상하이에서 열린 제9차 APEC 정상회의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이 채택되었고, 2003년 방콕 회의에서는 대테러조치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인간안보’라는 개념이 APEC 주요의제로 채택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제11차 APEC 회의에서는 각종 정상회의를 통해 이라크 파병의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되기도 하였다. APEC 회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확산과 미국 주도의 군사패권주의의 확산 및 강화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APEC 회의는 WTO 체제 출범을 목전에 두고 열리는 만큼 그 국제적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회의가 실질적인 결정력과 구속력을 가지기는 힘들겠지만, WTO 체제의 출범에 대한 국제적인 흐름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사회운동 진영에서는 <아펙반대 국민행동>을 구성하고, 10만의 아펙반대 시위대가 부산에 집결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APEC 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의 목소리가 11월 부산에서 전 세계를 향해 울려퍼질 전망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미디어․문화운동 단체5)가 참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이 조직된 가장 큰 이유는, 주류 미디어에 의해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APEC 회의에 대한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미디어의 필요성6)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주류 미디어 어느 곳에서도 이번 회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않고 있다. 이들 미디어에서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각종 경제수치와 대테러조치들을 무비판적으로 반복하고 있을 뿐이며, 심지어 이마저도 중간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알려줌으로써7) 최소한의 판단 근거마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왜, 어떻게’ APEC 회의가 경제를 살리는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APEC 회의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인 반응에는 수출이데올로기나 한류열풍과 같이 세계화의 양면성과 관련된 담론의 혼란이라는 측면도 존재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무비판적인 주류 미디어의 역할의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은, 주류 미디어가 다루지 않고 있는 APEC 회의의 문제점에 대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기획되었다.


사회운동 내 미디어․문화운동의 역할과 위상을 제고하는 것도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의 주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사회운동 진영 내에서 미디어․문화행동에 대한 역할과 위상이 크게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운동 내 미디어 혹은 문화와 관련한 실천은, 선전물 제작이나 문화제 기획, 문화예술인 섭외, 집회 생중계 등 매우 도구적이고 기능적인 역할로만 인식되고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 - 인터넷 환경의 급격한 발달, 캠코더나 디지털카메라의 대중적 보급 등 - 는 더 이상 문화를 도구로서만 바라본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의사를 ‘직접’ 문화적으로 표현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정치 패러디물을 사이트나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 직접 제작한 짧은 영상물이나 플래시 등을 유통시키는 행위 등은 이제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운동 차원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대중운동이 ‘대중조직만의 운동’이라는 비판과 오명을 벗고 명실상부한 ‘대중들의 자발적 참여에 근거한 운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최근의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의 각종 실험들 -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모블로깅’, 독립영화 제작 및 퍼블릭액세스 프로젝트, 인터넷․라디오 방송 등 - 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APEC 회의의 문제점에 대해 대중들과 소통할 기회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기간 기능과 수단으로서의 인식되어 왔던 미디어․문화행동이 새로운 대중운동 방식으로서 사회운동 내 필요성과 위상을 제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은 중장기적으로 진보적인 미디어․문화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의 한국의 미디어․문화 환경 변화는 수많은 개인들의 직접적인 미디어․문화행동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활동가들과 잠재적 활동가들이 생산되었으며, 최근에는 부족하나마 공적인 지원을 통한 활동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진보적인 미디어․문화행동은 부분적이고 파편적인 형태로 이루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별 주체들의 활동이 개인의 실천으로만 머무르고 있고, 이를 공공적이고 대중적인 형식으로 소통하는 것은 조직된 형태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독립영화 제작 프로젝트’,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퍼블릭액세스 프로젝트’ 등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 활동은, 진보적 미디어․문화콘텐츠의 공공적 형태의 소통과 이를 통한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8)


100만이 참여하는 대중투쟁으로


앞서 ‘10만 시위대의 집결’이라는 표현에 정부와 미디어가 주도하는 ‘숫자의 스펙타클’이 오버랩된다는 것은, 제기되는 근본 목적은 다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대중들이 소외되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즉, ‘10만 시위대의 집결’이라는 표현 속에서 10만에 조직화되지 않은 대중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는 말이다. 이제 ‘10만 시위대의 집결’이라는 운동의 목표는 조정될 필요가 있다. ‘열린’ 미디어․문화 공간을 통한 소통과 교류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10만 시위대’ 조직이라는 목표는 ‘10만’을 훌쩍 넘어야 하는 것이다. ‘100만이 참여하는, 그리고 전 세계 민중들이 동참하는’ 대중투쟁을 위해 미디어․문화행동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은 조직․홍보팀, 문화행동팀, 편성제작팀 등 3개 팀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기획 중이다. 먼저 조직․홍보팀에서는 전국의 미디어․문화 활동가들을 조직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의 활동에 대중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활동가 워크숍’, ‘반세계화 투쟁과 미디어․문화행동 토론회(RTV)’ 및 미디어․문화행동의 역사 및 사례에 대한 국제민중포럼에서의 미디어문화행동 포럼 등을 통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미디어․문화 활동가들의 결집을 유도하고 새로운 대중운동 방식으로서 미디어․문화행동의 이론적, 실천적 담론을 생산할 것이다. 또한 2006년 1월에는 APEC 반대 투쟁과 WTO 각료회의 저지 투쟁 이후 미디어․문화행동에 대한 평가와 이후 전망을 모색하기 위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문화행동팀은 지난 10월 부산영화제 기간 중에 ‘NO-APEC FESTIVAL’를 개최하였다. 부산영화제의 ‘아펙특별전’ 개최에 맞춰 진행한 행사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관한 독립영화 상영, 해변 모래조각 등 전시, 문화공연 등을 진행하였다. 특히 이번 APEC 반대 투쟁을 계기로 부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기획자, 인디밴드, 퍼포머 등과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APEC 기간 중에도 문화공연, 퍼포먼스, 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행동이 계획되어 있다.

편성제작팀에서는 10여 명의 독립영화 감독이 참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독립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9)를 통한 인터넷․라디오 방송을 기획 중이다. 인터넷․라디오 방송은 기존의 집회 생중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운동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장애, 이주노동, 비정규직, 환경, 여성농민, 청소년 등 운동주체들이 참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퍼블릭액세스 프로젝트’의 제작․방송과 공동체라디오운동 주체들이 참여하는 라디오방송 등이 준비되고 있으며, 다양한 반세계화 영상물의 인터넷 방송을 기획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모바일 참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모바일 + 블로그 = 모블로깅’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핸드폰의 문자메시지 혹은 사진전송 기능을 활용하여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프로젝트로 투쟁 현장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를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의 활동의 특징은 ‘보다 열린 공간의 구축’에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이 구축한 공간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미디어․문화콘텐츠들이 소통, 교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통상적인 홈페이지․게시판 문화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산된 미디어․문화콘텐츠의 홈페이지 게시와 방문자들의 소비라는 구분을 넘어 미디어․문화콘텐츠의 상호 소통과 교류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인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 홈페이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미디어․문화콘텐츠의 아카이브의 기능과 역할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 기반한, 아래로부터의 대안세계화 투쟁의 필요성


그 동안의 반세계화 투쟁의 ‘정형’이 국제회의 저지를 중심으로 한 시위 역량의 집결에 있었다면, 2005년 APEC 반대 투쟁을 계기로 이를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국제회의’라는 ‘위를 향한’ 투쟁이 지금까지의 반세계화 투쟁을 상징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대중들의 ‘삶’이라는 ‘아래로부터의’ 실천, 열린 공간을 통한 대중적 참여를 무기로 한 일상적 실천의 조직이 그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의 조직을 통한 다양한 실험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이 조직된 대중들의 국제회의 저지투쟁에서 대중들의 삶에 근거한 대안세계화 운동으로 확대․전화되어야 한다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흔히 세계화 반대투쟁이라고 하면, 국제회의장 앞에서의 격렬한 시위를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세계화 반대투쟁은 보다 일상적인 형태, 문화적인 형태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민중들에 대한 경제적 수탈 및 빈부격차의 심화, 사회복지의 축소, 경제적 삶의 기반 파괴 등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교육․의료․문화 등 사회공공영역의 축소, 소수 언어의 감소, 문화적 획일화로 인한 다양성 파괴 등 공동체 및 개인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문화적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점이 개인과 공동체의 삶과 의식에까지 침투하는 자본의 논리의 문제라고 한다면, 이제 저항은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문화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저작권 문제에 대한 대안적인 시스템 구축, 웰빙담론이나 한류열풍에 대한 비판적 이해, 생태적인 생활을 위한 삶의 방식의 재구축, 독점과 소유가 아닌 교류와 공유에 기반한 삶을 구축하는 문제로까지 반세계화 투쟁은 확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삶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대안세계화 운동을 고민하는데 있어 문화적 실천은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문화를 삶의 양식으로 이해한다면, 대안세계화 운동은 곧 문화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으로 말해,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적인 담론․운동․콘텐츠의 생산과 소통이라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의 당면 과제가 문화운동 진영의 주요 운동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과 의식까지도 자본에 의해 전유되는 질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민중적 대안은 모색되지 못하고 있다.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삶이 아닌 민중적, 대안적 삶을 구성하기 위한 문화적 실천이 끊임없이 기획되어야 한다. 생태적이고도 문화적인 삶, 독점과 소유가 아닌 교류와 공유에 기반한 삶, 소수자의 문화가 차별받지 않는 삶의 질서를 창출하는 것만이 자본의 세계화가 강요하는 생산과 소비의 확대 메커니즘의 굴레,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강요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것이다.

 

*<문화과학>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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